중동자본의 '덫'…유정복 인천시장 '진퇴양난'

'유가 급락'…중동자금 유치 줄줄이 '차질'

"두바이 오일머니 4조 유치로 인천 지도 바꾼다"
"유정복 시장, 대규모 외자 유치 광폭 행보"

인천시는 지난해 3월 3일 화려한 수식어를 동원한 보도자료를 통해 '검단 스마트시티' 조성 사업의 개막을 알렸다.

유정복 시장의 이 '외자 유치 1호 사업'은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고 지역 사회도 기대감으로 술렁였다.

하지만 1년도 채 되지 않아 유 시장은 '진퇴양난'에 빠졌다. 지난해 3월 박근혜 대통령의 중동 순방 때 동행하면서 성사시킨 이 '검단 스마트시티' 조성 사업이 좌초 위기에 빠졌기 때문이다.

◇ 자본조달 계획 없는 투자자…속타는 인천시

인천시는 4조 원의 중동 자본을 유치해 정부가 2007년 지정한 검단신도시 1지구(11.2㎢)에 첨단기술을 동원한 '미래형 지식클러스터 도시'를 건설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협상 대상자인 두바이 투자청의 'MOU 체결' 약속이 늦어지자, 시는 지난해 6월 29일 투자자를 두바이 국영기업인 두바이홀딩스 산하 스마트시티사로 바꿔 MOU를 체결했다.

당시 양측은 실질적인 사업추진을 위해 법적 효력을 지니는 합의각서(MOA)를 12월 29일까지 체결키로 했다.

하지만 스마트시티사는 아직까지 '개발 콘셉트'조차 제시하지 않고 있고, 유정복 인천시장이 약속했던 특수목적법인 설립도 무산됐다.

최근에는 양측이 '토지를 실거래가로 매입해야 한다'는 조항과 투자금 지급보증 문제 등을 놓고 충돌해 '계약파기론'도 불거졌다.

인천시는 이에 대해 "스마트시티사와 협상을 계속 진행하고 있다"면서 "어떤 방안이 지역과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될지 계속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철저한 보안 속에서 진행하는 사업이라 자세하게 진행과정을 밝히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유정복 인천시장과 자베르 빈 하페즈 두바이 스마트시티 최고경영자(CE0)가 지난해 6월 29일 인천시청에서 인천 검단에 글로벌 기업도시 '스마트시티'를 조성하기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있다.
◇ 충북도와 파주시도 '중동자금' 유치에 어려움

중동 자금 유치에 심각한 차질을 빚고 있는 것은 비단 인천시의 문제만은 아니다.

정부 공적자금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아부다비투자공사(ADIC)를 포함한 3개 중동 국부펀드는 올 들어 한국 정부와의 우리은행 인수 협상 테이블에 나오지 않고 있다. 유가 하락으로 투자 여력이 줄었다는 이유에서다.

충북도와 충북경제자유구역청이 추진해온 청주 오송에 대한 2조 원대의 대규모 이란자금 유치 계획도 최근 난관에 부딪혔다.

이란 경제가 유가 급락으로 큰 타격을 받은데다 이슬람 수니파 종주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도 심각한 갈등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앞서 지난해 10월에는 경기도 파주시가 두바이 자본 1조 6000억원을 끌어와 파주에 페라리월드ㆍ테마파크ㆍ스마트시티 등을 조성하려던 '파주프로젝트'를 포기했다.

특히 '파주프로젝트'의 경우, 인천의 '검단스마트시티' 조성 사업의 투자자인 두바이홀딩스가 협상의 한 축이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처럼 지자체의 중동자금 유치 프로젝트가 '용두사미'로 그치는 것은 단체장의 '치적 쌓기'에 급급해 사전에 상대방의 자본조달 계획과 능력 등에 대한 면밀한 검토없이 사업을 진행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인천평화복지연대 이광호 사무처장은 "단체장이 받을 정치적 타격을 의식해 현실성 없는 외자 유치 사업을 질질 끌면서 귀중한 시간과 인력, 재원을 낭비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곧 사업 추진 과정의 투명한 공개를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중동자금 '엑소더스' 시작…무리한 '특혜' 경계해야

또 유가 급락과 중동의 정세 불안, 미국의 금리 인상과 부동산 경기의 퇴조 등 대외 악재가 겹치면서 중동자금이 한국에 대규모 투자에 나서기도 어려운 환경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1243억 원의 자금을 우리나라에 유입시켰던 중동 지역은 12월에는 오히려 1761억 원의 순유출을 기록하며 대규모 자금을 회수해 갔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한성대 교수)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국제 유가의 급락 등으로 중동 국가들의 경제 위기가 심화하고 있다"면서 "자치단체들의 중동자금 유치 사업은 상당기간 성과를 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또 "기본적으로 투기적 성격을 띨 수 밖에 없는 외국 자본을 유치하기 위해 무리하게 특혜를 베푸는 것은 지역 경제는 물론 국가 경제에도 막대한 부담을 주게돼 반드시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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