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폭스바겐은 우리나라에서 디젤차를 7585대 팔아 판매 신기록을 세웠다. 지난해 9월 미국에서 폭스바겐의 배출가스 저감장치 조작 사실이 발표된 지 불과 석 달도 안 된 시점이었다.
게다가 우리나라 환경부에서도 같은 달 26일 폭스바겐 디젤차 15개 차종의 배출가스 조작 사실을 밝혔지만, 다음달인 12월에도 판매량은 5천대를 넘겨 꾸준한 호조세를 이어갔다. 같은 달 미국에서 불과 76대가 팔린 것과 비교하면 우리나라는 이른바 폭스바겐 디젤 게이트의 무풍지대나 다름없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폭스바겐코리아가 60개월 무이자 할부와 무상보증기간 연장 등을 동원한 이른바 '악마의 세일'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이렇게 폭스바겐이 배짱 영업에 나서는데는 우리 정부의 소극적 대응이 한몫 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폭스바겐의 조작 사실이 드러나자 무려 우리 돈으로 100조원 대의 민사소송을 제기했고, 민사소송과는 별도로 당국을 속인 사기 혐의로 형사 사건으로도 조사를 벌이고 있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폭스바겐코리아가 국내에 판매한 구형 엔진차량에 대해 판매정지 명령과 인증취소, 전량리콜 명령을 내리는데 그쳤다. 과징금도 임의조작 차량 15개 차종에 대해 모두 141억원만 부과됐다.
경제정의실천연합은 미국과 유럽에서는 즉각 판매중지조치가 내려진 반면, 우리 정부는 두달 동안 소비자 보호를 위한 어떤 조치도 없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게다가 환경부는 지난 14일 폭스바겐이 제출한 리콜 계획서를 반려하면서도 언론에는 이를 전혀 알리지 않았다. 또 언론의 취재가 시작되자 일부 기술적인 미비로 계획서의 보완을 요구했다고만 밝힐 뿐, 더 이상 소상히 이유를 말해주기는 어렵다는 소극적 자세로 일관했다.
또 대다수인 92.5%가 미국처럼 환경이슈와 관련한 자동차법규를 보다 엄격히 할 필요가 있다는데 동의했다. 정부의 수습 과정이나 관련 정책에 대해서는 비판적이었던 응답자들은 그러나 58.7%가 폭스바겐의 프로모션이 좋다면 한번쯤 구입을 고려해볼 것 같다는 의사를 밝혀, 이중적인 행태를 보였다.
특히 젊은 층일수록 조작 사건에 개의치 않고 차량구입을 고려해보겠다는 응답자가 많았다. 50대는 '구입 고려'가 49.6%에 불과했으나 20대와 30대는 각각 66.8%와 64.8%로 구매의향 비중이 60%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인지 폭스바겐은 미국에서는 소비자들에게 손해배상까지 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손해배상 계획은 나오지 않았고, 보란 듯 할인공세만 펼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