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김종인의 변신, '껍데기의 반격'

김종인 전 의원의 더불어민주당 행이 여의도 정가에 파란을 일으키고 있다.

탈당 행렬로 코너에 몰린 더불어민주당에게는 구세주와 같은 정치 이벤트이고, 다음달 초 창당을 앞두고 영입경쟁을 벌이고 있는 안철수신당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그런데 더욱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정당은 바로 새누리당이다.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은 김종인 전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이 15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지고 있다. (사진=윤창원기자)
김 전 의원은 2011년에는 안철수 의원의 경제멘토였다가 2012년 총선·대선 국면에선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도왔던 인물이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15일 주요당직자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새로운 리더십인 김 전 수석에게 묻겠다”며 집중포화를 가했다. 야당이 반대하고 있는 기업활력제고법과 서비스산업발전지원법, 노동관계법, 테러방지법 등에 대한 입장을 밝히라고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도 “권노갑 상임고문이 탈당한 지 하루 만에 김종인 전 수석을 영입하는 행태는 야당대표의 모습이 아닌 초선의 모습”이라고 문재인 대표를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선대위원장을 맡은 김종인 전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이 15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지며 문재인 대표, 이종걸 원내대표의 박수를 받고 있다. (사진=윤창원기자)
그러나 한 때 ‘같은 편’이었던 김 전 의원이 ‘변했다’며 손가락질 하기엔 새누리당의 처지가 옹색하다. 대선 이후 정부·여당이 각종 정책에서 너무 많이 변했기 때문이다. 김 전 의원은 지난 1987년 개헌 당시 경제민주화 조항을 입안했던 주역. 경제민주화 전도사를 자처해온 김종인 전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의 당선 이후 경제민주화 후퇴 논란이 일자 미련없이 새누리당과 결별했다.

박 대통령이 대선 때 했던 경제민주화 공약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을 이루도록 하는 내용이었다. 이 공약은 보수정당인 새누리당으로 하여금 중도개혁성향의 표를 끌어오게 함으로써 대선승리의 일등공신이 된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박근혜 대통령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사진=청와대 제공)
그런데 현 정부에서 경제민주화 공약은 일찌감치 폐기됐다. 경제가 어렵다며 성장이 우선이라는 논리로 자리바꿈했고, 지금은 정부 고위관계자의 입에서 경제민주화라는 단어 조차 듣기 어렵다. 박근혜 정부는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20만원씩 일괄지급하는 기초연금 공약은 물론, 무상보육 공약도 대폭 후퇴했다.

김 전 의원의 더불어민주당 행이 새누리당의 신경을 거슬렀을 지 모르나 그건 새누리당과 현 정부의 자업자득이다. 대선 때 도왔던 김종인 전 의원과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가 모두 얼마 지나지 않아 여당과 등을 진 이유는 대선 때 했던 국민과의 약속을 마치 휴지를 톡톡 뽑아 버리듯 가볍게 여겼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다면 색깔을 바꾸기 위한 선거용 눈속임이었을 뿐이다.

이준석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은 김 전 의원이 더불어민주당의 선대위원장으로 전격 영입된데 대해 “새누리당의 출혈이 다른 당에는 모두 헌혈이 되고 있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1등만 살아남는 대선이나 소선거구제 총선에선 이미지가 선거결과를 크게 좌우한다. 여야 정당이 새인물을 영입하거나 획기적인 정책으로 부족한 이미지에 덧칠을 하려고 경쟁하는 이유다. 그러나 껍데기 정책은 유권자를 실망시키고 서민들을 좌절케하고 결과적으로는 정치불신을 낳는다. 김종인의 변신은 껍데기 공약의 반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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