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도 그럴 것이 전자랜드는 올 시즌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최하위에 머물며 6시즌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이라는 이력이 무색한 상황이다. 전반기에 이어 최근 8연패 중이다.
부상 등으로 전력 이탈이 상당했던 까닭이다. 시즌 전 야심차게 영입한 외국인 선수 안드레 스미스가 아웃돼 교체됐고, 베테랑 이현호도 현재 전력에서 빠져 있다. 에이스 정영삼을 비롯해 주태수, 함준후 등도 이런저런 부상으로 제 컨디션이 아니다. 정효근은 발 티눈으로 이날 복귀했다.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에서 보였던 기적과 같은 경기력은 사라진 듯했다. 유 감독은 "부상 선수에 차바위까지 군 입대해 지난 시즌 주역들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 감독은 그럴수록 선수들에게 프로 정신을 강조했다. 특히 유 감독은 후반기 첫 경기에 앞서 롤 모델이 될 만한 인물을 선수들에게 소개했다. 바로 최근 모 예능 프로그램에 나온 음악가인 플롯니스트 송솔나무다.
유 감독은 "원주 원정을 오면서 선수들에게 동영상 하나를 보여줬다"고 운을 뗐다. 지병인 천식에도 세계적인 플롯니스트가 된 송솔나무의 사연이다. 유 감독은 "숨도 제대로 쉬기 힘든 천식에도 자신이 좋아서 세계 최고의 음악가가 됐다"면서 "선수들도 프로인 만큼 어려운 상황만 한탄하는 게 아니라 극복해야 한다는 점을 깨달았으면 했다"고 말했다.
그래서였을까. 유 감독의 바람이 통했는지 이날 전자랜드는 난적 동부를 꺾고 8연패 사슬을 끊었다. 비록 올 시즌 플레이오프 진출이 쉽지 않지만 반전의 계기를 마련할 만한 경기였다.
경기 후 유 감독은 "지면 아무리 분위기를 반전하려 해도 선수들이 힘들다"면서 "아픔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도 중요하지만 안 되는 것을 해보고 극복하려는 선수들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효근도 "핸디캡을 갖고 있음에도 세계적 음악가가 된 동영상을 보면서 나는 배부른 것이구나 깨달았다"면서 "좋은 신체 조건과 환경에도 핑계를 댔다"고 털어놨다. 이어 "반성을 많이 했고, 마음가짐이 전이랑 달라져 좋은 성과가 났다"고 밝게 웃었다. 연패의 터널을 벗어난 전자랜드가 다시 반등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