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김성완 (시사평론가)
◆ 김성완> 지난해 대한민국을 떨게 했던 메르스 사태. 감사원이 정부의 대응이 적절했는지 18개 기관을 감사한 결과를 내놨습니다. 결과는 한마디로 총체적 부실, 천재가 아닌 인재였다는 결론이었는데요. 메르스 대응 감사 결과, 이 뉴스의 행간을 오늘 짚어보겠습니다.
◇ 김현정> 담당 공무원에 대한 징계가 이뤄졌지요?
◆ 김성완> 단일 사안으로 이렇게 징계 많이 이뤄진 경우가 많지 않을 겁니다. 질병관리본부와 복지부 공무원 14명, 심지어 일선 보건소 직원 2명까지, 총 16명에 대해 징계를 요구했는데요. 특히 질병관리본부에 징계가 집중됐습니다. 양병국 전 본부장은 해임 통보됐구요. 양 전 본부장은 현재 무보직 상태입니다. 허영주 감염병관리 센터장은 강등을 요청했구요. 이렇게 메르스 담당부서 관련자 7명을 중징계했습니다. 그리고 복지부는 국장급을 포함해 7명에게 정직을 내리도록 했구요. 지방보건소 직원 2명은 감봉조치를 받고록 했습니다. 또 메르스 확산의 주범으로 지목됐던 삼성서울병원에 대해선 과징금 등의 제재 조치를 취하라고 복지부 통보가 이뤄졌습니다.
◇ 김현정> "정부의 메르스 대응은 총체적 부실이었다"는 감사결과, 이 뉴스에는 어떤 행간이 있을까요?
◆ 김성완> 첫째, "메르스 슈퍼 전파자는 오히려 정부였다"입니다.
메르스 사태 때 정부는 수십, 수백명의 환자를 감염시킨 1번, 14번 환자를 슈퍼 전파자라고 불렀습니다. 그런데 알고보니, 그게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슈퍼 전파자는 정부였습니다. 감사결과를 보십시오. 정부는 세계보건기구와 국내 감염병 전문가들이 메르스 대책을 세우라고 수차례 경고했지만 제대로 대책 세우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메르스 사태가 터진 뒤에도 안이한 대응으로 일관하다가 작년 5월 18일 보건소로부터 메르스 의심환자가 발생했다는 신고를 받았어요. 그때 정부는 환자가 방문한 바레인이 메르스 발생 국가가 아니라는 이유로, 신고를 철회하라고 종용했고 검사도 하지 않았습니다. 또 평택성모병원에서 1번 환자와 접촉해 3명이 확진판정을 받았는데도 제대로 격리조치도 취하지 않았고, 게다가 환자 명단, 환자가 경유한 병원 명단 감추기에 급급했습니다. 결국 메르스 대응 준비부터 초동대처 그리고 확산 방지까지, 어느 한 단계도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건데요. 그런데도 청와대는 메르스 대처를 잘하고 있다고 강변했죠. 7개월 동안 38명 숨지고 온 국민을 떨게 하고 엄청난 경제적 손실을 불러온 메르스 사태. 1차적인 책임은 정부였습니다.
◇ 김현정> "정부의 메르스 대응은 총체적 부실이었다"는 감사결과..또 어떤 행간이 있을까요?
청와대가 메르스 사태 콘트롤타워라고 말했던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정작 면죄부를 받았습니다. 전쟁에서 졌는데, 죽도록 싸운 병사들만 잘못했다 처형하는 꼴입니다. 적의 공격받고 허둥지둥하면서 제대로 지시도 내리지 못한 장군은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은 거죠. 아니 오히려 잘했다고 국민연금관리공단 이사장으로 영전했습니다. 이게 말이 되나요? 문형표 전 장관 책임 거론하자면 끝이 없습니다. 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지 6일이 지나서야 대통령에게 첫 대면보고를 했고, 메르스 확산을 막기 위해 병원명을 공개해야 한다는 요구가 빗발쳤지만, “병원이 피해를 입기 때문에 공개하지 않았다”는 .어처구니 없는 말을 한 장본인이죠. 그래서 국민들이 자구책으로 메르스 지도를 직접 만들어서 배포하기에 이르렀구요. 그제서야 총리가 여론에 밀려 공개했습니다. 그리고 문형표 장관은 장관직에서 사실상 경질됐는데, 그런데요. 문형표 장관은 8월 27일 이임식 때 "초기대응과 방역조치 즉각 지시하고 사태 수습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 "철저한 방역망 구축해 사태 해결에 터닝포인트를 마련한 건 크나큰 다행이다", 이렇게 끝까지 자화자찬을 했습니다. 또 중요한 사실은, 장관직에서 물러났다는 이유로 감사원이 아무런 징계 내리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지난해 10월말 감사를 끝내고 감사 결과 발표도 늦췄는데요. 청와대는 이런 장관이 뭘 잘했다고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에 임명을 합니까. 이게 바로 ‘유권무죄, 무권유죄’가 아니고 뭐겠습니까.
◇ 김현정> 그렇군요. 행간이 더 있을까요?
◆ 김성완> 세 번째 행간은 "양치기 소년은 반드시 외면당한다"입니다.
늑대와 양치기 소년 다 아실 겁니다. 양치기 소년이 자꾸 거짓말을 하면, 진짜 늑대 나타나. 아무도 양치기 소년 말을 안 믿는다는 건데요. 일단 메르스 대응이 적절했다는 청와대와 정부의 주장이 새빨간 거짓말로 드러났구요. 더 배신감을 느끼는 것은, 메르스 사태 초기부터 줄곧 정부가 밝혀온, '메르스 바이러스의 '변이' 없었다'는 말까지 거짓말로 드러나고 말았습니다. 질병관리본부 스스로가 바이러스 변이가 있었다는 내용의 연구논문을 국제학술지에 게재한 건데, 이건 작년 6월 표준 메르스 바이러스와 99.55% 일치한다고 했던 입장 뒤집은 겁니다. 그런데 이 중요한 이야기를 정부로부터 직접 듣는 게 아니고 학술지에 실린 거 보고나서야 확인해야 하는 국민은 또 얼마나 슬픕니까. 이런데 어떻게 국민들이 정부의 말을 믿겠습니까. 국민들이 정부를 안 믿는다고 탓하지 말고, 좀 믿게 해야죠. 양치기 소년이 돼 버린 정부, 이게 마지막 행간입니다.
◇ 김현정> 시사평론가 김성완 씨였어요. 고맙습니다.
◆ 김성완> 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