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는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으로 친박계 입장에서는 성지(聖地)와 같은 곳이다. 유승민(3선) 의원이 박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면서 양측 간 경선 대결이 본선보다 주목도가 높다.
경선 결과에 따라 '포스트(post) 박근혜', 즉 TK의 새 맹주가 누가될지가 결정되고, 그 결과는 다시 당청(黨靑) 관계를 새롭게 규정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 친박 '재배치' 완료…"진박 서열 6위, 비박 1위와 맞대결"
친박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1차로 출마를 타진한 인사들이 너무 부진해 한 차례 판을 갈아준 상황"이라며 절박감을 피력했다.
'판갈이' 결과 정종섭 전 행정자치부 장관이 지난 13일 류성걸(초선) 의원의 지역구인 동구 갑에서 깃발을 들었다. 정 전 장관은 사석에서 "박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모든 것을 다 바치겠다"며 선봉에 나서는 소회를 밝혔다고 한다.
추경호 전 국무조정실장이 2진 격(格)으로 박 대통령의 의원시절 지역구인 달성군 경선에 뛰어들었다. 당초 이 지역구를 노렸던 곽상도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중·남구로 이동됐다.
달성군과 중·남구의 현역은 각각 이종진, 김희국(이상 초선) 의원이다. 두 의원은 탈박(脫朴·탈출한 친박)의 정체성을 공유하고 있고 김 의원은 유 의원의 측근이다. 윤두현 전 홍보수석은 역시 유 의원의 측근인 김상훈(초선) 의원과 서구에서 맞붙는다.
진박(眞朴·진실한 친박) 서열에서 후순위인 남호균 전 청와대 행정관은 같은 친박계 현역인 조원진(재선·달서 병) 의원에게 도전장을 냈다. 진박을 자처하고 있는 이재만 전 동구청장은 유 의원과 대결한다.
이밖에 하춘수(63) 전 대구은행장은 대구 북구 갑의 권은희(초선) 의원 대항마로 친박이 영입에 공을 들이고 있다. 경북에선 백승주 전 국방부 차관(구미 갑), 전광삼 전 청와대 춘추관장(영양·영덕·봉화·울진) 등이 현역 의원에 도전하는 진박 신인이다.
친박계의 고민은 ‘물갈이’의 핵심인 유승민 의원을 꺾을 적임자를 찾기 힘들다는 데 있다. 최근 내일신문이 시대정신연구소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대구 동구 을 거주 성인 1018명, 95% 신뢰수준, 표본오차 ±3.1%, 12일 ARS조사.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인터넷 홈페이지-www.nesdc.go.kr- 참조)에서 이재만 전 동구청장은 19.8%p 뒤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박근혜 키즈'가 대구 지역에서 퇴임 이후에도 영향력을 행사하려면 유 의원의 약진을 막아야 한다. 하지만 초반 판세는 유 의원의 ‘수족(手足)’ 중 일부의 교체 가능성이 거론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물갈이에 성공한다면 최경환 의원(3선, 경산·청도)을 중심으로 TK의 영향력을 유지해갈 수 있지만, 반대로 완패할 경우 국정 장악력이 약화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때문에 최 의원과 김재원 등 핵심 친박 의원들이 TK 경선을 위한 새 판짜기에 골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직을 내려놓은 최 의원은 지난 7일, 8일, 10일, 13일 네 차례에 걸쳐 당내 의원들과 만찬 회동을 갖는 등 세 결집에 나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