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경제민주화 80점? 점수 매길 상황 아냐"

-朴, 자기 확신 강해 다른 의견 무시
-제도하나 바꿔 경제민주화 달성 못해
-안철수 창당은 악수, 총선 결과 뻔해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김종인 (전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장)

중국 경제가 새해 들어서만 16% 포인트 주가가 폭락했습니다. 세계 경제가 녹록치 않은데요.
국내 정치는 지금 선거구 획정도 못할 정도로 정치력을 잃고 헤매고 있죠. 게다가 북한은 핵실험을 감행하는 참 어지러운 상황입니다. 이 상황을 이분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요?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냈고 박근혜 대통령 후보 당시 새누리당 비대위원으로 영입이 돼서 경제민주화 공약 틀을 만든 주역 중의 한 분이죠.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 오랜만에 방송에서 만나보겠습니다. 김종인 수석님, 안녕하세요.

◆ 김종인>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왜 그렇게 방송에는 두문불출하셨어요?

◆ 김종인> 뭐 그동안 별로 그렇게 정치현안에 대해서 코멘트를 하기 싫었기 때문에 출연을 안 한 거죠. 지켜보는 것이 어떤 측면에서 보면 바른 자세가 아닌가 이렇게 생각을 했던 것이고 별로 뭐 특별하게 하고 싶은 얘기도 없고요.

◇ 김현정> 참 오랜만에 라디오에 나오셔서 제가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풀어나가야 될까, 고민을 하다가요. 마침 어제 박근혜 대통령이 대국민담화를 했습니다. 취임 후 다섯번째 담화, 보셨어요?

◆ 김종인> 직접 보지는 못하고 나중에 들었습니다.

◇ 김현정> 그러셨습니까? 어떤 생각이 드십니까?

◆ 김종인> 지난 3년 동안 국정운영에 대해서 답답함을 갖다가 표출한 것이 아니었나, 이렇게 생각을 해요.

◇ 김현정> 그런데 보신 분들 평가는 ‘참 소통이 안 되는 느낌 같은 걸 받았다.’라는 겁니다. 가령 위안부 협상에 대해서 지금 국민여론은 문제가 있다는 여론이 상당한데, 어제 대통령께서는 계속 이게 최선의 결과였다는 평가를 했단 말입니다. 이런 소통의 간극은 이건 왜 생기는 걸까요?

◆ 김종인> 글쎄요. 그런 협정을 투명하게 사전에 하기 이전에 당사자들하고 소통을 먼저 하셨으면 그런 말씀을 안 들을 텐데요. 그런 것이 없이 그냥 어느 날 갑자기 결과를 도출한 것 같은 그런 인상을 줬기 때문에 거기에 대해서 승복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지 않나 그렇게 봐요.

◇ 김현정> 그렇다면 비대위원으로, 또는 행복추진위원장으로 지근거리에 계속 있었던 분이 보시기에 왜 이렇게 소통문제는 취임 초부터 계속 해결이 안 되는 걸까요?

◆ 김종인> 그게 본인 스스로의 자세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에 제가 뭐 외부인으로서 그것에 대한 이러고저러고 얘기할 수 있는 그런 형편은 아닌 것 같아요.

◇ 김현정> 자세의 문제? 그러니까 성향의 문제를 말씀하시는 걸까요?

◆ 김종인> 본인 스스로가 하는 일에 대해서 굉장히 확신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남의 특별한 의견이라는 것이 중요치 않다고 판단을 하는 거죠.

◇ 김현정> 남의 의견이라는 것이 내 소신보다 그다지 중요치 않다라는 자세가 있는 게 아닌가? 그러면 예전에도 가까이 계실 때 이런 부분에 대해서 지적을 하셨을 거 아닙니까?

◆ 김종인> 그 당시에는 선거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니까 얘기를 하면 어느 정도 이해도 하고 수긍도 하는 것 같은 모습을 제가 봤는데요. 그다음에야 대통령이 일단 당선되고 난 이후에는 본인에 대해서 누가 이러고저러고 얘기를 한다 할지라도 그걸 무시해 버리면 그만이기 때문에 다른 방도가 있을 수가 없는 거죠.

◇ 김현정> 앞으로 남은 임기에서 국민들과 소통을 잘하기 위해서는, 또 이런 간극이 벌어지지 않기 위해서는 그 부분은 반드시 개선을 해야 되겠네요? 누군가는 반드시 옆에서 촉구도 해야 하고요?

◆ 김종인> 제가 보기에는 정치라는 것이 좋을 때도 있지만 굉장히 어려운 상황도 직면할 수밖에 없지 않겠어요? 그렇게 되면 본인 스스로가 인식을 하게 되어 다른 통치방식을 선택했을 적에 그런 문제가 해결될 수 있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을 합니다.

◇ 김현정> 그러면 대통령 주변에서 이런 조언을 해 주는 사람이 없습니까, 가까이에?

◆ 김종인> 그것은 모르겠어요. 나는 선거 이후에는 거의 아무 접촉이 없으니까.

◇ 김현정> 청와대에서 누가 이런 얘기를 해야 되는 건 아닌가요?

◆ 김종인> 글쎄요. 다들 청와대 참모진들의 개성에 달려 있는 거죠.

◇ 김현정> 개성의 문제라고요?

◆ 김종인> 용기 있게 할 말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으면 그게 가능한 거지만. 다들 별로 용기가 없으면 얘기를 할 수가 없는 거죠.

◇ 김현정>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이 위안부 협상은 그나저나 어떻게 해야 된다고 보세요? 김 수석님?

◆ 김종인> 일단 외교적으로 일단락을 지은 것이기 때문에 정부가 당사자들이나 일반 국민에 대해서 설득을 해서 어느 정도 납득이 될 수 있도록 노력을 하는 수밖에 없는 거죠.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 (사진=윤창원 기자)
◇ 김현정> 알겠습니다. 경제 분야 이야기로 넘어가보죠. 얼마 전에 청와대 안종범 경제수석이 이렇게 자평을 했습니다. ‘역대 어느 정부도 하지 못한 경제민주화를 실천했다.’ 그런가 하면 신임 유일호 경제부총리도 ‘지금까지 80점, 우리 경제팀이 80점은 한 것 같다.’라고 밝혔는데요. 경제민주화 공약을 만든 분으로서 이 부분은 동의를 하십니까?

◆ 김종인> 갑자기 그런 얘기가 왜 튀어나왔는지 저는 잘 이해가 되지 않아요. 그동안 사실 지난 3년 동안에 경제민주화라는 말은 경제팀으로부터 별로 들어본 적이 없는데. 갑자기 ‘경제민주화를 잘했다, 80점이다’ 이런 얘기를 무엇 때문에 하는 건지 내가 배경은 잘 모르겠습니다.

◇ 김현정> 아예 들어본 적이 없다는 말씀은 무슨 말씀이세요?

◆ 김종인> 경제민주화라는 말이 거의 사라져버렸기 때문에...

◇ 김현정> 거의 사라져버린 상태였다.? 그래놓고 갑자기 80점이라고 한다?

◆ 김종인> 80점이라고 역대 정권보다 많이 했다고 하는데. 그 말에 대해서는 납득을 잘 못하는 사람이에요. 그러면 왜 그런 얘기가 나왔겠느냐 따져보면, 지금 사실 경제여건이 별로 그렇게 녹록지가 않지 않습니까? 그리고 실질적으로 지난 3년 동안에 경제 성과에 대해서 내세울 만한 게 없어요. 그러다 보니까 그런 걸로 포장을 해서 얘기를 하지 않았나, 그런 생각을 해요.

◇ 김현정> 포장을 해서요? ‘지금 경제 상황이 경제민주화를 실천하다 보니까 이렇게 됐다는 식으로 양해해 주십시오’라는 의미?

◆ 김종인> 경제민주화 때문에 그랬다는 게 아니라 제가 보기에는 실질적으로 일반 국민들이 느끼기에 경제민주화가 이뤄졌다고 하는 변화가 별로 없어요. 그래서 두루뭉술하게 그런 식으로, 다른 내세울 게 없으니까 그렇게 얘기를 하지 않았나, 이렇게 봐요.

◇ 김현정> 그러면 아까 유일호 부총리는 80점을 얘기했는데. 우리 김종인 수석이 보시기에는 몇 점입니까?

◆ 김종인> 글쎄요, 나는 점수를 매길 수 있는 상황이 아니고...

◇ 김현정> 점수를 매길 수 있는 것조차 없는 상황. 그럼 0점이네요?

◆ 김종인> 0점이든 10점이든지 20점이든지 나는 그것에 대한 별로 관심이 없어요. 사실은 경제민주화라고 하는 것은 대통령께서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서 실천할 수 있는 그 모습이 일반 국민에게 느껴질 적에 경제민주화가 이루어지는 것이지, 그렇지 않고서는 경제민주화가 이루어질 수가 없어요.

◇ 김현정> 대통령이 신념 있게 뭔가 밀고 나가는 모습을 보였을 때 다른 경제주체들, 중소기업, 대기업 다같이 따라가는 것인데. 그게 보이지 않으니까 다른 사람들도 따라갈 이유가 없다, 다른 경제주체들도요?

◆ 김종인> 그런 거죠. 약간의 제도를 하나 새로 만들었다고 얘기를 해서 경제민주화가 이루어지는 건 아닙니다.

◇ 김현정> 그러면 ‘현 정부에서는 경제민주화는 물 건너간 것 같다’, 이 얘기를 전에 한 번 하셨는데요. 그 입장에는 여전히 변함없으신 거예요?

◆ 김종인> 나는 그 입장을 지금도 견지하고 있어요.

◇ 김현정> 그런데 경제민주화가 공약 아니었습니까? 김 수석님과 같이 만든 공약이요. 공약이면 지켜야죠.

◆ 김종인> 공약이라는 것이 지키는 것이 당연한 거죠. 그게 선거 때 굉장히 중요한 제일 앞장에 내세웠던 공약이었는데. 그게 인수위 시절부터 그 공약이라는 것이 뭐 창조경제인가 하는 쪽으로다가 넘어가버리고 그게 사라져버리지 않았어요?

◇ 김현정> 그랬죠. 그러면 그때 경제민주화 때문에 비대위도 가시고 선거도 뛰고 하셨던 것 아닙니까? 괜히 했다 싶은 후회도 드세요?

◆ 김종인> 후회라기보다도 그 당시에 비대위 참여할 적에 제일 첫날 얘기한 게 뭐냐면 ‘한나라당이 소위 창조적 파괴를 해서 새로운 틀을 짜고 그것을 바탕으로 해서 나라의 모든 상황을 변화시킬 적에 국민들이 편안한 삶을 가질 수 있다’ 이런 얘기를 내가 한 적이 있어요. 그런데 그게 실질적으로 지금 와서 보면 별로 의미가 없는 얘기가 되어버렸어요.

◇ 김현정> 의미 없는 소리를 한 사람이 된 거네요?

◆ 김종인> 그런 사람이 된 건데. (웃음) 결국 가서는 옛날 과거 한나라당의 형태로다가 다시 전환이 되어버렸기 때문에 거기에 대해서는 내가 뭐라고 할 말이 없습니다.


◇ 김현정> 한나라당의 당 상태로 돌아간 것 같다. 혹시 그렇게 된 것에 대해서 약간의 비애감 같은 것도 이제 와서 좀 드십니까?

◆ 김종인> 비애감이라는 게 뭐... 자기가 꼭 제창한 것이 실현이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는 건데 그것을 실현을 시켜야 할 당사자들이 별로 그렇게 관심을 갖지 않으면 거기에 대해서 달리 방도가 없는 거죠.

◇ 김현정> 말씀은 이렇게 하시지만 목소리에서는 상당히 비애감이 제가 좀 느껴집니다. 김종인 전 경제수석. 정치 얘기로 넘어가보죠. 작년 말에 안철수 의원 탈당을 두고 이러셨어요. ‘안 의원이 굉장히 어리석은 선택을 한 것 같다. 악수를 뒀다.’ 그리고 지금 시간이 좀 지났는데요.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세요?

◆ 김종인> 지금도 똑같이 생각을 합니다.

◇ 김현정> 왜 악수를 뒀다고 생각하십니까? 지금 탈당하는 의원들 많아지고 그 당은 굉장히 힘도 커지고 있고 여론조사 결과도 괜찮게 나오고 있고 그런데요?

◆ 김종인> 그것은 지금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인데 더 두고봐야 할 일이고요. 실질적으로 야당이 단합을 해서 지켜나가도 사실은 정권쟁탈이라는 것이 굉장히 어려운 거잖아요. 그런데 그걸 쪼개가지고 나가서.. 저는 기본적으로 조직에 참여하는 사람이 자기가 좀 불리하니까 밖으로 나가버리는, 그러한 소위 정치행위라는 것이 잘 납득이 되지 않는 사람입니다.

◇ 김현정> 그런데 사실은 설사 이번 총선에서 야권연대 안 돼서 성적이 별로라 할지라도 안 의원 입장에서 대권을 생각하면 이건 해 볼만 한 시도 아니었습니까?

◆ 김종인> 그러니까 한 당에 대권을 추구하는 강력한 후보가 둘이 있으면 당 내에서 경선을 하다가 안 되면 결국 출마를 못하는 것 아니에요? 그러니까 그럴 가능성이 당 내에서는 잘 모이지 않으니까 밖으로 나가서 자기 기반을 만들어야겠다는 것이 안철수 의원의 생각이 아니냐? 이렇게 봐요.

◇ 김현정> 그 생각이 옳지 않았다고 보세요?

◆ 김종인> 그렇게 해서 야권이 쪼개져가지고서 대선을 한다는 것이 앞으로의 결과가 뭐라는 건 사전에 다 예견할 수 있는 것 아니에요?

◇ 김현정> 총선도 그렇고 대선도 쪼개져서는 안 된다는 말씀인가요?

◆ 김종인> 당연한 거죠.

◇ 김현정> 그런데 서로 경쟁하다가 경쟁력이 더 커질 수도 있고 나중에 단일화할 수도 있고 이렇게 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 김종인> 아니, 그런 핑계를 많이 대는데 우리나라의 과거를 볼 것 같으면 1963년 대통령 선거도 당시에 허정과 윤보선 두 분이 나와서 선거를 패배한 것이고. 결국은 1987년에 김영삼 씨, 김대중 씨가 한 사람을 뽑지 않고 또 피차 총선을 해서 따로 떨어져서 하다 보니까 실패하고 그런 것 아니겠어요? 지금 또다시 되풀이된다고 봐요.

◇ 김현정> 이렇게는 안 된다라는 생각. 알겠습니다. 참 이거 오랜만에 나오셔서 질문거리가 산더미인데. 김종인 수석님, 다음 번에 한 번 더 모셔야겠습니다.

◆ 김종인> 네. 알았어요.

◇ 김현정> 오늘 고맙습니다.

◆ 김종인> 네.

◇ 김현정>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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