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 복지 분야의 새해 화두를 바라보는 박근혜 대통령의 인식은 세 단어로 요약된다.
박 대통령은 13일 오전 청와대에서 대국민 담화를 갖고, 누리과정 문제와 지방자치단체의 각종 복지 정책, 역사 교과서 국정화에 대해 '따끈따끈한' 소신을 드러냈다.
박 대통령은 먼저 '보육대란' 우려를 낳고 있는 누리과정 예산 갈등과 관련, 편성을 거부하고 있는 7개 시도 교육감에 대해 "정치적이고 비교육적 행태"라며 직설적으로 비난했다.
박 대통령은 "아이들의 건강한 성장을 위해 누리과정은 꼭 필요한데, 아이들을 볼모로 잡고 사실을 왜곡하면서까지 정치적 공격수단으로 삼고 있어 안타깝다"고 강조했다. 교육 최전방에 있는 선출직 교육감들을 '인질범'으로 몰아세운 셈이다.
특히 "작년까지 교부금으로 잘 지원했던 누리과정을 이제 와서 거부하고 있다"서 "법을 고쳐 중앙정부가 직접 지원하는 방식으로 해도 좋다는 것인지 묻고 싶다"고 반문했다.
3~5세 무상보육 프로그램인 누리과정은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다. 지난 2012년 12월 대선후보 TV토론에서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있는 보육시설을 확충하고, 아이 기르는 비용도 국가에서 적극 지원하겠다. 0∼5세 보육은 국가가 책임지도록 하겠다"고 호언장담했던 사업이다.
굳이 법을 고치지 않더라도 이미 누리과정 예산은 중앙정부가 직접 지원하도록 돼있다는 게 일선 교육청들의 얘기다.
그런데도 정부가 지난해 10월 하위체계인 시행령을 바꿔, 누리과정 예산을 '의무지출경비'로 못박아 교육청에 떠넘기려 하고 있다는 것이다.
시도교육감협의회 한 관계자는 "법을 고쳐 정부가 지원하라는 것이냐는 박 대통령의 언급은 앞뒤 자체가 맞지 않는 것 같다"고 어리둥절해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또 이날 담화에서 서울시의 '청년수당', 성남시의 '무상교복'이나 '공공 산후조리' '청년배당' 등 지자체의 각종 복지정책에 대해서도 날을 세웠다.
박 대통령은 "선거를 앞두고 이런 선심성 정책들이 쏟아져 나오지 않을까 겁난다"며 "정부도 이런 선심성 정책을 얼마든지 할 수 있는데 왜 안하고 있는지를 생각해야 한다"고 힐난했다.
이어 "지자체가 이런 식으로 감당할 수 없는 선심성 사업을 마구잡이로 하면 최종 부담이 국가적 재정 부담으로 다가온다"고 강조했다.
참여연대 김남희 조세복지팀장은 "선심과 볼모를 거론한 박 대통령의 담화는 한마디로 어이가 없는 적반하장"이라고 일갈했다.
김 팀장은 "무상보육은 물론, 모든 노인에게 20만원을 주겠다고 공언한 것도 박 대통령 자신"이라며 "기초연금 약속은 깨버리고, 무상보육 공약도 재정여력이 없는 교육청에 떠넘기려 하는 게 정작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이 이날 역사 교과서 국정화의 당위성을 역설하면서 '편향'이란 키워드를 강조한 것도 아이러니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 대통령은 "국정화를 반대하는 쪽에서 이런 저런 비판하고 있지만 분명한 것은 아이들이 지금 배우고 있는 역사교과서가 편향된 이념을 가진 집필진에 의해 독과점 형태로 비정상적으로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검정 체제 하에서 어떻게 해보려고 시정을 요구했지만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소송까지 벌이면서 무시해 지금은 국정화로 갈 수밖에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아이들이 지금 배우고 있는 역사교과서'와 달리, 박 대통령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한 국정 교과서는 오히려 더욱 편향되고 독점적일 수밖에 없다는 반론이 만만치 않다.
전국역사교사모임 한 관계자는 "당장 내년부터 전국 학교에 보급될 국정교과서는 누가 집필진으로 참여하고 누가 심의하는지, 또 어떤 편찬 준거를 갖고 제작되는지조차 전혀 공개되지 않고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도 "정부는 책임지고 명망 높은 집필진을 구성해 올바른 역사교과서를 만들겠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하지만 '명성'이든 '인망'이든간에 일체의 정보가 베일에 가려진 현재의 상황과는 배치된다는 지적이다. '편향'과 '독과점'의 개연성으로 따지자면, 이보다 더 우려스럽기도 힘들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