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다음주 20일 무렵부터 정부의 누리예산 지원 없이 월급날을 맞이할 서울 시내 유치원 현장은 혼란의 도가니와 다름없는 상황이다.
그동안 공립유치원은 원아 1인당 학비 6만원과 방과후 학비 5만원이, 어린이집과 사립유치원은 원아 1인당 학비 22만원과 방과후 학비 7만원이 지급됐는데 이 예산 지원이 하루아침에 끊길 위기에 몰렸기 때문이다.
유치원에 대한 누리 예산지원이 끊어질 경우 학부모들은 최소 6만원 ~ 최대 29만원을 추가로 물게 될 처지다.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의 한 유치원 원장은 "교육비의 50%가 인건비인데, 누리예산 지원금이 안들어오면 운영자체가 되지 않기 때문에 그 부담이 부모한테 안 갈 수가 없다"며 "부모들이 유치원에 안 보낼까 우려된다"고 고민을 토로했다.
사태가 장기화되면 추가로 내야 할 보육비를 감당하기 어려운 학부모부터 유치원을 끊고 가정보육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갑자기 늘어날 보육비 부담에 학부모들도 아이들을 보낼 곳이 없어 우왕좌왕하고 있다.
대방동에 사는 주부 김모(36)씨는 "부모 입장에서 당장 아이를 보낼 곳이 없다"며 "정책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냐"고 지적했다.
신길동에 사는 주부 조모(38)씨는 "아이가 유치원에 다니고 있는데 당황스러울 뿐"이라며 "우리만 불편하고 피해를 볼 뿐 아니라 정부의 처사 자체가 불합리한 것 같다"고 답답해했다.
학부모는 유치원을 끊고 가정보육으로 선회하고 유치원 원장은 긴축 운영에 들어가는 동안, 교사들은 별 수 없이 임금 감축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
신길동의 한 유치원 원장은 "유치원 예산이 줄어도 아이들 먹일 음식을 줄일 수는 없지 않나"라며 "결국 교사들 수당부터 줄일 수밖에 없다"고 털어놓았다.
동작구 상도동의 한 유치원 교사는 "솔직히 말하면 수당 문제"라며 "교사는 한 명당 보통 20여명의 아이들을 맡는데, 보상이나 근무조건이 갖춰지지 않으면 아무도 하고 싶어하지 않을 것"이라고 호소했다.
또다른 보육교사는 "수당이 빠지면 기본 월급만 받을텐데, 기본급은 얼마 되지 않는다"며 "교사가 '원더우먼'도 아니고 지원금이 나오지 않아 임금이 줄면 아이들을 가르칠 의욕도 감퇴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혼란에 빠진 유치원과 학부모들은 무상보육 공약을 내걸어 당선된 박근혜 대통령이 이번 사태의 원인을 제공한 만큼 직접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 구로구의 한 유치원 원감은 "현장의 이야기와 현실은 보지 않고 책상머리에 앉아서 서류로만 정책을 결정했기 때문 아니냐"며 "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니 당연히 정부가 약속을 지키리라 생각했는데 이런 상황이 거듭되니 답답하기만 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