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전 4월 16일, 차디찬 바닷속에서 구사일생으로 돌아온 74명의 경기 안산 단원고 학생들의 졸업식이 12일 학교에서 열렸다.
이날 생존학생 74명과 수학여행을 가지 않았던 12명 등 86명은 평생토록 잊지 못할 단원고를 떠났다.
졸업식은 학생과 학부모들의 요청을 철저히 비공개로 진행됐다. 정문은 굳게 닫혔고, 출입문은 미리 나눠준 비표를 가진 사람들에게만 출입을 허락했다.
졸업식이 시작되는 10시30분이 가까워오면서 졸업을 축하해 주기 위해 학교를 찾은 학부모, 친인척, 선후배들이 삼삼오오 안으로 들어갔다.
이들의 바람은 한결같았다. 밝은 표정, 밝은 마음으로 당당한 사회인으로 거듭나길 바랐다.
생존학생 장혜진 양의 아빠 장동원씨(47)는 "세월호 참사 잊지 말고, 당당하게 살라고 했다"며 "친구들 잃은 만큼, 다 간직하고 건강하게 살았으면 좋겠다"며 딸에 대한 축하의 메시지를 전했다.
조카의 졸업을 축하해주기 위해 학교를 찾은 양모씨(49)는 "조카가 정신력이 강한 편인데도, 좋은 일이나 즐거운 일이 있을 때마다 친구들 얼굴이 떠오르는 것 같다"며 "힘든 과정을 다 이겨냈으니까, 앞으로는 세상의 밝은 것들을 보다 많이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유가족 이남석씨(52·故 이창현군 아버지)는 "유가족들은 (졸업식에는) 참석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비표를 확인하면서 출입을 원천봉쇄한 것은 이해가 가질 않는다"며 "유가족들은 아직 바닷속에 있는 4명의 아이들이 다 올라왔을 때 졸업식을 하고 싶은 마음"이라고 안타까운 심정을 토로했다.
이씨는 이어 "많은 아픔이 있을텐데, 하루 빨리 치유돼 학업에 충실하면서 사회에 잘 적응하길 바란다"며 생존학생들의 졸업을 축하한 뒤 "창현이는 그런 행복한 삶을 살 수 없고 이미 별이 됐다"며 울먹였다.
세월호 416유가족협의회측은 당초 학교측이 준비했던 희생학생 250명에 대한 명예졸업식을 실종자들이 모두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때까지 잠정 연기했다.
졸업식은 1시간 정도 진행됐다. 교문 밖을 나서는 졸업생들의 표정은 대체로 밝았지만, 더러 굳은 표정으로 묵묵히 학교를 떠나는 학생들도 눈에 띄었다.
또 졸업생들마다 손에는 장미꽃 세 송이가 들려 있었다.
오지연 생존학생 학부모 대표는 "너희들만 졸업하는 게 아니고, 같이는 못하지만 친구들을 잊지 말고 가슴속 깊이 새기자는 의미에서 꽃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졸업식에 참관한 경기교육청 관계자는 졸업식이 전체적으로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속에서 진행됐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