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한미일은 북한의 연속된 도발에도 중국이 대북 포위망의 ‘빈틈’으로 작용하면서 실효성있는 제재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대(對)중국 압박에 강하게 나서고 있다.
하지만 한·미·일 3각 공조를 통해 중국을 너무 몰아세우면 전통적인 한·미·일 대 북·중·러 대립구도가 부각되면서 오히려 북핵 문제 해결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 中, '대화' 강조하면서 또 北 감싸기…'中 무책임' 비판 거세져
중국은 지난 6일 북한 핵실험 이후 초반에는 다소 강한 톤의 비판을 쏟아냈으나 이후 '냉정'과 '합당한 대응', '대화를 통한 해결'을 거론하며 다시 기존입장으로 되돌아간 모습을 보이고 있다.
중국의 기존 대북 접근법이 사실상 실패했다는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의 지적에는 북핵 문제는 중국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미국의 책임이라면서 불쾌감까지 드러냈다.
중국은 과거 북한의 3차례에 걸친 핵실험 당시에도 안보리의 대북제재에는 동참하면서도 고강도 제재에는 반대했다. 줄곧 '한반도의 비핵화'라는 우회적 표현으로 북핵불용을 강조하면서도 북한에 대한 '채찍'에는 인색했다.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안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 패널들이 중국 측의 비협조로 베이징을 한 번도 방문하지 못했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중국 입장에서는 지정학적, 안보적 '완충역할'을 하는 '전략적 자산'으로서의 북한을 포기할 수 없기 때문으로 이해된다. 하지만 이 때문에 유엔 안보리의 잇따른 대북 제재결의안에도 북한은 4차례나 핵실험을 되풀이했고, 갈수록 핵 능력을 고도화하고 있다.
한·미·일은 중국이 이번에도 대북제재에서 '립서비스'만 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이는 중국이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또 미국과 어깨를 겨루는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책임을 방기하는 것이고, 미국에 신형대국관계를 요구하며 국제사회에서의 역할 확대를 모색하는 스스로의 주장과도 맞지 않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중국의 역할이 강조되는 것은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북·중관계 악화로 설득을 통한 대북 지렛대는 다소 약화했을지 몰라도 북한이 경제의 절대 부분을 중국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중국만이 북한이 가장 아파하는 급소를 찌를 수 있다.
북한은 중국에 대외무역의 90%를 의존하고, 특히 에너지 수입의 92%를 기대고 있다. 따라서 중국이 ‘원유 공급 중단 또는 감축’에 나설 경우 북한의 ‘생명줄(life line)’을 차단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중국 단둥(丹東)의 송유관을 통해 들여온 원유를 봉화 화학공장에서 정제해 사용하는데 중국이 송유관을 차단하면 휘발유와 경유, 중유 등 사회전반에 걸쳐 사용되는 석유제품의 공급이 크게 줄게 된다.
이럴 경우 일반 수송 부문은 물론 군사부문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사회경제 활동이 마비되고 인플레가 발생, 물가가 치솟으면서 사회 불안이 급격히 높아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 체제의 붕괴까지도 불러올 수 있는 원유 공급 중단은 중국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
북중관계가 냉랭했던 지난해 중국 해관총서(세관) 통계에 북한으로의 원유 수출량이 ‘0’으로 나타나면서 한 때 원유 공급이 중단된 것 아닌가 하는 관측도 제기됐다. 하지만 북한 내 생산시설 가동 저하, 수입처 변경 등의 정황이 없고 중국산 원유를 정제하는 봉화 화학공장이 정상 가동되는 점에 비춰 중국으로부터 예년 수준의 공급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됐다.
베이징(北京)의 한 소식통은 “저장시설이 취약한 북한은 중국의 지원 없이는 3개월도 못 버틸 만큼 원유 비축분에 여유가 없다”며 “북한의 대혼란을 초래하는 강력한 수단이어서 중국이 파이프를 잠그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특히 “만일 중국이 그런 카드를 쓸 때는 북한의 핵실험을 막기 위해서가 아니라 북한이 중국의 영향력에서 이탈해 미국으로 지나치게 기울 때”라고 덧붙였다.
한·미·일의 압박이 지속되면서 중국은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특히 미국이 장거리 전략 폭격기 B-52를 한반도 상공에서 비행시킨 것과 관련해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것 아니냐며 경계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중국정부는 11일 미 전략폭격기의 한반도 진입에 대해 "동북아의 평화 안정을 수호하는 것은 각국의 공동 이익에 부합한다"며 "절제하고 긴장상황을 피해야한다"며 사실상 반대입장을 분명히했다.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環球時報)는 뤼차오(呂超) 랴오닝(遼寧)성 사회과학원 연구원 인터뷰를 통해 미국이 전략폭격기를 동원한 것은 동북아지역의 균형을 깨트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만약 미국이 북한의 이번 핵실험에 대응하기 위해 전략폭격기를 띄운 것이라면 아무 소용이 없는 일"이라며 "북한의 핵실험은 미국에 '아시아태평양 회귀 전략'에 새로운 구실을 제공했다"고 덧붙였다.
중국은 '아시아태평양 회귀 전략'의 목표가 대중국 포위망을 구축하는 데 있다고 여기며, 미국이 북핵을 빌미로 중국을 압박하고 있고 한국과 일본이 합세하고 있다는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한미일의 중국에 대한 군사적·외교적 압박이 지속되면서 '강대강(强對强)' 국면으로 치닫게 된다면 대북제재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그럴 경우 중국은 한반도 및 동북아 긴장 완화를 명분으로 대북제재 공조에 협조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 중국의 제재 카드는?
중국은 국제사회의 압박을 차단하려 애쓰는 한편 ‘합당한 수준‘의 ‘중국식’ 제재 방안을 찾기 위해 골몰하고 있다.
베이징의 외교 소식통은 "중국 당국이 유엔 결의를 통한 다자간 대북 제재안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수준에서 제재방안을 결정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다만 “생명줄 절단과 같은 극단적인 수단은 포함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중국은 또 자체 제재방안 마련에도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이 검토하고 있는 방안에는 △북한산 무연탄 수입 차단 △임가공 무역과 건설자재 수출 중단 △통관 및 검역 강화로 인한 무역축소 △중국 관광객 북한 관광 금지 등이 포함될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특히 중국은 북한의 돈줄을 쥐기 위한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중국 당국은 북한 관광금지와 함께 북한의 중국내 식당 운영, 북한노동자 송출 등 대중(對中) 투자사업의 목줄을 죄는 방향으로 새로운 제재안을 마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은 또 북한의 핵실험 지역과 가까운 동북3성 지역의 환경영향을 엄격히 조사해 방사능 오염물질이 조금이라도 검측될 경우 북한에 그 책임을 묻고 피해보상을 요구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는 방사능 환경오염 문제에 대한 중국 내부의 민심을 고려한 측면이 강하다. 실제 중국 당국은 과거와 달리 핵실험 직후 곧바로 동북3성의 대기물질 자동검측 시스템을 가동해 환경영향 조사를 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