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대응, 괌 주둔 B-52폭격기 6시간 만에 전개

32톤 폭탄 싣고 한반도 출격…한미 전투기 4대 호위 속 무력시위

10일 미국의 핵심 전략자산인 B-52 폭격기가 한반도 상공에 전개해 대한민국 공군 F-15K 및 주한 미국 공군 F-16 전투기와 함께 비행하며 북한 도발에 대응한 확장억제 임무를 수행했다. (사진=공군 제공)
"지금 활주로 동쪽 상공에서 진입하고 있습니다."

미 공군의 장거리 폭격기 B-52H 1대가 10일 낮 12시 정각 경기도 평택시 신장동 오산 공군기지 하늘에 모습을 드러내자 우리 공군 관계자가 소리쳤다.


100여m의 낮은 고도로 B-52가 다가설수록 엄청난 크기에 취재진은 다시 한번 놀랐다. B-52의 좌측과 우측에는 한국 공군의 F-15K 전투기와 미 공군의 F-16C 전투기가 10여m의 간격을 둔 채 호위비행했다. 또 다른 F-15K와 F-16C가 B-52 전방 100여에서 앞장섰다.

B-52는 "크으우웅~" 하는 폭음과 함께 서쪽으로 날아갔다. 시야에 잡히는 3km를 지나가는데 30초 남짓 걸렸을까. B-52는 오산기지를 통과한 뒤 이날 오후 괌에 있는 앤더슨 기지로 복귀했다. 이날 오전 6시쯤 기지에서 출격한 B-52는 언론 공개 시간에 맞춰 오산 상공을 지났다.

오산기지 활주로 옆에는 북한의 탄도탄 공격에서 기지 방어를 위한 요격용 패트리어트(PAC-3) 미사일 발사대가 모습을 드러냈다. 주한미군 관계자는 "미군을 대표하는 전략자산인 B-52가 내외신 기자들을 초청한 가운데 공개적으로 모습을 드러내기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8월 북한의 지뢰도발 이후 남북 대치상황에서 B-52는 한반도에 전개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미군이 이번에는 북한의 4차 핵실험 4일만에 전략자산을 우리 영공에 보낸 것은 그만큼 상황이 심각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013년 2월 12일 북한이 3차 핵실험을 실시한 뒤 40여일 지난 3월 중순 B-52가 키리졸브 훈련 참가 차원에서 한반도 상공을 두차례 지나간 적이 있다. 우리 군이 대북 확성기 방송을 전격 개시한 후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가장 두려워한다는 B-52 폭격기의 한국 출격을 통해 북한의 추가도발 의지를 봉쇄하고 공개 경고하는 차원에서 전개된 것으로 풀이된다.

10일 미국의 핵심 전략자산인 B-52 폭격기가 한반도 상공에 전개해 대한민국 공군 F-15K 및 주한 미국 공군 F-16 전투기와 함께 비행하며 북한 도발에 대응한 확장억제 임무를 수행했다. (사진=공군 제공)
B-52는 길이 48m, 너비 56.4m, 무게 221.35t에 최대 항속거리가 1만6000km에 달한다. 최대 31t의 폭탄을 싣고 6400km 이상의 거리를 날아가 폭격한 후 돌아올 수 있다. B-52는 1991년 걸프전에서 미국 본토에서 이륙, 이라크 전역에 융단 폭격을 퍼부어 기반시설을 파괴했다.

군 관계자는 "한반도 유사시 B-52 3~4대가 동시에 폭격을 가하면 반경 수십km가 초토화된다"며 "평양은 지도에서 사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폭격기의 제왕'이란 별칭의 B-52는 1960년 첫 비행이후 현재까지도 미 공군의 주력 폭격기로 활약 중이다. 항전장비를 디지털화 한 H형이 현재 80여대가 운용 중이고 앞으로 2040년까지 사용할 예정이다. 미 공군 관계자는 "이번에 어떤 무기를 싣고 왔는지는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미국과 한국 공군은 B-52 무력시위 비행에 앞서 활주로에서 양국의 입장을 발표했다.

미 7공군사령관이자 주한미군 부사령관인 테런스 오셔너시 중장은 "대한민국 방위와 한반도에서의 안정 유지에 대한 미국의 공약은 굳건하다"며 "이 공약에는 재래식 전력과 핵우산을 통한 확장억제능력이 포함된다"고 밝혔다.

오셔너시 부사령관은 "한미 공군은 한미동맹이나 대한민국이라는 위대한 국가에 대한 그 어떠한 위협에도 대응할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우리 공군작전사령관인 이왕근 중장은 "우리 공군은 적이 언제, 어디서, 어떠한 형태로 도발해오더라도 단호하고 강력하게 응징할 준비가 되어 있다"며 "앞으로 적의 어떤 도발위협이 있더라도 연합공군력으로 완벽한 대비태세를 유지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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