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이변'이라는 평가다. 대중은 물론 업계 관계자들도 깜짝 놀랐을 정도. 대형기획사의 든든한 지원도, 방송 활동도 없었다. 오직 음악 자체로만 이뤄낸 성과라는 점에서 의미하는 바가 크다.
매서운 칼바람이 불어닥친 지난 8일 서울 충무로역 인근 카페에서 '2016년 가요계 신데렐라' 김나영과 만났다. 조금은 들떠 있을 줄 알았는데, 김나영은 오히려 덤덤해 보였다.
"처음 1위에 올랐을 때 회사 식구들과 같이 눈물을 흘렸어요. 마침 그날이 제 생일이어서 더 특별한 순간이었죠. 정말 기쁘고 행복한 일이잖아요. 사실 하루 이틀은 너무 좋았는데, 이젠 조금 걱정이 들기도 해요. 다음 앨범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려야 한다는 부담도 생기고. 그래서 이전보다 신중하게 작업하려고 해요."
'어땠을까'는 슬픈 분위기의 발라드 곡이다. 후반부로 갈수록 웅장해지는 짙은 색채의 편곡과 김나영의 특유의 애절한 보이스가 잘 어우러졌다는 평가다.
"이 곡을 처음 들었을 때 운명적인 느낌이 들진 않았어요. 오히려 '욕심부리지 말자'면서 마인드 컨트롤을 했죠. 그래야 안 될 것도 된다고 믿는 편이거든요. '니 말대로' '그럴 리가', '가끔 내가' '빌리브 미' 등 이전에 발표했던 곡들이 있었기에 좋은 결과가 따라왔다는 생각이에요."
"'음원 사재기를 했다'거나 '이 노래가 왜 1위인 줄 모르겠다'는 악플들이 있죠. 외모를 지적하는 분들도 있고요. 노래가 별로라거나, 외모 지적에 대한 이야기는 신경 쓰지 않아요. 취향이 다를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사재기 의혹은 정말 억울해요. 음악이 인생인 사람들이 모인 회사고, 음악으로 장난질할 생각은 전혀 없는데. 당당하기 때문에 더 속상하고 안타깝죠."
김나영의 공식 데뷔 연도는 2014년이다. 가수 활동 기간은 짧지만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 지는 꽤 오래됐다.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꿈을 키우기 시작해 재수 끝에 서울예대 실용음악과에 입학했고, 스무 살 때부터 길거리 버스킹 공연을 하며 실력을 다져왔다.
2012년에는 정키의 앨범 수록곡 '홀로'를 불러 주목받았으며, 이듬해 '슈퍼스타5'에서 쓴맛도 봤다. 그가 노력 없이 쉽게 1위에 올랐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홍대입구역 9번 출구 앞에서 처음으로 버스킹 공연을 했던 기억은 지금도 생생해요. 홍대, 석촌호수, 마로니에 공원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노래를 불렀죠. 지하철 안에서 노래를 부르다 쫓겨난 적도 많았고요. (웃음). 슬럼프를 겪으면서 힘든 시간을 보낸 적도 있지만, 노래가 너무 좋았기에 포기하지 않았어요. 음악을 정말 사랑하고 열심히 해온 사람으로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어요."
"유희열 선배님을 정말 좋아해요. 존경하던 가수분들이 올랐던 무대이고, 언젠가 '스케치북'에서 노래를 부르고 싶다고 늘 생각해왔죠. 이번엔 방송 활동 계획도 없었는데, 이렇게 꿈이 이뤄지는 날이 오네요. 다음주 화요일이 녹화인데, 벌써 떨려요. 어떤 무대를 보여드릴까 설레기도 하고요."
김나영은 "'초심'을 잃지 않겠다"는 마음가짐으로 다시 버스킹 공연에도 나설 계획이다. '슈퍼스타'가 아닌 '오랫동안 노래하는 가수'가 되고 싶다는 그는 앞으로도 지금처럼 우직하게 자신의 길을 걸어갈 생각이다.
"'다음 노래도 1위 해야 하는데 어쩌지'라는 걱정은 하지 않아요. '어땠을까'로 김나영이라는 가수의 노래를 한 번쯤은 들어주셨을 테니 조금 더 발전한 음악을 보여주자는 생각은 있죠.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차분하고 깊이 있게 준비하려고요. 미니 혹은 정규 앨범을 계획 중인데, 발라드곡뿐 아니라 다양한 장르가 담긴 앨범으로 찾아뵙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