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은 없다' 주희정, 순간의 선택이 빛난 이유

프로농구 서울 삼성의 주희정 (사진 제공/KBL)

"왼손으로 던질까? 오른손으로 던질까? 순간 고민했습니다"

지난 6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전주 KCC와의 경기에서 4쿼터 막판 센터 라틀리프가 퇴장 당한 서울 삼성이 역전승을 거둘 수 있었던 결정적인 한방은 베테랑 포인트가드 주희정의 손끝에서 나왔다.

주희정은 팀이 79-77로 앞선 종료 50.5초 전, 공격제한시간에 쫓겨 오른손으로 던진 플로터(블록슛을 피하기 위해 높은 포물선을 그리는 슛)를 성공시켰다. 결국 삼성은 82-77로 이겼다.

주희정의 플로터는 정석과는 거리가 있어 보였다. 자세도 불안했다. 주희정도 "운이 좋았다"고 인정했다. 그런데 승부를 결정지은 플로터가 100% 행운이었던 것은 아니다.


주희정은 "평소 연습을 할 때 장난삼아 던져봤던 슛이다. 그때 익혔던 감각이 중요한 순간에 빛을 발했다"고 웃었다.

100% 행운이었던 것은 아니다. 주희정은 슛을 던지기 직전까지도 고민에 고민을 거듭 했다.

주희정은 "(연장전 패배를 당했던) 지난 울산 모비스전에서 왼손으로 비슷한 슛을 던졌다가 실패했다. 그래서 슛을 던지기 전 스텝을 밟을 때 왼손으로 던질까, 오른손으로 던질까 고민했다"고 말했다.

찰나의 순간 이처럼 생각이 많았다. 얼핏 보면 시간에 쫓겨 막 던진 슛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주희정은 마지막 스텝을 밟는 순간까지도 어떤 슛을 던져야 할 지 생각했다.

또 주희정은 "장난 삼아"라고 설명하기는 했지만 어쨌든 연습을 해봤던 슛이다. 결코 우연은 아니다.

주희정은 자신만의 기술을 한 가지 갖고 있다. 왼손으로 던지는 러닝 훅슛이다. 플로터와 같이 높은 포물선을 그리면서 백보드를 노리는 슛이다. 주희정은 오른손잡이다.

주희정이 이 기술을 연마한 계기는 부상에서 비롯됐다.

주희정은 "삼성에서 우승을 하기 전에 1999년인가 오른쪽 어깨 수술을 받았다. 수술 이후 오른손으로는 그런 종류의 슛을 던질만한 어깨 각도가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왼손을 연습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나에게도 하나의 무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왼손 플로터를 연습했다. 수술 이후부터 활용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국내 무대에서 플로터는 묘기로 바라보는 시선이 많았다. 그러나 현대 농구에서 플로터는 더 이상 묘기가 아니다. 가드가 갖춰야 할 기본기에 더 가깝다.

주희정은 국내 가드 중 가장 먼저 플로터와 비슷한 슛을 던진 가드 중 한 명이다. 부상 때문에 왼손으로 먼저 감을 잡았고 이후 오른손으로 던지는 연습도 간간이 했다.

이처럼 기술을 갖춘 선수는 선택지의 폭이 넓어진다. 특히 급박한 순간 평소와 다른 슛 선택을 해야 할 때 해본 것과 안해본 것은 천지 차이다. 막 던진 것 같은 슛에도 이유가 있고 이야기가 있다. 프로 19년차 베테랑 주희정의 '클래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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