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전문가들은 북한이 5월 제7차 당 대회를 앞두고 안정적인 상황 관리가 필요한데다 신년사에서도 대화 의지를 밝힌 터여서 올해는 비교적 조용한 한 해가 될 것으로 전망했었다.
실제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는 신년사에서 지난해 8.25 합의정신을 거론하며 “북남 대화와 관계 개선을 위해 앞으로도 적극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런데도 북한은 신년사 연막작전 직후 기습적인 핵실험으로 국제사회의 허를 찌른 셈이 됐다.
이처럼 계산이 뻔한 상황에서 북한이 도발에 나선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도 답이 엇갈리고 있다.
북한이 핵이나 장거리 미사일 도발에 나서는 경우는 내부적 요인에 의한 국내 결집용이거나 국제사회의 압박에 따른 대외 과시용일 때가 많은데, 이번에는 딱히 들어맞지 않는다.
또 북한은 핵실험에 앞서 통상적으로 이를 실어나를 미사일 발사체 실험을 해왔는데 이번에는 그렇지 않은 점도 이례적이다.
북한은 지난해 10월 노동당 창건일을 맞아 미사일 도발을 가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중국 당서열 5위인 류윈산 상무위원의 방북 등으로 별 일 없이 넘어갔다.
하지만 보다 큰 맥락에서 보면, 북한의 3년 주기 핵도발 사이클상 올해 핵실험은 피해갈 수 없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은 2006년 10월 1차 핵실험에 이어 2009년 5월 2차, 2013년 2월 3차 핵실험까지 약 3년 단위로 핵 도발을 해왔고 그 연장선상에서 올해가 ‘적기’인 셈이다.
고명현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은 지난해 지뢰도발 이후 꾸준히 수위를 높이며 도발 과정을 거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랬던 것이 중간에 8.25 합의가 이뤄져 이산가족상봉으로까지 이어지고 대중관계도 호전되면서 일시 유예됐던 도발 스케줄이 재가동됐다는 설명이다.
고 연구위원은 “12월 남북 당국회담에서도 얻은 게 없고 마땅한 반대급부가 주어지지 않자 원래의 장기 전략으로 돌아온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이번에 관련국에 사전통보했던 전례조차 무시한 채 도발을 감행함으로써 호전적 이미지를 극대화한 것은 평화협정 체결 문제와도 관련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미국이 ‘전략적 인내’ 정책을 포기하고 북미 직접대화에 나서 한미연합 군사훈련을 중단하며 북미 평화협정에 서명하게끔 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 실장은 또 “한국 정부로 하여금 ‘통일준비’와 ‘통일외교’를 포기하고 북한과의 협력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오도록 압박하는 것을 목표로 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런 거시적 분석과 함께 공포정치를 통해 과도한 자신감을 갖게 된 김정은 제1비서가 35년만에 열리는 당대회를 앞두고 대내외적으로 과시하고자 하는 개인적 욕구가 작용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한국과 미국 등 국제사회는 김 제1비서가 지난달 수소탄 개발을 암시했음에도 이를 짐짓 무시하는 태도를 보였고, 이번 핵실험 성능에 대해서도 의문점을 찍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