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S라디오 '그대 창가에 김창기입니다'의 진행을 맡고 있는 김창기는 6일 방송에서 "오늘은 못난 친구 광석이의 스무 번째 기일입니다. 그날 아침을, 저는 영원히 잊지 못할 겁니다'라고 운을 뗐다.
김창기는 의대 재학중이던 1988년에 고 김광석, 유준열 등과 함께 동물원을 결성해 가요계에 데뷔했으며, 동물원의 대표곡 '거리에서' '널 사랑하겠어' '시청앞 지하철 역에서'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 '혜화동' 등을 작사 작곡했다.
대학 졸업 뒤에는 동물원을 떠나 20여 년 동안 소아청소년 정신과 전문의로 환자들을 만나고 있다.
아래에 김창기의 편지 전문을 소개한다.
광석이에게 |
오늘은… 못난 친구 광석이의 스무 번째 기일입니다. 그날 아침을, 저는 영원히 잊지 못할 겁니다 광석이는 숨이 막힐 듯 답답했던, 가슴의 무엇인지 모를 뜨거운 덩어리를 어찌해야 할지 몰라 좌충우돌했던, 젊은 시절을 함께한 친구였습니다. 아직도 많이 그립습니다. 우리는 대학교 1학년 때 만나서 형제처럼 붙어 다녔습니다. 바보 같은 짓을 참 많이 했죠. 함께 동물원이란 그룹을 만들어 제가 곡을 쓰고. 광석이는 그 노래를 부르고…. 참 좋은 시절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을 때가 더 많았습니다. 한동안 죄책감에 시달렸습니다. 녀석이 저를 필요로 했을 때, 저는 매번 저만의 이유로 함께 해주지 못했고, 결국 녀석은 그렇게 떠나갔으니까요. 또한 분노하기도 했습니다. 왜 저를 믿지 못했는지, 화를 내면서 제 귀를 잡고 끌고 가서라도 함께 상의하자고 하지 않았는지…. 우리의 노래는 광석이 덕분에 아직 살아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의 기억 속 김광석은 내가 아는 그 친구가 아닙니다. 저는 늦은 밤 "창기야, 뭐 하니?"라며 저를 불러내던 그 녀석이 필요합니다. 한잔 하면서, 서로 신세한탄을 하다가 "이런 바보 같으니라고!"라면서 혼내 줄 녀석이 필요한 것이죠. 저는 '광석이에게'(김창기가 쓰고 부른 김광석 추모곡)가 친구 팔아먹는 노래라는 오해를 받을까봐 잘 부르지 않습니다. 또 이 노래만 부르면 아직도 눈물이 나서 더 기피하게 됩니다. 그래도 오늘은 들려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광석이를 아직도 기억해 주고, 이제라도 이렇게 좋아해 줘서 고맙다는 말도 전하고 싶습니다. |
'광석이에게' - 김창기
숨 막힐 듯한 뜨거움을 감당할 수 없었어
우린 역행하듯 더 거칠게 달릴 수밖에 없었어
너의 추억이 손에 잡힐 듯 어제 일인 것 같아
어두운 거울에 비친 모습은 실제보다 더 가깝게 보이곤 해
너의 노래와 나의 언어로 서로의 자신을 찾고
외로움으로 뭉친 가슴의 이 덩어리를 사랑이라 믿고
단골집 이모가 제발 싸움은 밖에 나가 하라고 하기에
우린 밖으로 뛰쳐나가 우리가 여기에 있다고 고함쳤지
네가 날 떠났다는 걸 받아들일 수 없었어
너를 미워하고 또 날 미워해야 했어
왜 내게 말할 수 없었니
그렇게 날 믿지 못 했니
왜 그렇게 떠나가야 했니
첫 녹음을 하고 인정이란 달콤함에 길들여지고
그것에 중독되어 더 많은 욕망과 불안을 알게 되고
네가 날 필요로 했을 때 난 나만의 이유로 거기에 없었고
나의 친구이자 형제였던 넌 그렇게 떠나가야 했지
우리의 노래는 너의 덕분에 아직 살아남아 있지만
사람들의 기억 속의 너보단 내 곁에 있는 네가 필요해
믿을 수 있는 사람을 찾지만 함께 취해 주는 사람들뿐이고
무언가 말하려 하지만 남들이 먼저 다 하고 떠나갔고
네가 날 떠났다는 걸 받아들일 수 없었어.
너를 미워하고 또 날 미워해야 했어.
왜 내게 말할 수 없었니
그렇게 날 믿지 못 했니
왜 그렇게 떠나가야 했니
네가 날 떠났다는 걸 아직도 받아들일 수 없어
너를 미워하고 또 날 미워하고 있어
내게 말해주겠니
나를 믿어주겠니
그땐 나를 용서해주겠니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 김광석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내 텅 빈 방문을 닫은 채로
아직도 남아 있는 너의 향기
내 텅 빈 방 안에 가득한데
이렇게 홀로 누워 천장을 보니
눈앞에 글썽이는 너의 모습
잊으려 돌아 누운 내 눈가에
말 없이 흐르는 이슬방울들
지나간 시간은 추억 속에
묻히면 그만인 것을
나는 왜 이렇게 긴긴 밤을
또 잊지 못해 새울까
창 틈에 기다리던 새벽이 오면
어제보다 커진 내 방 안에
하얗게 밝아온 유리창에
썼다 지운다 널 사랑해
밤하늘에 빛나는 수많은 별들
저마다 아름답지만
내 맘속에 빛나는 별 하나
오직 너만 있을 뿐이야
창 틈에 기다리던 새벽이 오면
어제보다 커진 내 방 안에
하얗게 밝아온 유리창에
썼다 지운다 널 사랑해
하얗게 밝아온 유리창에
썼다 지운다 널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