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2년 1월 8일 수요집회가 시작되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하나둘 떳떳이 모습을 드러내면서 고(故) 김상희 할머니도 마이크를 들고 울부짖었다.
열다섯 꽃다운 나이에 일본군에 끌려가 매일 같이 시커먼 군인들을 상대한 것도 모자라 해방 후 귀국한 뒤에도 평생 '더러운 년'이라는 욕설과 손가락질을 받았던 그였다.
김 할머니를 비롯한 다른 피해 여성들과 한국 정신대 문제 대책 협의회(정대협) 등이 일본의 전쟁범죄 인정과 법적 배상 등을 요구해온 지 어느덧 만 24년.
그 사이 정대협에 등록된 피해자 238명 중 192명은 이미 세상을 떴다. 김 할머니도 지난 2006년 작고했다.
정대협 이지영 교육홍보팀장은 "정부도 헌법재판소의 판단에 따르려고 하는 것 같아 그나마 조금의 기대를 할 수 있었다"며 당시의 분위기를 회상했다.
하지만 최근 한국과 일본 정부가 당국자 간 회담에서 '최종적인 문제 해결'을 선언하면서 그동안의 외침은 다시 공허해졌다. 피해 당사자들이 24년 동안 매주 집회에 참석하면서 요구했던 내용 대부분이 빠졌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6일 새해 첫 수요집회는 전 세계 10여 개국, 30여 개 지역에서 연쇄적으로 개최된다.
정대협에 따르면 이날 집회는 서울 주한 일본대사관 앞 평화로뿐 아니라 일본 도쿄, 미국 뉴욕, 캐나다 토론토, 영국 런던, 오스트리아 빈, 독일 베를린, 호주 시드니 등에서도 열린다.
특히 도쿄에서는 아베 총리관저와 외무성 앞에서 집회가 이어질 예정이다.
지난해 말 한일 양국 협상 결과를 둘러싼 비판의 목소리는 정부의 설득에도 점차 사그라지기는 커녕 오히려 세계로 확산되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