先 안정 後 연봉…'착한기업'으로 몰리는 20대

[취업절벽 후 고용불안, 희망 찾는 청춘들③]

올해부터 정년이 60세로 연장되면서 구조조정의 칼날은 느닷없이 청춘들에게도 겨눠지고 있다. 이들조차 절감해야 하는 인건비 대상으로 추락한 것. 가까스레 취업절벽을 통과해 다시 고용불안의 살얼음에 놓인 청춘들의 현실을 3회에 걸쳐 짚어본다.[편집자 주]

채용박람회를 찾은 구직자들 (사진=자료사진)
"면접관이 오래 다닐 사람을 구한다고 먼저 말해주시는데 너무 입사하고 싶었습니다."

삼진어묵 신입사원 박정인(26·여)씨에게 기업 선택의 1순위는 연봉이나 간판이 아닌 안정이었다. 서울의 한 극장에서 비정규직으로 2년을 일하면서 고용불안감에 업무 자신감도 떨어지고 마음고생이 많았기 때문이다.

박씨는 "워낙 이직이 많으니 계약이 끝나갈 무렵 불안감이 엄습해왔다"면서 "이런 이유로 더 안정적 직장을 찾게 됐다"고 말했다.

이런 박씨에게 삼진어묵은 답답한 속을 뚫어주는 소화제 같은 회사였다.

그는 "수평적 조직 문화를 바탕으로 비전이 명확하고 구성원의 자기계발 기회가 많다는 점이 좋다"면서 "우리에게 투자를 한다는 건 회사와 직원이 함께 이끌고 간다는 의미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라이징 스타가 좋다...연봉은 후순위

박씨가 입사한 삼진어묵은 최근 신입사원 공채에서 160대 1의 경이로운 경쟁률로 화제가 된 지역 기업이다. 신입 연봉이 2500만원 수준으로 대기업에 못 미치지만, 8명을 채용하는데 무려 1283명이나 몰렸다.

삼진어묵 직원들이 꼽는 인기비결은 성장 가능성.

이 회사 관계자는 "삼진어묵은 2년 전 직원 수가 불과 45명이었지만 현재는 430명으로 10배 가까이 급증했다"면서 "계속 사세가 커지는 것을 20대들이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 같다"고 말했다.

희망퇴직이나 명예퇴직을 고려할 이유가 없이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어 고용이 안정적인 점과 조직문화가 수평적인 점이 매력요인으로 작용했다. 일자리를 찾는 청년들이 눈앞의 돈만 쫓지는 않는다는 의미다.

연봉만 고려하다 언제든 해고자 신세로 전락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것으로, 지난해 말 대기업에서 촉발된 20대 명퇴 바람이 가져온 신풍속도로 해석된다.

삼진어묵 신입사원 박정인 씨. 대기업에 비해 연봉은 적지만 직원을 생각하는 기업정서와 정규직 보장, 그리고 회사의 성장 가능성이 그녀가 이 회사를 선택한 이유다.
◇정규직 채용 늘리는 착한기업 확산

이번 채용으로 부산지역 기업인 삼진어묵은 정규직을 뽑는 '착한기업'으로 전국적으로 알려지게 됐다.

어려울 때 직원으로 뽑아주는 '착한기업'들은 더 있다. 음식 배달 업체 '배달의 민족'과 식품기업 '오뚜기'가 대표적 사례. '배달의 민족'의 배달 직원이 속한 배민라이더스는 60명의 직원을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중이다.

정규직을 희망하는 직원은 3개월 수습 기간을 거쳐 정직원으로 뽑는다. 현재 6명이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정규직이 되면 월 250만원의 월급과 사대보험, 각종 사고보험의 혜택을 받는다.

오뚜기도 대형 마트에서 일하는 시식 사원 1800여명 전체를 정규직으로 고용했다. 대다수 식품 기업이 인력업체에서 직원을 파견받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들 기업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나선 것은 단기적으로 늘어나는 인건비 부담을 감내하면서 직원들의 충성도를 높여 숙련되고 안정된 서비스를 고객에 제공하는 것이 이득이라는 판단에서다.

실제 이들 기업은 정규직 채용 소식이 알려진 후 매출이 신장하는 효과를 봤다. 오뚜기의 한 관계자는 "시식 사원을 정규직으로 뽑고나서 대형마트 판매가 더 증가했다"고 말했다.

◇전문가 "20대 착한기업 선호 현상 주목해야"

전문가들은 20대들의 착한기업 선호 현상에 대해 인원 감축에 몰두하는 기업들이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화여대 경영학과 강혜련 교수는 실적이 조금만 나빠져도 구조조정부터 고려하는 기업들의 행태에 대해 "20대 신입을 해고하는 건 1~2년 앞도 내다보지 못한 무능함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빈번한 구조조정은 기업 이미지 실추, 우수 인재 확보 어려움 등으로 기업 경쟁력을 갉아먹어 결국 실적이 나빠지는 악순환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다 .

어려워도 직원과 함께 하는 기업일수록 위기를 극복한 뒤 지속적인 성장을 이뤄낸다는 게 강 교수의 주장이다.

그는 "훌륭한 인재는 회사를 오래다니면서 업무에 대한 경험과 학습이 쌓여서 탄생한다"며 "재정적으로 조금 위기가 왔다고 직원부터 내보내는 기업은 지속가능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민주노총 박성식 대변인도 "현재 청년들은 안정적 고용을 절실히 요구한다"면서 "기업들이 청년을 적극적으로 고용하고 창의성을 수용하는 게 장기적인 관점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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