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韓정부, 무엇을 타개하려했던 건가?
- 일본은 손 안대고 코 푼 셈
- 일본이 사과? 과거수준에 준할뿐
- 위안부 협상, 12월에 꼭 했어야 했나?
- 반기문 총장 발언, 적절치 않아 보여
- 피해자나 관련단체와 소통도 없었으니
- 내부갈등으로 이어질 가능성 커
- 재단 만든다? 위험한 발상
- 우선 국민에 양해 구해야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30~20:00)
■ 방송일 : 2016년 1월 4일 (월) 오후 7시 05분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신주백 (연세대 국학연구원 HK 연구교수)
◇ 정관용> 한국과 일본 양국 정부 사이에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 최종적으로 타결 지었다고 하지만 또 우리 국민의 상당수는 받아들이고 있지 못한, 정작 그 당사자들이 납득하지 못하고 있는 그것 다시 한 번 돌아보겠습니다. 연세대학교의 신주백 HK 연구교수가 ‘이제 이 문제는 한일정부 간의 갈등이 아니라 우리 내부 간의 갈등으로 이전된다’ 이런 표현을 쓰셨네요. 그래서 좀 모셨습니다. 신주백 교수 어서 오십시오.
◆ 신주백> 네, 안녕하세요.
◇ 정관용> 우선 한일 간에 타결됐다고 하는 그 협상내용, 어떻게 평가하세요?
◆ 신주백> 일본의 승리다, 이렇게 흔히들 평가하는 부분은 저도 동의를 하는 부분이고요. 일본과 한국 간의 외교적인 관계화 되어 있는 역사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건 당연한 건데 이번 합의는 우리 흔히 하는 말로 나가도 너무 나갔다. 예상을 뛰어넘는 것에 대해서 혹자는 그걸 결단내지는 결연한 의지라고 얘기할 수 있는 사람도 있겠지만 제가 볼 때는 너무 나간, 다른 얘기로 하면 대책이 없이 너무 나간 합의였다고 봅니다.
◇ 정관용> 어떤 면에서요?
◆ 신주백> 우선 이번 합의과정이, 이번 합의가 엄밀히 말해서 법적효력을 갖고 있는 건 아닙니다. 문서화되어 있지 않고. 예를 들어서 정상 간의 공동성명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국회를 통과한 조약의 형태도 아니고.
◇ 정관용> 외교장관 간 합의문, 이건 있는 거죠?
◆ 신주백> 네, 그 정도의 수준인 거죠. 국제법적으로 보면 그게 법적 효력이 얼마나 있을까에 대해서는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이지만 세상에 공개적으로 공표를 했기 때문에.
◇ 정관용> 그래요?
◆ 신주백> 그 부분은 의미가 있는 건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부가 이것을 통해서 무엇을 기대했고 현재 무엇을 타개하려고 했고 앞으로 한국이 뭘 기대하면서 미래에 한일관계를 열어나가려고 했는지가 이번 합의문에는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 정관용> 그런데 옹호하는 측에서는 이른바 장관 간 합의문 안에 군의 관여라고 하는 표현도 들어 있고 정부의 책임이라는 표현도 들어 있고 총리가 박 대통령하고 통화까지 하면서 사죄라는 표현도 썼고. 그렇게 사죄가 아니라 사과라고 번역을 하는 게 옳다고는 하던데 아무튼 그런 표현들이 있고 그다음에 정부 예산에서 10억엔을 냈다. 그러니까 우리 정부가 강조했던 어떤 정부의 책임 그리고 정부 당국자의 사과 그다음에 배상, 이게 들어 있는 것 아니냐라고 해석을 하던데 그건 어떻게 생각하세요?
◆ 신주백> 그건 예를 들어서 총리의 사과라든지 책임의 문제에 대한 얘기를 한 부분은 사실적으로 맞고요. 엄밀히 말해서 고노담화 이후에 그것 자체가 크게 진척되었다고 봐야 되느냐 하는 문제는 또 다른 차원의 영역인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총리의 사과 발언은 국민연금을 피해자 여성들에게 돌리고자 할 때 총리의 사과편지 수준을 벗어나진 않아요. 언어적 표현의 부분에서 보면. 따라서 이런 표현들이 어떻게 보면 립서비스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 다시 말하자면 한국의 입장에서는 진정성에 대해서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이것이 그만큼 설득력이 있겠느냐. 그동안에 어떤 맥락이 이렇게 서로 간에 신뢰성을 구축해온 과정에서 이 발언이었다면 아, 이건 정말 대단하다. 정말 마무리를 잘 하신다. 이렇게 이야기할 수 있는데 사실은 그 과정이 없는 상태에서 이 발언을 했을 때 이것에 대한 진정성에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이고 더구나 그 부분을 갖다가 최종적, 불가역적이라는 표현을 써가면서 마무리하려고 했던 것이 도대체 최종적, 불가역적의 대상이 뭐냐. 기준이 뭐냐라고 했을 때 합의문상에서는 엄밀히 말해서 10억엔, 정부 예산의 10억엔밖에 없는 거거든요.
◇ 정관용> 그러면 우리 정부 입장에서는 또 그 위안부 당사자 입장에서는 절대 양보할 수 없는 선이 뭡니까? 뭐와 뭐가 들어갔어야 하는 겁니까? 그래야 합의에 이를 수 있었던 겁니까?
◆ 신주백> 그 이전에요, 한국사회가 지금 문제제기를 하고 있지 않는 것 중의 하나는 왜 이 시점에 와서 합의를 했어야 하느냐라는 문제입니다.
◇ 정관용> 그건 좀 이따 짚도록 하고요.
◆ 신주백> 아니 지금 진행자께서 질문하신 내용은 왜 이 시점에서 합의를 했어야 하느냐라는 문제가 설명이 되어야 어느 정도의 수준에서 지금 이야기가 되어질 수 있는가에 대한 얘기를 할 수 있는 거죠. 예를 들어서 법적 책임의 문제가 들어가 있지 않다. 현재 상황에서 그것이 과연 가능하냐. 일본의 우경화를 떠나서 일본사회가 현재 갖고 있는 역사인식의 구조, 주류사회의 역사인식의 구조라든지 역사적 기반의 문제라는 측면에서 봤을 때 가능하냐. 그건 아니라고 보거든요. 그렇다면 법적책임이 언급되지 않은 게 문제냐? 저는 아니라고 보는 거고요. 이 부분에 대해서 피해자인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에 대해서 어떤 식으로 일본정부가 다가가려고 했느냐, 노력을 했느냐 내지는 진정성이 보여진다라는 액션 내지는 말, 이런 부분이 오히려 더 중요했다는 것이죠.
◇ 정관용> 그러니까 지금 이 시점에서는 법적책임을 명시적으로 인정받기는 일단 불가능하다고 본다면 그러면 일본 정부가 그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한테 잘 다가가서 진정성 있게 설득력을 보여줬다면 어느 선에서 합의도 우리 신 교수님은 할 수 있다? 법적책임이 빠진다 하더라도? 그런 입장이시군요. 좀 유연하시네요, 어떻게 보자면.
◆ 신주백> 그리고 그랬을 때 다른 역사 문제의 상황과의 연관성을 고려하는 한국정부의 외교정책이 필요했다. 그런데 이 부분은 이번 합의안에서 위안부 문제만을 놓고 이야기하려고 했던 사고가 정책적 사고 내지는 접근 태도가 이런 합의결과로 가지고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고 말을 하는 모습으로 나타난 게 아닌가.
◇ 정관용> 청와대 김성호 홍보수석이 정부가 최선을 다한 결과에 대해서 ‘무효다, 수용할 수 없다’ 이렇게 반대만 한다면 앞으로 어떤 정부도 까다로운 문제는 아예 손을 놓게 될 거다. 이렇게 반박을 했거든요? 그러니까 즉, 일본이라는 상대가 있기 때문에 반대하시는 민간단체나 이런 사람들이 주장하는 바대로의 합의는 불가능한 거다. 우리 정부는 그 불가능한 상황에서 최선을 다한 거다. 이런 인식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 신주백> 그러니까 일본군 위안부 문제나 역사 문제를 지금의 시점에서 꼭 해결해야 되는 문제로 봐야 하느냐. 아니면 이 문제를 가지고 서로가 같이 새로운 것을 모색할 수 있는 미래적인 대안의 차원에서 얘기해 볼 수 있는 것으로 봐야 되느냐라는 문제는 다른 차원인 것 같고요. 제가 볼 때는 홍보수석의 발언은 전자라고 보고요.
◇ 정관용> 이 시점에 해결만 해야만 한다는 그것?
◆ 신주백> 네. 까다로운 문제를 손 놓게 될 것이고 어떤 정부더라도 합의를 이끄는 게 쉽지 않을 것이다 하는 것은 국가를 책임지고 있는, 외교를 담당하고 있는 정부로서는 대단히 무책임한 발언이라고 보는 거죠. 이건 외교력이라는 문제를 간과한 불가능한 어려운 문제를 풀어가려고 하는 모멘텀을 만든다든지 만들어낸다는 것에 대한 외교력에 관련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이런 식의 사고를 하는 것 자체가 저는 굉장히 잘못된 사고라고 봅니다.
◇ 정관용> 외교라는 건 불가능이 없는 거죠.
◆ 신주백> 그렇죠. 사람이 대화하는 건데.
◇ 정관용> 그러니까 지금 이 꼭 아니라도 나중에라도. 그렇죠?
◆ 신주백> 네.
◇ 정관용> 그런데 UN의 반기문 사무총장이 박근혜 대통령한테 ‘아주 탁월한 비전을 갖고 올바른 용단을 내린 것이다’ 이렇게 했답니다. 반기문 총장의 이 인식 어떻게 생각하세요?
◆ 신주백> 인식 이전에 퇴임이 다가오시면서 국내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관심을 갖는 건 좋은데 퇴임이 다가오면서 국내정치 문제에 대해서 논쟁거리 사안에 개입하는 것은 그다지 리더로서의 책임 있는 자리에 계신 분으로서 올바른 처신이라고는 보이지 않습니다. 본인이 국내에 계시고 국내문제에 발언할 수 있는 자리라면 그렇게 하면서 문제해결적으로 본인이 보여주면 되는 것이고.
◇ 정관용> 그러니까 외교수장으로서 한일양국 간의 외교문제를 풀었다, 이걸 평가한 거라고 해석할 수는 없다는 거죠?
◆ 신주백> 네.
◇ 정관용> 국내 정치의의 찬반이 엇갈리는 어떤 대목에 분명히 개입한 거다?
◆ 신주백> 그렇죠. 개입한 거죠.
◇ 정관용> 박 대통령의 편을 든 거다?
◆ 신주백> 사람들에 따라서는 해석이 달라질 수 있지 않겠습니까? 퇴임이 다가오는 마당에 대통령 후보 이야기가 오고 가는 마당에 그런 발언을 한 것 자체를 사람들이 정말 그분이 그렇게 평가한 것을 그대로 믿을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분명히 다른 시선으로 볼 수도 있는 것이 아니냐라는 부분이죠.
◇ 정관용> 한때는 야당에서도 반기문 사무총장 우리 편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라고 했는데 이 발언 때문에 그 얘기는 들어갈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 신주백> 그 부분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발언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닌 것 같아요.
◇ 정관용> 그래서 우리 신주백 교수께서는 이번에 이 협상 이른바 타결, 그것 때문에 앞으로의 갈등은 국내화 될 것이다라고 말씀하셨잖아요. 무슨 뜻입니까?
◆ 신주백> 일단 이번의 합의가 청취자 여러분께서 아셔야 될 것이 3년간의 치열한 갈등, 0:100 아니면 100:0의 결과만 가져올 수 없을 만큼의 갈등이 치열했는데 갑자기 탁 합의가 됐단 말이죠. 맥락이 없다라는 거죠.
◇ 정관용> 맥락이 없다.
◆ 신주백> 다시 말하자면 맥락이 없었던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는 기본적으로 소통이 안 됐던 부분이 하나 있고요.
◇ 정관용> 그 소통은 한일 간에? 아니면 내부?
◆ 신주백> 우리 내부에서.
◇ 정관용> 내부 간에.
◆ 신주백> 우리 내부에서 이 부분에 대한 소통이고 노력해 온 사람들에 대한 태도가 수용적인 태도든 그들을 포용하려는 태도든 그런 것이 보이지 않았다라는 이 상황에서 재단을 만들려고 한다는 것이죠.
◇ 정관용> 한마디로 정부가 이 정대협이라든지 위안부 할머니들하고 대화와 소통이 없었던 거죠, 한마디로?
◆ 신주백> 얼마나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예를 들면 합의 이후에 외교장관이나 심의관이나 차관이 찾아간 것 말고 별도의 또 다른 어떤 루트가 있었는지는 모르겠는데 현재 상황에서는 소통이 없었다고 얘기하는 게 일반적인 이야기니까 그것에 근거한다면 그렇고요. 그런 가운데서 재단을 만든다면 결국 재단은 나는 안 들어간다.
◇ 정관용> 맞아요.
◆ 신주백> 너 들어와라. 이런 과정에서.
◇ 정관용> 돈을 주겠다. 돈 주겠다, 난 안 받겠다, 이런.
◆ 신주백> 이게 역사 화해를 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내부 갈등으로 갈 것이고 결과적으로 보면 일본의 입장에서는 힘 하나도 들이지 않고 코 푸는 셈이 되어 버리는 그런 모양새로 한국이 비춰질 수도 있겠다.
◇ 정관용> 이제 진짜 제가 궁금했던 건데 정부는 그럼 왜 이랬다고 생각하세요? 왜 꼭 이 시점에 이런 정도의 내용으로, 그것도 당사자인 할머니들과 사전 교감도 없이. 왜 이랬다고 생각하세요?
◆ 신주백> 예를 들어서 2012년 8월달에 이명박 대통령께서 독도를 방문한 것하고 작년 12월 28일 합의한 사항은 저의 개인적인 견해로는 맥락이 없는 외교적 선택이었다는 것이고요. 또는 그런 맥락이 없는 선택인데 이번에 행동이 다른 점은 그것은 개인의 결단에 의한 움직임이라면 이 부분은 흔히 언론에서 보도되어지는 한미일 관계 속에서 움직인 것이 아니냐라는 것이고 그것은 미국의 이해를 반영한 게 아니냐. 1965년 한일기본조약도 마찬가지였고 이번 12월 28일자 합의도 미국의 상당한 중재적인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이게 가능했던 것이 아니냐는 부분이 제 개인적인 추측이고요. 다른 하나는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흔히 언론에서 얘기되듯이 한일국교정상화 50주년 때 뭔가 해야 된다고 하는 이 상황에 어떤 상황적인 필요성에 대한 강박관념이 이런 모습으로 나타난 게 아닌가 싶거든요.
◇ 정관용> 아니, 그건 또 많은 언론들이 지적하는 대목입니다. 그런데 제가 진짜 궁금한 것은 미국이 한일관계 빨리 정상화하라고 압력을 넣은 것 확실해요. 그런데 미국이 요구한 것은 한일관계의 정상화지, 위안부 문제의 타결은 아니거든요. 그런데 위안부 문제가 타결 안 되면 한일국교정상화도 안 하겠다고 한 것은 박근혜 정부가 스스로 선택해서 선언한 것이란 말이죠. 그러면 압력에 못 이겨서건 아니면 국제정치의 현실을 반영해서건 좋다. 그럼 이 연계전술을 바꿔보겠다. 즉, 위안부 문제는 앞으로 우리가 계속해서 집요하게 요구할 것이지만 당분간 필요상 한일국교정상회담도 하고 이것은 정상화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할 수도 있는 거잖아요. 그렇게 하면 미국은 오케이 할 것 아닙니까? 맞죠?
◆ 신주백> 네.
◇ 정관용> 그런데 왜 그 카드를 안 선택했느냐는 거죠. 또 두번째로 말씀하신 한일 양국 간의 수교 50주년. 좋아요. 수교 50주년도 됐으니 일단 정상회담 정도는 하겠다. 위안부 문제는 남겨놓겠다. 이렇게 할 수도 있는 것 아닙니까? 그런데 왜 그렇게 안 했느냐는 거죠.
◆ 신주백> 박근혜 정부 3년 동안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한일관계의 외줄타기 성격을 갖고 있는 이슈였습니다.
◇ 정관용> 그렇게 걸었죠, 박근혜 정부가.
◆ 신주백> 그 이슈 이외의 것은 이슈가 되지 않았죠, 사실상. 그 결과의 당연한 자가당착이라고 보는데요. 그러니까 엄밀히 말하면.
◇ 정관용> 자가당착이다.
◆ 신주백> 이 이슈와 다른 이슈 간의 연계성과 상대적 거리두기. 그다음에 역사문제와 한일 간의 다른 문제 간의 분리 내지는 상대적 거리두기를 통해서 외교를 유연하게 3년 동안 펼쳐왔다면 지금 진행자께서 말씀하신 문제가 자연스럽게 그렇게 풀어갈 수 있도록 유연성이 발휘됐겠죠. 그런데 실질적으로 아까도 말씀드렸습니다마는 0대 100 아니면 1대 100으로 외줄타기로 몰아갔단 말이죠. 스스로가 몰아갔어요. 그런 과정에서 이 결과를 빚은 거죠. 그래서 다른 사고를 할 수 있는 여력이 없었을 것이 아닌가라는 추측을 저는 해 봅니다.
◇ 정관용> 그러니까 압력에 의해서건 뭐가 됐건 한일관계를 이제 정상화시켜야 된다라고 하면 위안부 문제는 무조건 합의를 해야 하는 거군요.
◆ 신주백> 네.
◇ 정관용> 그 인식에서는.
◆ 신주백> 그게 최우선이었다고 스스로 내걸었기 때문에.
◇ 정관용> 그런데 그 인식이 옳은가요? 외줄타기의 전술을 썼다가 전술을 바꿀 수 있는 것 아닙니까?
◆ 신주백>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 정관용> 그런데 왜 그것을 못 바꾸죠? 적어도 그렇게, 바꿀 수 있었다면 그래서 위안부 문제의 정말 한일정상화, 정상회담 등등을 우리가 걸었었다. 그런데 일본이 저런 인식의 모습을 보임으로 해서 결국은 우리가 원하는 타결을 거둘 수 없다. 앞으로 위안부 문제는 집요하게 계속 요구해 나가겠다. 하지만 정상회담을 이제 하겠다. 이러면 어떻게 됩니까?
◆ 신주백> 본인의, 대통령의 마음에 들어가지 못 해서 말은 정확하게 못 하겠지만 12월 28일자 합의 이후에 두 번의, 한 번은 대국민 메시지가 있었고 두번째는 청와대 입장 발표가 있지 않았습니까? 그때 했던 문맥을 진행자가 질문하신 내용과 연결시켜서 답변을 해보면 우리는 이 문제를 풀어나가는 것을 한일관계 정상화의 원칙으로 삼았었다라고 얘기했습니다.
◇ 정관용> 원칙.
◆ 신주백> 이 부분하고 혹시 연관된 외교적 선택이 아니었을까.
◇ 정관용> 원칙, 이것은 바꿀 수 없는 거죠? 스스로 원칙의 틀을 만들어서 그 안에 묶였군요?
◆ 신주백> 저는 개인적으로 그런 측면도 있다고 봅니다.
◇ 정관용> 외교가 원래 그런 건 아니잖아요. 신 교수님 원래 그쪽 전공이시니까.
◆ 신주백> 저는 역사학인데 외교라고 하기엔 좀 어렵습니다마는.
◇ 정관용> 역사적으로 외교...
◆ 신주백> 외교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푸는 부분에서 보면 관계라는 것은 유동적인 거니까 그 부분에서 역동성을 가지고 풀어나갈 수 있는 태도는 얼마든지 보여줄 수 있고 중요한 것은 이 과정에서 이러이러하기 때문에 이번에 합의를 했고 나는 이러이러하기 때문에 이 합의를 통해서 앞으로 무엇을 해야겠다라고 하는 국민 메시지가 사실은 담화에 들어갔어야죠. 국민 메시지. 그러나 두 차례의 청와대 내지는 대통령의 메시지에는 그런 부분이 전혀 있지 않아요.
◇ 정관용> 그렇죠.
◆ 신주백> 다시 말하자면 왜 이 시점에 이렇게 해나가겠다는 대국민 설득이라든지 내지는 국민에게 양해를 구하려고 하는 태도는 어떤 문맥에도 없다라는 것이죠.
◇ 정관용> 참. 혹시 일본의 지금 정부 관료들이 위안부상 이전, 철거. 이것이 있어야 10억엔을 준다, 이런 발언을 슬쩍슬쩍 흘리고 있지 않습니까? 그건 국내 정치용이라고들 합니다. 일본 국내 정치용이라고 하긴 합니다마는 어쨌든 그런 인식을 노골적으로 일본 정부는 드러내고 있단 말이에요. 혹시 이런 게 계기가 돼서 지난 연말에 합의가 아예 없었던 일로 되돌아갈 가능성은 없다고 생각하세요? 우리 정부 입장에서도 이 위안부상 이전 없이는 10억엔 못 준다, 이런 식으로 계속 만약 행동으로 노골화된다면 우리 정부 입장에서도 재단 못 만드는 것 아닙니까, 사실.
◆ 신주백> 그러니까 이게 판단해야 될 문제인데요. 현재의 시점에서 한국 정부가 지금 현재 여론이 이러니까 나 합의 동의할 수 없다. 합의 없던 걸로 하겠다고 할 수는 없다고 저는 봅니다. 이미 국제사회에 공표를 했던 상황이면.
◇ 정관용> 하지만 10억엔을 안 주면 합의는 없었던 걸로 할 수 있잖아요.
◆ 신주백> 그렇죠. 문제는 그렇게 가는 과정이 지금 현재 워낙 이 합의문이 여러 군데서 부족하고 법적으로도 약하기 때문에 법적 근거도 약하기 때문에 이걸 내용적으로 만들어놓으려고 하는 완성시켜나가고 보완해나가려고 하는 정부의 노력은 분명히 필요합니다. 그 과정에서 예를 들면 유네스코의 기록유산의 등재문제라든지 독도의 날 선포 문제라든지 일본의 고등학교 4월에 예정되는 교과서검정결과 문제라든지 7월에 있는 일본의 총선이라든지 이런 일련의 연속적인 과정에서 이런 부분이 부족하고 불안전한 부분이 채워지면서 넘어설 수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서 그 부분은 판단할 수 있는 문제이지, 지금 이렇게 이렇다, 저렇다 말하는 것 자체가 오히려 좋지 않은 모습이라고 봅니다.
◇ 정관용> 일본도 말은 저렇게 하지만 결국 위안부상 이전 안 해도 10억엔을 내겠죠?
◆ 신주백> 그건 저는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 정관용> 그래요? 참. 오죽 답답하면 제가 합의가 워낙 국민들한테 지탄도 되고 하니까 혹시 없었던 일로 되는 건 아닐까 그런 가능성은 없을까 싶어서 여쭤본 건데. 예단하기 쉽지 않군요.
◆ 신주백> 어쨌든 한국 정부로서는 현재로서 한국 정부가 할 수 있는 것은 이 합의문 자체에 대한 내용적인 보완을 얼마나 성실하고 진정성 있게 하느냐를 국민에게 보여주고 일본 정부에게 보여주면서 요구를 해야 되는 부분에서 이 합의문이 출발될 수밖에 없고.
◇ 정관용> 핵심적으로 뭘 일본한테 요구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 신주백> 아니, 일단은 중요한 것은 저는 그래서 현재 합의문에서 재단을 먼저 만드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 발상이라고 봅니다.
◇ 정관용> 우리가 먼저 만드는 것은?
◆ 신주백> 네. 지금 현 상태에서 재단을 만드는 것은 논란의 불씨를 키운다. 이건 불쏘시개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 오히려 이 내용이 부족한 부분이 뭐고 무엇을 어떻게 채워가겠다라고 하는 정부 당국의 발언, 국민에 대한 이해, 양해를 구하는 노력이 필요하고 동시에 이런 부분을 채워나가는 것에서 일본이 어떻게 움직여야 된다. 내지는 그 과정에서 어떠어떠한 부정적 발언을 안 했으면 좋겠다라는 식의 요구를 당당하게 하는 방향에서 일단 채워나가고 보완하는 방향에서 문제를 풀어나가는 것이 우선 어쩔 수 없는 선택입니다, 지금 상황은.
◇ 정관용> 그러고 보니까 일본 정부나 언론을 향해서 말조심하라고 하는 발언은 있었지만 우리 정부 당국자가 일본 정부 당국자 같은 식의 발언은 한 번도 없었어요. 예를 들면 일본 정부처럼 ‘위안부상 이전되는 걸로 알고 있다. 이전이 되는 것이 10억엔의 조건이다’ 이런 식의 발언을 일본 당국자들은 하잖아요. 마찬가지로 우리 정부 당국자라면 ‘그런 일본 정부의 태도라면 이번 합의는 없었던 것으로 하겠다’ 이런 식의 발언이 나와야 되는 것 아니에요?
◆ 신주백> 네. 저도 그게 정상이라고 생각합니다.
◇ 정관용> 왜 그런 발언도 못 하죠?
◆ 신주백> 저도 그게 정상이라고 보는데 그걸 안 하기 때문에 이 합의문에 대한 이면설이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고.
◇ 정관용> 무슨 이면설입니까?
◆ 신주백> 그러니까 뭐 이렇게 10억엔과 이걸 바꾼 것이 정확한 것 아니냐? 예를 들면 이런 거라든지 그냥 노력하겠다고 했는데 진짜 그런 것이 아니냐라든지. 이런 식의 이면설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고 정확한 설득을 할 필요가 있다. 국민에게 정확하게 국가가 어떠어떠한 태도를 보이겠다는 신뢰감 있는 말을 좀 해 줄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 정관용> 그 합의에 이르는 것도 뚱딴지같고 잘 모르겠는데 그 다음도 그러네요. 지금 설명말씀을 들어보니까.
◆ 신주백> 네.
◇ 정관용> 아이고. 더 답답해집니다, 인터뷰를 나누고. 오늘 여기까지 할까요? 고맙습니다.
◆ 신주백> 네, 감사합니다.
◇ 정관용> 연세대학교 신주백 교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