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뉴스]"청와대, 왜 반 총장 통화 내용을 공개했을까?"

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 시원히 짚어 줍니다. [Why뉴스]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들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

■ 방송 : 권영철의 Why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권영철 CBS 선임기자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신년인사를 하면서 위안부 협상과 관련해 '올바른 용단'이라며 '역사가 높이 평가 할 것'이라고 말한 사실이 공개되면서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그래서 오늘 [Why뉴스]에서는 "청와대는 왜 반기문 사무총장과의 통화 내용을 공개했을까?"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 청와대가 통화내용을 공개해도 되는 거냐?

청와대 (사진=황진환 기자)
= 공개 자체가 문제가 되는 건 아니다. 문제가 될려면 반기문 사무총장이 왜 공개를 했느냐고 항의를 하거나 이의를 제기해야 하는데 아직 아무런 입장이 없다.

외교가에서는 공개 될 걸 알고 한 발언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한 전직 고위외교관은 "그 정도 발언을 할 때는 비밀도 아니고 공개될 것이라는 걸 알고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번에만 공개한 게 아니고 매년 공개해왔다. 이례적이거나 새로운 일은 아니라는 얘기다.

청와대는 반 총장이 지난 2013년 2월 25일 취임 이틀 뒤인 2월 27일 취임 축하인사를 했다는 짧은 보도자료를 낸 것을 시작으로 2014년 1월 2일에는 청와대가 '대통령,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신년인사 전화통화'라는 제목의 공식 보도자료 냈다.

박근혜 대통령 (사진=청와대 제공)
2015년 1월 2일에도 '대통령,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신년인사 전화통화'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고 "박근혜 대통령은 2일 오전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새해 인사 전화를 받고 한국-유엔간 협력 및 상호관심사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공개했다.

그리고 올해 1월 1일에도 '대통령,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신년인사 전화통화'라는 제목의 보도자료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1일 오후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으로부터 새해 인사 전화를 받고 한국-유엔간 협력 및 상호관심사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지난해와 비슷하게 밝힌 것이다.

▶ 보도자료에 구체적인 통화내용도 담기는 거냐?

= 그렇다. 2014년 신년인사 통화에서는 남북문제와 남수단 문제 유엔에서 열리는 기후변화 협약 문제 등등을 언급했다.

2015년에도 남북문제와 에볼라 관련 대화 등등 외교적인 현안과 국제문제 유엔에서의 활동에 대한 대화를 했다고 공개했다.

그리고 올해는 오히려 2014년이나 2015년에 비해 공개한 분량이 적었다. 그런데 위안부 합의와 관련해서 언급을 했고 그 대화내용을 청와대가 공개한 것이다.

청와대가 보도자료에서 밝힌 반 총장의 발언을 보면 "(한.일) 양국이 이번에 24년간 어려운 현안으로 되어 있었던 위안부 문제에 대해 합의에 이른 것을 축하한다면서, 박 대통령께서 비전을 갖고 올바른 용단을 내린 데 대해 역사가 높게 평가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또한, "한·일간 어려운 관계가 지속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음에 비추어, 국교 정상화 50주년의 해가 가기 전에 이번 협상이 타결된 것을 매우 다행으로 생각한다"고 했다.는 것이었다.

▶ 반기문 사무총장의 개인적인 통화냐? 유엔 사무총장으로서의 공식적인 통화냐?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사진=박종민 기자)
= 당연히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통화한 것이다. 다만 신년인사 차원에서 전화한 것이므로 유엔의 공식적인 입장을 대변한 것이냐는 데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청와대에서 오래 근무한 한 전직 고위 외교관은 "반기문 사무총장이 신년에 전현직 대통령들에게 신년인사차 전화를 한다"면서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공식적인 외국정상들과의 통화 때처럼 영어로 통화하고 통역을 두고 그렇게 하지는 않고 편하게 우리말로 통화한다"고 말했다.

또 통화내용도 주로 덕담차원이라고 한다. 전직 외교관은 "새해 인사차 덕담차원에서 하는 말인데 그걸 유엔의 공식입장을 사무총장이 발표한거 아니냐? 그렇게 따지기는 좀 그렇다"고 말했다. 유엔에서도 사무총장의 인사말을 언론에 공개하거나 하지는 않는다.

반 총장 입장에서는 최근에 있었던 일을 거론하면서 '애 많이 쓰셨다'는 차원에서 한 얘기라는 설명이다. 오히려 신년인사차 전화해서 '왜 그런 합의를 하셨느냐?"고 따지는 건 덕담이 아니라는 것이다.

반 총장이 유엔 사무총장의 자격으로서 통화를 한 것은 맞지만 통화내용은 신년인사 차원의 덕담수준이라는 얘기다.

▶ 반 총장의 발언이 그동안의 유엔입장과는 배치되는 것 아니냐?

= 논란의 소지가 있다. 유엔의 공식입장이라고 하면 최고 의결기구인 안보리에서 결의하거나 유엔총회에서 결의가 이뤄져야 하는데 아직 위안부 문제로 안보리나 유엔 총회의 결의는 없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의 정청래 의원 (사진=황진환 기자)
더불어민주당의 정청래 의원이 4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발언을 겨냥해 "위안부의 법적 책임을 인정하고 보상을 권고한 유엔의 입장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이런 비판이 나오는 이유는 그동안 유엔인권위원회 등 여러위원회에서 국가차원의 배상과 책임자 처벌을 권고해왔기 때문이다.

1996년 유엔인권위원회는 "군대위안부의 인권침해를 명백한 국제법 위반으로 규정하고 국가차원의 손해배상과 책임자 처벌, 자료공개,교과서 개정등을 일본정부에 권고"했다.

지난 2014년 7월 24일 유엔 시민적·정치적 권리위원회는 "일본 정부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게 공개적으로 사과하고 배상해야 한다고 권고"했고,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는 2014년 8월 29일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부정하고 명예를 훼손하는 시도를 규탄하고, 피해자들의 권리 침해에 대한 조사를 통해 가해자들을 처벌하라고 일본 정부에 권고"했다.

그렇지만 외교가에서는 이런 권고들은 말그대로 아무런 강제성이 없는 권고일 따름이어서 유엔의 입장과 배치된다고 보기 어렵다는 의견들이다. 또 유엔산하의 위원회 차원에서의 권고는 실효성이 없다는 얘기도 나온다.

한 고위 외교관은 "유엔에서 가장 권위있는 건 유엔안보리 결의로 이건 구속력을 가지는 것으로 해당국가의 찬반여부와는 관련이 없고, 그 다음이 유엔총회의 결의지만 아직 유엔총회에서 위안부관련 결의안이 채택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또 "유엔총회에서의 결의를 해당국가가 반대하면 아무런 효력을 발휘할 수 없다"고도 했다.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관계자도 유엔총회에서 위안부 문제가 결의된 적은 없다고 확인했다.

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유엔 사무총장은 안보리 결의나 유엔총회 결의를 이행하는 책임을 진 자리이므로 위원회의 권고와 다른 언급을 했다고해서 유엔의 입장과 배치된다고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다만 반기문 사무총장이 외교부장관 때의 입장과는 분명 달라진 것이라는 평가다. 반 총장은 외교장관이던 2004년 10월 국정감사 답변에서 "전쟁시에 성적 노예 행위를 강제한 것은 국제법에 반하는 중대한 불법행위"라고 말했고, 2005년 6월 외교부 정례브리핑에서 "역사문제에 대한 해결없이 진정한 이웃간의 화해 협력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인식하는 것이 양국의 미래를 위해서도 필요하다"는 발언을 하는 등 위안부 문제에 대해 일본의 불법과 역사인식 문제를 여러차례 지적했던 것과는 분명 다른 태도이다.

▶ 반 사무총장의 입장이 바뀐 것이냐?

= 입장이 바뀐 것인지 아니면 어떤 의도를 갖고 한 것인지는 의문이다. 그렇지만 반 총장이 의도적으로 그런 발언을 했을 것이라는 게 반 총장을 잘아는 사람들의 분석이다.

반 사무총장의 별명이 '만유(鰻油)' 즉 '기름장어'다. 장어가 매끄러운데 기름까지 발랐으니 얼마나 요리조리 잘빠져 나가겠나? 반 사무총장이 외교부 장관을 마치고 유엔 사무총장으로 영전할 때 당시 외교부 출입기자들이 '만유'라는 액자를 만들어 선물을 했다. 민감한 사안에 대해 기자들의 질문에 요리조리 잘 피해나갔기 때문에 '기름장어'라는 별명이 붙었다.

그런 반 사무총장이 논란이 이는 위안부 협상에 대해 '올바른 용단'이니 '역사가 높게 평가할 것'이라는 발언을 한 것은 청와대와 코드를 맞춰 이른바 '반기문 대망론'에 화답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해석이 나오는 것이다.

반 총장은 그동안 '여당반 야당반'으로 '반반총장'이었지만 노골적으로 친박으로 기우는 게 아닌가 하는 관측이 나도는 것이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도 반 총장의 이런 행보에 화답하듯 "반 총장은 아주 훌륭한 후보"로 "새누리당으로 와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무성 대표는 "총선이 끝나면 내가 직접 영입에 나설 수도 있다"고 까지 말했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 청와대는 왜 반기문 총장의 언급을 공개했을까?


= 무엇보다 위안부 합의를 비판하는 국민여론이 높기 때문에 반 사무총장의 발언을 공개해서 여론의 반전을 꾀한 것으로 보인다.

한 전직 외교관은 "신년인사 차원의 통화였지만 시기적으로 위안부 합의 관련해서 논란이 많으니까 그 부분을 조금 더 상세하게 공개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본다"면서 "공개할 때는 이유가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관례에 의한 것으로 공개에 어떤 의도나 그런건 없다는 입장이다.

청와대관계자는 "반기문 사무총장과의 대화를 통상 공개해왔고, 위안부 문제는 대통령이 꺼낸 것이 아니라 반기문 총장이 먼저 언급했으며, 대화 내용을 의도적으로 부풀리거나 그런건 없다"라고 말했다. 또다른 청와대 관계자도 '반 총장의 발언을 가감없이 공개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반기문 사무총장의 이런 발언에 대해 비판의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한나라당 윤리위원장을 지낸 인명진 목사는 인명진 목사는 4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유엔의 수장인 사무총장이 유엔 인권기구가 권고한 조건에서 아무것도 이뤄지지 않은 이협상에 대해 잘됐다, 위대한 결정이다고 한 것은 망발이다"고 비판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한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 소장은 페이스북에 "아파하는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과 대한민국을 비롯한 피해국 국민들의 아픔과 상처를 헤집고 분노를 유발하는 엉뚱한 '한일 협상 지지 발언', 온당치 않다"며 "반 총장의 위안부 합의 지지 발언을 취소하라"고 촉구했다.

▶ 다시 협상해야 하나?

= 그런 여론이 높다.

윤병세 외교장관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이 지난달 28일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한일 외교장관 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사실 그동안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해결되지 못한 것은 일본이 국가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 전직 고위외교관은 "이번 합의는 그동안 우리 정부가 취해온 입장이나 목표에서 크게 벗어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전직 고위외교관은 "위안부 문제는 아베 총리가 자신의 입으로 국제사회에 책임임 인정하고 사과해야 하는 것"이라면서 '외무상이 왜 그런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물론 일본이 국가책임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전제를 한다면는 이번 합의가 차선은 된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렇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이후 일관되게 '피해자가 수용할 수 있고 국민이 납득할 만한 수준'에서 해결되어야 한다고 했던 입장과는 너무 거리가 먼 것이다.

인명진 목사는 "박 대통령이 취임 초부터 계속했던 두 가지 원칙은 '피해자가 수용할 수 있는 방안'과 '국민이 납득할 수준'이어야 한다는 것"이었다며 "이렇게 박 대통령이 천명했던 기준으로 보면 이 협상이 결코 잘된 협상이라고 볼 수가 없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천주교 최고의결기구인 천주교 주교회의는 4일 '한.일 정부 간 위안부 합의는 "인간 기본권의 문제이며 전쟁범죄인 사안을 양국 외교 문제로 축소시켰다"며 "이 합의문에 동의한 한국 정부의 결정은 월권이며 원인무효"라면서 전면 재협상을 촉구했다.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은 '소녀상 부분은 새롭게 협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중학동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한일 협상 폐기 촉구 기자회견’ 에 참석한 대학생들이 일본 정부 규탄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SBS가 홈페이지에서 지난달 30일부터 위안부 합의관련 뉴스POLL(설문조사)을 실시하고 있는데 5일 08시 현재(4045명 응답) 이번 합의에 대해 만족스럽다는 응답이 30% 불만족 스럽다가 70%였다. 또 소녀상 이전에 대해 이전해야 한다는 6%였지만 이전해서는 안 된다가 93%였다. 이번 합의가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이라고 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는 질문에는 13%는 수용해야 한다고 응답했지만 86%는 다시협상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그만큼 재협상을 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은 것이다.

한양대 로스쿨 박찬운 교수는 "도대체 이번 합의가 국가 간 조약인가? 아니면 정치적 선언인가? 이것을 해명하는 것은 기본 중 기본"이라면서 "양국이 합의한 지 일주일이 되도록 이 문제가 제대로 보도조차 되지 않고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일본군 위안부 연구회 설립추진 모임'의 교수들은 "위안부 문제의 핵심은 수많은 여성에게 성노예를 강제한 범죄행위에 대한 일본의 국가 책임"이고 "일본이 그 책임에서 벗어나려면 사실 인정, 사죄, 배상, 진상 규명, 역사 교육, 추모 사업, 책임자 처벌이 필수적이라는 게 국제사회에서 확립된 법적 상식"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12·28 합의'에는 이 가운데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담긴 것이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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