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가요, 독고탁…가족의 가치 남기고 간 故이상무

어린이 독고탁이 등장하는 '비둘기 합창'과 청소년 독고탁이 등장하는 '달려라 꼴찌'
한국 만화사를 대표하는 캐릭터 독고탁을 창조한 이상무(본명 박노철) 화백이 3일 오전 작업실에서 작품을 그리던 중 심장마비로 별세했다. 향년 70세.

1966년 학생교양잡지 '여학생'에 '노미호와 주리혜'를 연재하면서 이상무라는 이름으로 공식 데뷔한 고인은 '독고탁의 아버지'로 불렸다.

1971년 고인의 만화 '주근깨'에 처음 등장한 독고탁 캐릭터는 1980년대 초중반 야구 소재 스포츠명랑 만화 '울지 않는 소년', '아홉 개의 빨간 모자', '달려라 꼴찌' 등에 등장하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독고탁은 고인의 작품에서 어린이 독고탁, 청소년 독고탁, 청년 독고탁, 성인 독고탁으로 조금씩 성장했다.

청년 독고탁이 나오는 '넓은 땅'과 성인 독고탁이 나오는 '포장마차'. 자료=한국만화자료원 제공
엄마가 없지만 구김이 없는 '비둘기합창'의 소년 독고탁은 '달려라 꼴찌'에서 마구, 더스트볼과 드라이브볼을 휙휙 뿌려대는 청소년 독고탁이 됐고, '포장마차'에서는 샐러리맨의 애환을 몸소 대변하는 성인 독고탁이 됐다.


독고탁과 한 시대를 공유한 독자들은 개구진 까까머리 소년 독고탁이 성숙한 어른으로 자라는 과정을 지켜보며 동질감을 느꼈고,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꺾이지 않고 끊임없이 도전하는 독고탁의 모습을 보며 힘을 냈다.

소박한 그림과 단순한 내용에 가족의 가치를 녹여낸 것도 고인의 만화가 시대를 초월해 사랑받은 이유다.

고인은 1990년대 들어서 '싱글로 가는 길', '불타는 그린', 운명의 라스트 홀' 등 골프 소재 만화를 잇따라 펴내며 영역을 확장했다.

칠순에도 창작활동을 멈추지 않았다. 최근에는 가수 전인권의 요청으로 전인권밴드가 지난달 발표한 노래 '눈눈눈눈'의 뮤직비디오에 담길 만화 22컷을 그려 전달하기도 했다.

고인의 작품으로 뮤비를 제작하던 중 비보를 접한 전인권은 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나는 이상무 님의 만화를 지나친 적이 없습니다. 한 시대의 정의를 풍자하셨던 게 틀림없습니다. 독고탁 안녕"이라고 고인을 애도했다.

전인권밴드는 고인의 유작으로 남은 뮤비가 완성되면 유튜브 등 온라인에 공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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