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문제, 스펙쌓기보다 중요하죠"

매서운 추위 속 소녀상 곁 지키는 대학생·시민들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4일 오전 서울 중학동 주한 일본대사관 앞. 빌딩과 빌딩 사이 햇빛도 들어오지 않는 곳에서 타투이스트 이랑(40)씨가 평화의 소녀상 곁에 섰다.

그의 손에는 지난 2010년부터 매년 광복절마다 일본 야스쿠니신사 앞에서 시위를 할 때 들었던 태극기가 있었다.

"새해 첫 월요일이고 해서 시위에 동참했어요. 대학생들도 밤새 자리를 지키는데 저도 작은 힘이나마 보태고 싶습니다."

이씨는 "가수 김장훈 씨와 서경덕 교수를 보면서, 바라보고만 있는 나를 반성했다"고 시위에 동참한 이유를 밝혔다.

"그분들도 본업이 있는데 위안부 할머니들과 독도 문제에 힘을 다하잖아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제가 부끄러웠어요. 그래서 광복절이면 일본으로 가 태극기 시위를 하고 있습니다."

한일 위안부 협상에 대해서는 "외교 전문가도, 정치인도 아니지만 피해 할머니들에게 이해를 구하는 게 먼저가 아닐까"라며 안타까워했다.


대학생들의 자발적 참여도 잇따랐다. 이씨 옆에는 대학생 4명이 '소녀상의 의미를 설명해드립니다'라는 푯말을 세워두고 자리를 지켰다.

찬바닥에 앉아 캔커피와 핫팩의 온기에 의지하면서도 소녀상에 대해 물을 때면 눈을 반짝이며 설명에 열을 올렸다.

"깔끔하지 않은 소녀의 단발머리는 강제로 끌려간 걸 의미해요. 그리고 어깨에 앉은 새는 먼저 간 할머니를 뜻하고요."

소녀상을 지키기 위해 겨울방학을 반납했다는 대학생 이소현(22)씨는 "스펙 쌓기도 중요하지만 이런 국가적인 문제가 있을 땐 개인보다는 나라가 더 우선이라는 생각에서 나오게 됐다"고 참여 이유를 밝혔다.

"아침부터 나와 저녁 촛불집회까지 자리를 지키다보니 감기에 걸렸다"는 대학생 홍희진(22)씨도 "이번 한일협정은 졸속 협상이고, 휴일이라 할머니들에게 협상을 알리지 않았다는 건 말도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이화여대 총학생회는 이날 오후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한일 협상 폐기를 주장하는 시국선언을 열고 일본정부의 공식 사죄와 법적 배상, 일본에 면죄부를 준 한국정부의 각성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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