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안철수 신당, 천정배 신당이 추진되고 있고 더불어민주당의 분당 위기까지 예고되고 있어 야권의 핵분열이 어느 수준까지 치달을지가 가장 큰 변수다.
총선 직전 야권 연대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지만 신당 추진세력들이 더불어민주당과의 연대를 거부하고 있는 점에 비춰 현재로는 일여다야 구도로 치러질 가능성이 높다.
이번 총선은 특히 2017년 대선에 앞서 치러진다는 점에서 총선 결과에 따라 대선의 정치지형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 정치지형, 어떻게 변하나?
우선 19대 국회에서 과반수를 넘긴 여당에 120석이 넘는 거대 야당 그리고 군소야당으로 구성된 현재의 정치지형은 안철수 의원의 탈당과 신당 추진에 따라 크게 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여다야(一與多野) 구도가 될 것이라는데는 분석가들과 정치평론가들 사이에 이론의 여지가 없지만 그 형태를 두고는 서로 다르게 예상하는 견해도 많다.
우선 일여다야는 새누리당에 이어 더불어민주당, 안철수 신당에 정의당과 천정배 신당 등이 병립하는 형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명지대 김형준 교수는 "우선 일여다야라고 해도 다 같은 다야(多野)가 아니다"라며 "누가 주도권을 쥐느냐에 따라 여당과 비슷한 규모의 2개 야당이 경쟁하는 '3당체제' 구도가 되거나 거대 여당에 강한 1야당, 그리고 이들 정당의 절반규모인 0.5 수준의 야당이 존재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 교수는 "단순히 일여다야라고보는 것은 지나치게 도식적인 분석이라면서 안철수 신당이 중도개혁의 정치색을 지닌 신당을 만들고 지역적으로는 호남을 배경으로 세를 확산시킬 경우 더불어민주당이 고립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안철수 의원의 탈당 이후 문병호, 유성엽, 황주홍, 김동철, 임내현, 최재천, 권은희 의원까지 호남을 지역구로 가지고 있거나 호남출신 수도권 의원들의 탈당과 안철수 신당행이 이어지면서 이런 분석과 전망을 가능하게 한다.
반면 안철수 신당이 선전에 실패할 경우 더불어민주당이 제 1야당의 위치를 유지하면서 0.5가 안철수 신당이 될 수도 있다.
또 최근의 여론조사들에서 새누리당의 지지도가 30%대로 내려 앉고 대신 더불어민주당과 안철수 신당의 지지도를 합하면 40%를 넘어 여소야대의 정국이 만들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에서 이탈하는 일부 지지세와 야당을 지지하고 싶었지만 더불어민주당을 지지하지 않던 무당층 유권자들 일부가 이동하면서 안철수 신당의 지지세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 새누리당도 안심할 수는 없어
새누리당의 한 수도권 출신 중진의원은 "공천과정에서 무리하게 친박 인사 끼워 넣기 등이 이뤄질 경우 이런 상황이 공천파동으로 이어지면 새누리당으로서는 상당한 타격을 받을 수도 있을것"이라면서 "무리한 공천의 결과 낙천된 사람이 무소속으로라도 출마하고 이런 당의 내홍이 수도권 유권자들의 마음을 새누리당에서 떠나게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여당과 야당이 1대1로 붙는 상황이라면 여권의 낙천자가 섣불리 무소속 출마를 선택하기 어렵지만 야권이 더불어민주당과 안철수 신당으로 나뉠 경우 야권분열과 마찬가지로 여권성향의 표를 나누어 가지면서 당선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여권인사의 무소속 출마도 배제하기 힘든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이렇게 되면 가능성이 높지는 않지만 여당 하나에 여권 성향의 1당, 그리고 2개의 중규모 야당이 병립하는 4당 체제를 예상해 볼 수도 있다.
용인대 최창렬 교수는 "야권의 분열이 야권 전체에 불리한 것은 아닐수 있다"면서 "강력한 복수의 야당이 탄생하는 것이 정당체제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13대 총선때 당시 여당이던 민주정의당이 과반의석 획득에 실패하면서 평화민주당과 통일민주당, 신민주공화당의 야 3당이 20여석에서 50여석까지 얻으면서 여소야대 정국을 형성한바 있다.
이렇게 된다면 지금까지 새누리당과 구 새정치민주연합의 양당 구도에서는 서로 상대를 전제로 패권을 누리는 경향이 있었지만 안철수 신당이 제대로 자리잡을 경우 의미있는 다당체제로의 변화도 가능하다는 얘기다.
물론 당시 YS와 DJ, JP가 각각 나름의 지역기반을 가지고 있었고 정치경력이 많았던 상황과 안철수 신당을 동일할 수는 없다는 지적도 있기는 하다.
◇ 야권분열로 새누리 어부지리 가능성도
반면 일여다야 구도로 총선이 치러질 경우 야권분열로 오히려 여당이 어부지리를 거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도 있다.
명지대 김형준 교수는 "더불어민주당이나 안철수 신당이 정당득표에서는 일정한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모르지만 지역구 선거에서는 승리를 보장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제로 지난 1996년 제 15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는 당시 여당이던 신한국당이 수도권 의석 96개 가운데 57%인 47석을 가져가고 특히 서울의 47석 가운데 무려 27석을 석권하는 등 오히려 여당이 선전한 바가 있다.
당시 선거에서는 새정치국민회의와 통합민주당, 자유민주연합으로 야권이 갈라지면서 얻은 표의 총합에서는 야권이 이겼지만 수도권 의석수에서는 여당이 승리하는 계기가 된 적도 있다는 것이다.
김종배 시사평론가는 "안철수 의원 탈당에 따른 야당 파이확대론은 대선에서의 논법이지 총선논법이 아니다"라면서 "이번 4.13 총선에서는 그런 현상이 나오지 않을것"이라며 회의적인 전망을 내놨다.
안철수 신당이 중도층이나 무당파를 끌어들이고 새누리당 지지층의 일부를 이동시키며 여기다 이들이 투표장에 나오도록 이끌 수 있다는 '이중의 전제'가 있어야 가능하지만 실현가능성이 높지는 않은 것으로 본다는 얘기다.
그는 "현재 단계에서 야권이 기대할수 있는 최상의 시나리오는 야 각 당이 중앙당의 공천단계에서 선거연대에 성공하는 경우가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최상의 시나리오가 총선과정에서 작동할 가능성이 그리 높아 보이지는 않는다.
더불어민주당과 19대 국회에서 호흡을 같이 해온 정의당은 선거연대가 가능해질 개연성이 높지만 안철수 신당의 경우 더불어민주당과의 선거연대를 기대하기가 쉽지는 않기 때문이다.
안철수 의원은 탈당 이후 여러 자리에서 "새정치연합과 함께 할 일은 없을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일이 있다.
이렇게 될 경우 야권분열의 과실을 새누리당이 차지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