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상황에서는 야당이 '개헌저지선'을 확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압도적으로 우세하다.
'개헌저지선'은 국회에서 헌법개정안 통과를 막을 수 있는 의원의 숫자를 말하는데 국회의원 전체의 1/3이 넘어야 한다. 현재 국회의원 정수가 300명이니까 101석이 '개헌저지선'이 되는 것이다.
◇왜 '개헌저지선'일까?
헌법 개정은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 또는 대통령이 발의할 수 있고, 발의된 개정안은 대통령이 20일 이상 동안 공고하고, 공고된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국회에서 의결된다. 헌법개정안이 가결되려면 국회의원의 2/3 이상이 찬성해야 하는데 현재 국회의원 수는 비례대표를 포함해 300명임을 감안하면 200명 이상이 찬성해야 개헌안을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다. 따라서 101명이상이 반대하면 개헌안은 국회에서 부결된다.
이 개헌저지선이 관심을 끄는 이유는 최근 안철수 의원이 '개헌저지선'을 언급했기 때문이다.
안 의원은 지난해 12월 21일 기자간담회에서 '총선에서의 목표는 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정당이 창당되기도 전에 말씀드리는 것이 적절하지는 않지만 최소한의 마지노선은 개헌저지선 확보다. 새누리당이 200석 이상 가져가는 일은 어떤 일이 있어도 막겠다는 게 마지노선이다."라고 말했다.
이 얘기는 지금 상황에서는 새누리당이 200석 이상을 가져갈 가능성이 높다는 걸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이다.
새누리당 비대위원으로 활동했던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는 지난해 9월 14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서 "이대로 가면 2007년 대선 직후에 치룬 2008년 총선의 재판이 될 가능성이 많다. 당시에 야당이 80석으로 줄어들었다"면서 "(내년 총선에서 야당은) 100석이 안 되고 80석 정도밖에 안 될 가능성이 많다"고 말했다. 여당인 새누리당이 220석까지도 가능하다는 언급이었다.
안철수 의원의 멘토였던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은 "(더불어민주당) 이 상태로라면 (내년 총선에서) 130석 유지는 어림도 없다. 궤멸적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얘기들이 힘을 받으면서 올해 총선에서 야당이 '개헌저지선'인 101석 확보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들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이다.
지금 상황으로서는 야당이 100석은 고사하고 80석도 어려울 것이라는 것이 야당 내부나 정치평론가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의 한 자치단체장은 "내일 당장 투표를 한다면 야당이 70석을 얻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야당의원이나 야당인사들의 얘기를 들어봐도 지금으로서는 '답이 없다'고 말한다.
특히 수도권 야당 현역의원들은 초비상이다. 야권분열은 2008년 18대 총선의 재판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한 야당 중진의원은 "2008년 총선 결과 야당이 서울지역에서 7석 한나라당이 40석을 차지했던 당시가 떠오른다"며 "야권분열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당시 보다 나빠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정치평론가들의 얘기는 조금씩 다르다.
유창선 박사는 새누리당이 160~170석 정도 얻을 것으로 예상했다. "과반은 확실히 넘기겠지만 그렇다고 200석을 넘기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야당이 100석을 넘길거라는 전망이다.
의제와 전략그룹 더모아 윤태곤 정치분석실장은 "새누리당이 200석을 차지하기에는 어려울 것"이라면서 "야당이 100석은 가까스로 넘길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 김갑수 전 대표는 "지금 당장 투표를 한다면 야당이 100석을 얻기 어렵겠지만 남은 기간동안 잘 수습한다면 '개헌저지선' 확보는 무난 할 것"으로 내다봤다.
◇ 새누리당이 압승할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는 거냐?
많은 정치인들이나 정치평론가들, 정치담당 기자들의 의견을 들어보면 거의 대부분 새누리당이 압승할 것으로 전망한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지금 상황대로라면 새누리당이 200석을 넘기는 것도 어렵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정치평론가는 "지금 이대로가면 새누리당이 220석을 얻는 것도 불가능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돈 교수가 언급한 대로 "야당이 80석을 얻기도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실현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2008년 18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당이 합쳐 통합민주당(대표 손학규)을 만들었지만 81석을 얻는데 그쳤다. 야당이 선거전까지 의석이 많아서 기호1번으로 선거를 치뤘지만 참패를 한 것이다.
한나라당은 지역구 131석, 비례대표 22석으로 무려 153석을 차지했다. 친박 공천학살로 밀려났던 친박연대는 지역구 6석과 비례8석으로 14석을 차지했고 무소속 25석 가운데 친박무소속연대가 12석을 차지했다. 그리고 자유선진당이 18석, 민주노동당 5석, 창조한국당 3석 등이었다.
지금의 새누리당은 친박연대도 없고, 자유선진당도 통합을 했다. 이른바 보수대연합이 이뤄진 상태이고, 여기에 야권은 '더불어민주당'에 '안철수당', '천정배당'에 호남에서 '박주선당'과 '박준영당'까지 갈라질대로 갈라졌고, 정의당과 과거 통진당 출신들도 출마의사를 속속 밝히고 있다. 1여 다야의 구도는 새누리당으로서는 최선의 구도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서 새누리당이 압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이다.
그럴 가능성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국회가 지난해 연말까지 선거구 획정을 마무리하지 못했고, 새누리당의 공천룰도 아직 만들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새누리당의 지금 상황을 '폭풍전야'라고 전망하기도 한다.
사실 새누리당은 박근혜 대통령이 유승민 전 원내대표를 겨냥해 '배신의 정치'를 언급한 이후 친박과 비박간의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여기에 박 대통령이 '진실한 사람'을 언급하면서 '진박'과 '가박'논란까지 빚어지면서 원조친박을 뜻하는 원박에서 시작해 온갖 친박논란으로 이어졌다.
이런 논란이 사실 수도권 새누리당 의원들로서는 그렇게 달가운 이슈는 아니다. 한 수도권 새누리당 의원은 "새누리당이 압승할 것이라는 전망이나, 친박 논란은 유리한 이슈가 아니다"면서 "야권이 어떻게 뭉칠지는 지금으로서는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특히 친박계가 김무성 대표를 흔들면서 공천권을 장악하려고 할 경우 새누리당은 2008년 '친박학살'의 트라우마가 역으로 '비박학살'로 살아날 수도 있을 것이다.
김무성 대표를 필두로 하는 비박계가 뭉쳐서 친박계에 대립할 경우 최악의 상황은 분당으로 이어질 수도 있을 것이라는 조심스런 전망까지 나온다. 아직은 당을 이탈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되거나 그렇지는 않지만 공천 갈등을 제대로 봉합하지 못한다면 그 파장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렇지만 김무성 대표가 오픈프라이머리를 주장하다가 친박계에 밀렸고, 다시 전략공천은 없다고 했다가 이마저도 밀렸다. 존재감이 점점 옅어지고 있는 것다. 따라서 친박계는 당에 복귀한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가 중심이되면서 사실상 공천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정치권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이럴 경우 총선 후보 결정을 위한 공천 룰을 놓고 친박과 비박의 입장이 정면으로 부딪히면서 당내 갈등이 최고조에 오를 수도 있다. 친박계는 물갈이를 내세우면서 이른바 '진박'들을 대거 공천하려 할 것이고 비박계는 '밀실공천'의 우려를 제기하면서 오픈프라이머리를 주장하면서 틈새가 크게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 야권이 '개헌저지선'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어떻게 될까?
새누리당 단독으로 개헌이 가능해 진다. 개헌은 어떤 방향으로 갈지는 모르지만 일본 자민당과 같은 새누리당의 영구집권을 꾀하는 방향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개헌에 반대입장을 보여왔지만 개헌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 '지금은 때가 아니다'는 말을 해왔다. 언젠가는 개헌을 하겠다는 것인데 그게 새누리당이 2/3 의석을 차지한 뒤가 되면 개헌에 적극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개헌이 가능해지면 새누리당은 분권형 대통령제나 이원집정부제 같은 방향으로 개헌을 시도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새누리당의 영구집권을 막을 길이 없어질지도 모른다.
또 새누리당이 180석만 넘겨도 국회선진화법은 무력화 될 것이다. 그럴 경우 노동법 개악을 밀어붙이는 등 정부의 일방적인 입법이 이뤄질 우려가 높다.
새누리당이 개헌 가능한 2/3 의석을 차지할 수 있을지? 아니면 야당이 지리멸렬한 상태에서 막판 연대나 통합으로 '개헌저지선'을 가까스로 확보할 수 있을지? 올해 정치권의 가장 뜨거운 쟁점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