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강력부(심재철 부장검사)는 30일 "오승환(33), 임창용(39)에 대해 단순도박 혐의로 벌금 700만 원에 약식명령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약식기소는 법원이 정식 재판을 열지 않고 수사기록 검토만으로 벌금을 물리는 절차다.
둘은 지난해 11월 말 마카오 카지노 정킷방(현지 카지노에 보증금을 주고 빌린 VIP룸)에서 각각 4000만 원 상당의 바카라 도박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둘의 도박 액수가 비교적 적고 상습성을 입증하기 어려워 이 같은 결정을 내리고 수사를 마무리했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다. 아직 삼성 소속 윤성환(34)과 안지만(32)에 대한 수사가 남아 있다. 어쩌면 KBO 리그에서는 이 둘의 수사 결과가 더 중요하다. 내년 판도를 바꿀 수 있는 변수이기 때문이다.
사실 오승환과 임창용의 경우 수사 결과와는 관계 없이 이미 KBO 리그에서의 거취가 결정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오승환은 기소가 결정되면서 한국은 물론 전 소속팀 한신 등 일본 구단에서도 영입 기피 대상으로 꼽혔다. 다만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리는 오승환은 이번 수사 결과로 한숨을 돌리게 됐다.
하지만 삼성은 윤성환, 안지만은 보류 선수 명단에 포함시켰다. 둘 역시 해외 도박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오승환, 임창용처럼 소환 조사는 아직 받지 않았지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경찰에서는 중견기업인 등 다른 혐의 대상자들에 대한 수사를 함께 진행 중인 상황이다.
삼성 구단도 답답한 입장이다. 빨리 결론이 나야 내년 시즌을 위한 스프링캠프 등 전력 구상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17승을 올린 윤성환과 한 시즌 최다 홀드 기록(37개)을 세운 안지만은 핵심 전력이다. 만약 이들이 갑자기 빠진다면 전력 공백이 클 뿐더러 대안 마련도 시급해진다.
내년 전지훈련 명단에도 완전히 포함된 게 아니다. 구단 관계자는 "운영팀에서도 이들을 명단에 최종 포함시킨 게 아니다"면서 "갑자기 빠지게 될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어 대비를 해야 한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무혐의 처분이 나온도 해도 완전히 고민이 사라지는 게 아니다. 검찰이 무혐의로 수사를 종결시킨다면 한국야구위원회나 구단이 징계를 내리기는 어렵다. 그러나 국민 여론의 따가운 시선이 남아 있다면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팀에 합류시키는 것도 부담이다. 구단 관계자는 "가타부타 결론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입장"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