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딸로 자란 죄밖에…" 성토와 눈물범벅 된 '수요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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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무슨 죄가 있습니까? 조선의 딸로 곱게 자란 죄밖에 없는데… 왜 위안부 가야 합니까?"

제1211차 일본군 '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에 참석한 이용수(88) 할머니의 눈물 젖은 절규다.

30일 오후 12시 14분쯤 서울 종로구 구 주한일본대사관 앞에는 여느 때와 같이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한 수요집회가 열렸지만, 참석자는 1000여명(경찰추산 700명)에 달했다.

이날 집회는 올해 돌아가신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위한 추모회도 함께 열렸다.

구름떼같이 몰려든 취재진과 더불어민주당 이종걸 원내대표 등 일부 정치인들까지 더해지면서 시위 현장은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이용수 할머니는 "정부 당국이 피해 할머니들을 두 번, 세 번 죽이고 있다"며 "일본과의 협상에 앞서 할머니들에게 어떤 식으로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지 전해줘야 하는 거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이어 "미국에서 위안부 문제가 해결된 것에 대한 소감을 묻는 전화가 왔었는데, 어처구니가 없었다"면서 "어제 차관이 찾아왔는데, 멱살을 쥐고 흔들고 싶었을 정도였다"고 분개했다.


그러면서 "두 번 다시 후손들에게 이런 피해가 가지 않도록 결사적으로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집회는 구슬픈 대금소리와 함께 올해 별세하신 황선순, 박00, 이효순, 김외한, 김달선, 김연희, 최금선, 박유년, 최갑순 할머니 등 모두 9명의 피해 할머니들을 위한 묵념으로 시작됐다.

이어 각각의 할머니들의 서글픈 사연을 소개한 뒤 이효순 할머니의 아들이 '어머니께 보내는 편지'를 낭독했다.

그는 꿈에서도 어머니가 나타나 이길 때까지 싸워달라고 당부했다면서 끝까지 싸울 것을 약속했다고 말했다.

이어 교복을 입은 이화여고 학생들을 비롯한 청년, 시민단체들의 연대발언이 이어졌다.

이들은 "할머니들이 감당할 수 없는 아픔을 뒤로하고, 역사의 산증인이 됐다"면서 "한일 외교부 회담은 피해자의 의사와 상관없이 최종적·불가역적인 해결을 명시해 분노와 허망으로 가득 차고 있다"고 일갈했다.

포항에서 아이들과 함께 올라온 김용승(36)씨는 "피해 당사자인 할머니들을 빼놓고 졸속 타결을 했다는 것은 국민의 한 사람으로써 절대 인정할 수 없다"며 "소녀상 사진을 찍어서 최대한 퍼뜨릴 것"이라고 다짐했다.

5살과 6살 난 두 딸을 데리고 나온 정미경(42)씨도 "추모비를 보는데 너무 가슴이 아팠다"면서 "이런 식의 협상을 이끌어낸 정부를 더이상 신뢰할 수 없을 것 같다"고 꼬집었다.

앞서 역사정의실천연대와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등 여러 시민단체들이 2차례에 걸쳐 위안부 문제에 대한 한일 양국 간 합의내용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소녀상을 직접 제작한 김운성·김서경 작가는 소녀상의 발뒤꿈치가 들려 있는 숨겨진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김운성 작가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한국으로 돌아와서 더 큰 슬픔을 겪어왔다"면서 "아픔을 가진 할머니들을 따뜻하게 해드려야 했음에도 그러지 못하고 내친 부분을 발에 표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녀상은 국민들의 성금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면서 "일본 정부가 치우라고 하면 치운다는 한국 정부가 이해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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