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28일 한일 외교장관회담 결과 우리 정부가 위안부 소녀상의 이전 가능성을 시사하면서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일본 정부가 주한일본대사관 앞의 소녀상에 대해 공관의 안녕·위엄의 유지라는 관점에서 우려하고 있는 점을 인지하고, 한국 정부로서도 가능한 대응 방향에 대해 관련단체와의 협의 등을 통해 적절히 해결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또 일본이 이번 위안부 협상 합의를 준수한다는 조건을 달긴 했지만 위안부 문제의 '최종적 및 불가역적 해결'이란 일본 측 요구를 그대로 수용했다.
이는 일본 보수우익을 대변하는 산케이신문 보도 등을 통해 알려진 일본 측의 2대 핵심 요구사항이었다.
우리 정부가 '일본 측의 터무니없는 언론플레이'라며 일고의 가치도 없는 것처럼 일축하던 문제이기도 하다.
그랬던 사안이 불과 하루만에 손바닥 뒤집히듯 바뀌자, 어지간하면 대일 협상의 '특수성'은 감안하려 했던 전문가 집단의 평가도 적잖이 실망스럽다는 결론이다.
양기호 성공회대 일본학과 교수는 "소녀상은 하나의 상징이고, 피해자 할머니들이 모이는 일종의 한풀이 터였다"며 "그것을 언급하는 것은 굉장히 조심했어야 했다. 어제만 해도 협상 대상이 아니라고 하더니 오늘 보면 '밀당'을 하면서 양보한 것 같다"고 비판했다.
조세영 동서대 특임교수도 "아무리 협상에서 현실적 타협의 한계가 있었다 해도 ‘최종적이고 불가역적 해결’을 언급한 것은 다소 많이 나간 게 아닌가"라고 말했다.
사실 소녀상 이전 문제와 위안부 문제의 재론 방지는 이번 회담의 부차적 문제였다.
정부도 이를 집요하게 요구하는 일본 측을 상대하면서 법적 책임 인정이란 본질이 해결되면 자연스럽게 풀릴 문제라며 완강히 버텨왔다. 그런데 결과는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셈이다.
따지고 보면 본질에 해당되는 일본의 법적 책임에 대한 합의 결과도 그리 나쁘지는 않다.
1993년 고노담화와 비교할 때 위안부 강제동원을 명시하지 않은 점은 아쉽지만 2012년 사사에 안(案)보다는 진일보한 합의안인 것은 분명하다.
물론 협상이란 것 자체가 주고받기식 거래이기 때문에 일본 측 양보를 얻어내기 위한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을 수 있다.
하지만 위안부 문제에 있어선 일본 측이 100%가해자라는 점을 감안할 때, 가해자의 요구를 이만큼이나 들어준 것은 전례를 찾기 힘든 '굴욕협상'에 가깝다.
그렇다고 그 반대급부로 피해 당사자인 위안부 할머니들이 흡족하거나 국민이 흔쾌히 납득할 만한 결과를 확보한 것도 아니다.
벌써부터 외교부 안팎에선 22년 전 고노담화 수준에 턱걸이 하는 정도의 합의를 이끌어내자고 그 고생을 했는가 하는 허탈감이 일고 있다.
일본과의 협상에 이어 국내 여론을 상대로 한 대내 협상을 또다른 과제로 앞둔 셈이다.
전문가들은 한일관계를 개선시킬 여지는 마련했을지 몰라도 향후 국내 여론 추이가 현 정권에 짐으로 남을 것이라는 게 공통적 시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