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프리오의 영화 '레버넌트', 원작자는 '벙어리 냉가슴'

원작소설 쓴 미 행정부 고위 관료, 윤리규정 때문에 공개 언급 못해

영화 '레버넌트' 스틸컷(사진=이십세기폭스 코리아 제공)
미국의 현직 고위관료가 쓴 소설이 최고의 감독과 배우가 참여해 영화로 만들어졌으나 정작 원작자는 본인의 소설이나 영화에 대해 공개적으로 한 마디도 할 수 없는 처지여서 눈길을 끌고 있다.

미국에서 지난 성탄절 연휴에 개봉한 영화 '레버넌트 : 죽음에서 돌아온 자(The Revenant)'의 원작자인 마이클 푼케(Michael Punke, 51세) 미국 통상대표부(USTR)의 부대표 겸 국제무역기구(WTO)의 미국대사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는 미국의 고위 공직자여서 '연방 윤리 규정(federal ethics rules )'에 의해 "재산을 늘릴 수 있거나 직위를 남용할 가능성이 있는 부업"은 할 수 없기 때문에 본인의 작품이나 영화에 대해 언급하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자신의 책에 친필 사인을 하지도 못하고, 작품과 관련한 입장은 사실상의 대변인인 친동생 '팀 푼케'씨나 부인 등을 통해서만 밝힐 수 있다.

미국 서부의 와이오밍 주 토링턴시에서 태어난 그는 어린 시절부터 낚시와 사냥, 하이킹, 산악자전거 타기 등의 야외활동을 즐기며 자랐다.

조지워싱턴 대학교에서 국제업무를 전공하고 코넬 로스쿨에서 변호사 자격과 법학박사 학위를 취득한 뒤 클린턴 행정부 시절 백악관에서 국제경제업무를 담당했다.

행정가로서도 뛰어나지만 글도 잘 쓰는 그는 법률자문회사에 몸을 담고 있던 1997년부터 평소 관심을 가져온 19세기 초 서부 개척시대의 모피 사냥꾼 '휴 글래스(Hugh Glass, 1780~1833)'의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다.

마이클 푼케 미무역대표부 부대표 겸 세계무역기구 미국대사(사진=유튜브 영상 캡처)
실존인물인 휴 글래스는 1823년 8월 미주리강을 거슬러 오르며 모피 교역로를 개척하기 위해 구성된 탐험대에 참여했다가 회색곰(Grizzly Bear)의 습격을 받고 빈사 상태에서 동료들로부터 버려졌다.

그는 다리가 부러지고 갈비뼈가 드러날 정도로 등에 심한 부상을 입었으나 패혈증을 막기 위해 썩은 나무에 상처부위를 대 구더기들이 살을 파먹게 해 가면서 6주만에 320킬로미터 떨어진 카이오와 요새(Fort Kiowa)로 생환해 자신을 버린 동료들을 찾아 나선다.

이 실화에 매료된 마이클 푼케 대사는 집중적인 자료 조사를 통해 논픽션 소설 '돌아온 자 : 복수에 대한 이야기' (The Revenant: A Novel of Revenge)’를 써 2002년에 출간했다.

이 소설을 쓰기 위해 푼케 대사는 당시 근무하던 회사 사무실로 새벽 5시에 출근해 3시간 가량 글을 쓴 뒤 업무를 처리하는 생활을 4년동안 계속했다. 이 과정에서 폐렴에 4차례 걸리는 등 건강을 해치기도 했다.

푼케 대사가 각고 끝에 써 낸 이 소설은 '버드맨(Birdman)'으로 지난해 아카데미 감독상을 받은 알레한드로 이나리투(Alejandro G. Iñárritu)가 연출하고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주역으로 출연한 영화로 만들어졌다.

영화가 제작되면서 소설도 재발간돼 원작자로서는 더 없이 행복한 상황이겠지만 푼케 대사는 공식적으로 말을 할 수 없어 매우 실망하고 있다고 측근들이 전하고 있다.

동생인 팀 푼케씨는 남성잡지인 '맥심'과의 인터뷰에서 "지금 (소설과 관련한) 기자회견 같은 것을 하지 못하는 데 대해서 형은 분명히 실망하고 있다"면서 "이 상황이 너무 재밌다(It’s so fun.)"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상영 첫날 영화관을 찾은 푼케 대사의 부인 '트레이시 푼케'씨도 기자들에게 "일종의 달콤 쌉싸름한(bittersweet) 상황"이라며 "남편은 소설이 영화화된 것에 대해 매우 감사해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명백하게 실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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