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마이티' 에릭 테임즈(29 · NC)는 과연 내년 타격 타이틀을 몇 개나 차지할 수 있을까. 스토브리그의 추이만 보면 이대호(33)가 이뤘던 역대 최다 7관왕도 불가능해 보이지 않는다.
테임즈는 '2015 타이어뱅크 KBO 리그'에서 가장 빛난 선수였다. 사상 첫 40홈런-40도루, 최초의 한 시즌 사이클링 히트 2회 등 엄청난 대기록을 세우며 정규리그 MVP와 골든글러브를 거머쥐었다. 역사상 최고의 외인 타자로 불리는 '흑곰' 타이론 우즈도 이루지 못한 수상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테임즈는 타격 타이틀을 4개나 차지했다. 타율(3할8푼1리), 장타율(7할9푼), 출루율(4할9푼7리), 득점(130개) 부문 1위에 올랐다. 장타율은 33년 동안 깨지지 않았던 프로 원년 백인천의 7할4푼을 훌쩍 넘어섰다.
이런 가운데 내년은 트로피가 더 늘어날 수 있다. 가장 강력한 홈런, 타점왕이 사라진 까닭이다. 올해 53홈런, 146타점으로 사상 첫 4년 연속 홈런-타점왕에 오른 박병호(미네소타)는 내년부터 메이저리그에서 뛴다. 여기에 올해 홈런 2위(48개)에 오른 야마이코 나바로도 삼성과 재계약이 무산돼 내년 KBO 리그에서는 볼 수 없다.
홈런에서는 테임즈에 이은 4위가 강민호(롯데)였는데 35개로 무려 12개 차이가 났다. 그나마 타점에서는 팀 동료 나성범이 135개로 4위였고, 최형우(삼성)가 123개로 뒤를 이었다.
물론 테임즈가 내년에도 올해만큼의 기록을 올리리라는 보장은 없다. 가장 무서운 타자인 만큼 상대 집중 견제를 받을 전망이기 때문이다. 부상 등의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테임즈에게는 강력한 조력자가 생겼다. 바로 역대 최고액인 4년 최대 96억 원에 삼성에서 이적해온 박석민이다. 그렇지 않아도 무서운 중심 타선이 더 무시무시해졌다.
박석민은 올해 타율(3할2푼1리)과 홈런(26개) 13위였지만 타점(121개)은 7위였다. 그만큼 찬스에 강했다는 뜻이다. 박석민이 가세하면 NC는 100타점 이상 선수가 노장 이호준(109타점, 9위)까지 4명이나 된다. 테임즈만 거른다고 되는 게 아니다.
2010년 전인미답의 타격 7관왕을 이뤘던 이대호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당시 이대호는 타율 3할6푼4리 44홈런 133타점 174안타 99득점 출루율 4할4푼4리 장타율 6할6푼7리로 도루를 빼고 타격 전관왕을 차지했다. 도루는 2개 시도했는데 모두 아웃됐다.
올해 테임즈는 도루도 40개로 5위였지만 타이틀 도전은 무리다. 올해는 40-40 기록 도전이 있어 많이 뛰었지만 내년에는 시도가 적잖게 줄어들 전망이다.
이대호도 강력한 원군들이 있었다. 당시 롯데는 '홍대갈' 트리오가 맹위를 떨쳤다. 홍성흔(현 두산)이 타율 3할5푼과 116타점으로 이대호의 뒤를 이었고, 타점 9위(83개)인 카림 가르시아와 함께 홈런도 4위(26개)였다. 여기에 강민호도 23홈런(9위)을 때려줬다. 이대호가 득점에서도 1위를 차지할 수 있던 이유였다.
다만 테임즈는 최다 안타 부문이 걸린다. 올해 테임즈는 180안타로 넥센에서 뛴 유한준(케이티)의 188개와 차이가 상당했다. 여기에 나성범도 184개로 테임즈보다 많았다.
타율이 높지만 안타가 뒤지는 것은 기회가 그만큼 적었던 까닭이다. 테임즈는 올해 595타석으로 12위였지만 타수는 472번으로 24위였다. 볼넷(103개)과 고의4구 2위(11개)일 정도로 견제가 심했다. 이런 현상은 내년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적잖다.
올 시즌 생애 최고의 해를 보냈던 테임즈. 워낙 성실하고 자기 관리가 뛰어난 만큼 내년에도 좋은 성적이 기대되는 선수다. 과연 경쟁자가 사라지고 조력자가 나타난 2016시즌 테임즈가 어떤 기록을 쓸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