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군웅할거 시대…文·安 치열한 주도권 싸움

文, '외우내환' 속 표창원 전격 영입…安, 朴대통령 비판하며 '공정성장' 깃발

내년 총선을 4개월도 채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야권이 군웅할거(群雄割據) 시대에 본격적으로 들어섰다.

신당을 추진 중인 안철수 의원은 휴일인 27일 '흙수저·금수저'로 대변되는 격차해소를 위한 '공정성장'을 가장 중요한 경제정책 기조로 내세웠다.

탈당 러시로 제1야당의 위상이 크게 흔들리게 되자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장을 전격 영입하는 등 인재수혈로 맞불을 놨다.

두 사람은 정책에서 뿐아니라 인재 발굴에서도 치열한 경쟁을 벌일 태세다.

◇ 安, 신당추진에 박차…기선제압 나서

신당 창당을 추진 중인 안철수 무소속 의원이 27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새정치 기조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안철수 의원은 신당창당 선언을 전후로 일요일마다 기자회견을 통해 이슈를 선점하고 있다. 이날은 신당의 경제정책 기조를 발표하면서 또다시 여론몰이에 나섰다.

탈당과 극심한 내홍으로 새정치민주연합이 흔들리는 사이에 주도권을 빼앗겠다는 계산이다. 안 의원은 이날 공정성장을 중심으로 한 경제 정책방향을 선보였다.

이는 안 의원이 새정치연합에 몸담으면서 강조해 온 것이지만, 자신이 만들 신당에서 이를 구체화하겠다고 재확인한 것이다.

안 의원은 "정부 주도의 산업 정책에 목을 매는 경제는 이제 넘어서야 한다. 몇몇 재벌에 의존해서는 재벌만 행복하고 국민 다수는 불행한 구조를 바꿀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는 경제분야에서는 진보적 정책을 취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그는 "복지체계도 더 촘촘해져야 한다"며 복지강화론을 내세우는 가하면 "국민들께 솔직하게 증세에 관해 말씀드려야 한다"며 법인세 강화 등 증세론도 천명했다.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서도 포문을 열었다. 안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식 창조경제는 전혀 창조적이지 않다. 새누리당식 낙수이론, 관치경제로는 21세기 경제의 활력과 에너지를 만들어낼 수 없다"고 정면으로 비판했다.

안 의원실은 별도 문자 메시지를 통해 "무능·무비전·무책임으로 규정되는 새누리당의 낡은 정치 행태는 오늘날 대한민국이 겪고 있는 위기를 초래한 근본적 원인 중 하나"라고 날을 세웠다.

안 의원은 전통 야당 지지층을 겨냥한 행보도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 文, 인재수혈로 역공…중도 공략으로 견제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는 위기 돌파를 위해 전방위적인 인재영입에 나섰다.

탈당 여파를 최소화하면서 빠르게 세(勢)를 불리는 '안철수 신당'을 견제하기 위해서다. 이는 왜소화하고 있는 당에 활력을 불어 넣을 수 있는 방안이기도 하다

문 대표가 인재영입위원장을 맡고 나서 공개한 영입 1호는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장이다.

이날 입당은 표 소장은 국정원 댓글사건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며 경찰대교수 직에서 사퇴한 이후 방송활동 등으로 주목을 받았다. 지금은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문 대표의 추가 영입 대상으로는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과 장하성 고려대 교수 등이 거론되고 있다.

특히 장 교수는 과거 안철수 대선 캠프에서 몸 담은 적이 있어 양측은 장 교수를 사이에 놓고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문 대표는 인재영입에서는 우클릭해 중도인사 영입에도 적극 나설 방침이다.

그는 표 소장 영입 직후 "앞으로 중도 확장하는 영입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철수 신당이 확장하는 길목을 차단하겠다는 의미다.

새정치연합은 당 공동창업주인 '안철수 지우기'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당은 이번주 안에 새로운 당명을 확정할 예정이다.

5개 후보군에 있는 이름에는 모두 '민주당'이 들어있지만, '새정치'가 포함된 것은 단 하나뿐이다. 새로운 당명에선 안 의원의 상징인 '새정치'가 빠질 가능성이 커졌다.

손혜원 홍보위원장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예민한 분들은 이미 눈치채셨겠지만 제가 전율을 느낀 당명은 '민주소나무(당)'"라며 "'민주'와 '소나무'가 만나는 발상은 참으로 신선하다"고 밝혔다.

야권 재편 과정에서 우위를 차지하는 쪽이 대선에서도 유리한 고지에 오를 개연성이 크다. 새정치연합과 안철수 신당이 사활 건 싸움을 이어갈 수 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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