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국내 소비지출에서 의료·보건비의 명목 지출액은 10조2천382억원으로 작년 동기(9조5천206억원)보다 7.5%(7천176억원) 늘었다.
명목 지출액은 소비자가 실제로 지불한 금액을 말한다.
의료·보건비 지출액이 분기 기준으로 10조원을 넘긴 것은 3분기가 처음이고 2007년 3분기 (5조897억원)와 비교하면 8년 만에 2배로 뛰었다.
3분기 의료·보건비의 전년대비 증가율은 전체 국내 소비지출의 증가율(2.6%)의 3배에 가까울 정도다.
의료·보건비 증가율은 국내 소비지출 항목 12개 가운데 주류·담배 다음으로 높다.
3분기 주류·담배 지출액은 5조4천989억원을 기록, 1년 전보다 29.2% 증가했다.
이는 올해 1월 담배 가격이 갑당 2천500원에서 4천500원으로 오른 특별 요인 때문이다.
다른 항목을 보면 식료품·비주류음료품(5.2%), 교통(3.0%), 가계시설·운영(1.7%), 통신(1.1%) 등도 의료·보건비 증가율에 미치지 못했다.
오락문화(-1.0%), 교육(-0.8%), 음식숙박(-1.1%), 의료·신발(-2.1%)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국내 소비가 3분기에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의 충격에서 많이 벗어난 가운데 의료·보건비 지출이 두드러진 추세를 보인 것이다.
또 의료·보건비 지출액의 올해 1∼9월 합계는 28조3천814억원으로 작년 동기(26조6천325억원)보다 6.6%(1조7천489억원)나 늘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의료·보건비 지출이 증가한 배경에 대해 "고령화로 가계에서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졌고 의료관광을 위해 한국을 찾는 중국인이 늘어난 점 등 여러가지 요인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노인들이 병원과 약국을 많이 찾으면서 전체 진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를 보면 올해 상반기 65세 이상 노인의 병원 및 약국 진료비는 10조4천25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1% 증가했다.
65세 이상 인구는 전체 건강보험 적용 인구의 12.2%에 불과하지만, 진료비에서 36.3%를 차지했다.
낮은 출산율로 65세 이상 인구가 계속 늘어나는 만큼 의료·보건비 지출은 계속 늘어날 공산이 크다.
또 국내에서 의료비를 쓰는 외국인들이 의료·보건비 증가에 일정 부분 영향을 주고 있다.
국내 소비지출에는 우리나라 국민뿐 아니라 외국인이 한국에서 소비한 금액도 포함된다.
최근 보건복지부는 올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 환자가 약 28만명으로 작년 26만7천명보다 4.9% 증가한 것으로 추산했다.
특히 외국인 환자 가운데 중국인이 30% 정도로 가장 많고 그 수요는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2013년에 한국을 찾은 외국인 환자는 21만1천명이고 이로 인한 진료비 수입은 3천934억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