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향 정대협 대표는 26일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평화비(소녀상)를 옮기겠다는 건 말이 안된다”면서 “오히려 일본 아베 총리가 직접, 또는 주일대사를 보내 그 앞에서 공식 사과를 해야 맞다”고 말했다.
윤 대표는 또 “자신들에게 유리한 협상카드로 조건을 내건 것 아니냐”면서 회담에 임하는 일본 측의 진정성을 의심했다.
그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어떤 내용으로 사과하고 책임질지에 대한 이야기는 사라지고 코끼리의 몸통이 아닌 꼬리만 만지는 격”이라며 본말의 전도를 비판했다.
소녀상은 매주 수요일마다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리고 있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시위’가 1천 회를 맞았던 2011년 12월 정대협이 중심이 돼 시민 모금으로 설치됐다.
한일 외교장관 회담을 이틀 앞둔 이날 요미우리신문은 우리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소녀상 이전 가능성에 대해 보도했다.
회담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 타결을 위한 교섭에 진전이 있으면 소녀상을 이전하는 방향으로 우리 정부가 관련 단체들을 설득할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요미우리신문은 협상 타결 조건으로 일본 정부가 소녀상 철거를 요구하고 있으며, 소녀상을 옮길 후보지로 서울 남산에 세워질 예정인 ‘위안부 기억의 터’ 추모공원 등이 떠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윤 대표는 “일본이 이번 회담을 통해 일본군 위반부가 불법적, 강제적이었다는 내용이 들어간 국가적 책임을 인정하는 사과를 해야 한다”면서 “평화비(소녀상) 철거가 아니라 오히려 일본이 추모 시설을 세우겠다고 나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기도 광주시 나눔의 집에서 이날 열린 긴급대책회의에서도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은 소녀상 이전에 대한 반대를 분명히 했다.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유희남(88) 할머니는 "피해자들에게 사죄도 하기 전 소녀상 이전 얘기가 나오는게 말이 되느냐"며 "아베 총리의 사과 메시지 전달이 진정성 없어 보이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한일 외교장관 회담에서 아베 총리의 사과 메시지를 전달하고, 10억 원 규모의 기금을 조성할 것이라는 언론 보도에 대해서도 피해 할머니들은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옥선(89) 할머니는 "아베 총리가 나눔의 집으로 와 피해자들에게 무릎을 꿇고 사죄해야 한다"며 "위안부 강제동원을 인정하지 않는 한 사죄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강일출(88) 할머니도 "사과 메시지를 담은 편지를 보낸다는데, 한두 살 먹은 어린애를 달래는 듯 하는 일본의 정부의 태도는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일본 정부는 기금 조성이라는 말로 위안부 피해자들을 어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