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새정치연합을 탈당한 안철수, 천정배 의원은 각자 신당을 추진하며 야당 텃밭인 호남을 놓고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이에 새정치민주연합도 애초 안철수 의원의 경제멘토였던 장하성 고려대 교수를 호남 특위위원장으로 영입을 추진하는 등 텃밭 사수에 나섰다. 장 교수는 광주출신이다.
야권 분열로 호남의 정치지형이 크게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안철수 신당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호남지역에서 가장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여기다 박주선 의원과 박준영 전 전남지사도 별도의 신당을 추진 중이다.
호남 지역이 분열상이 가장 크지만 이 지역이 야권에서 여권으로 넘어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야권 성향의 무소속 후보들이 제1야당 후보를 제치고 당선된 경우가 비일비재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수도권이다. 수천표로 당락이 결정되기 때문에 ‘야권 분열=필패’라는 분석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는 야권 전체의 고민이기도 하다.
수도권에서의 야권 연대 성사여부가 내년 총선의 최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는 통합을 위해서라면 대표직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정의당이 제시한 연동형 비례대표제도를 여야 협상장에 들고 들어간 이유도 이를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수도권에서 여야 1대1구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인식은 천정배 의원도 마찬가지다. 천 의원은 '새정치연합과 총선 연대는 없다'고 선을 그은 안철수 의원을 비판하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25일 CBS노컷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호남은 경쟁을 하면 되지만 수도권은 1대1 구도를 만들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앞으로 그런 방향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안철수 의원의 단언에도 불구하고 안 의원 주변에선 야권 연대가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문병호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지금은 각자 영역에서 야권 파이를 키우고 국민들이 힘을 합치라고 요구하면 그때 가서 연대를 할수 있다"고 전했다.
안 의원 조언그룹에 속하는 조정관 전남대 교수도 최근 토론회에서 "안 의원은 연대 불가를 천명했지만 마음대로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연대 가능성을 예상했다.
새정치연합 비주류와 탈당파들 사이에선 새정치연합과 안철수 신당의 지지율이 여당을 앞서는 여론조사를 근거로 신당효과로 야권 전체 파이가 커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여론전문기관인 리얼미터의 12월4주차 주중 집계(12월21~23일) 결과 정당별 지지율은 새누리당이 37.8%, 새정치연합은 21.9%, 안철수 신당은 19.5%로 나왔다.
안 의원 측 관계자는 "야권 전체 지지율이 새누리당을 뛰어 넘었다. 총선 승리 가능성이 높아졌다고도 할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지지율이 내년 총선 결과로 결실을 맺기 위해선 수도권에서의 야권연대는 불가피하다. 그렇지 않을 경우 야권의 제살깎기 경쟁으로 참패를 피하기 어렵게 된다.
'통합여행'을 하고 있는 새정치연합 이종걸 원내대표는 "지금은 야권이 승리할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며 "이런 상황에서도 진다면 역사의 죄인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탈당여부를 놓고 고민중인 김한길 전 대표도 이 점에서 막판 고심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대표 측근은 "김 전 대표는 안철수 의원과 통합해 새정치민주연합을 만들었고, 노무현, 정몽준 단일화에 앞장서 정권을 잡는데 일조했다"며 "그의 기본 원칙은 여야 1대1 구도를 만들어 총선에서 승리해야 대권 승리도 가능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