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섹남' 열풍…"올 성탄절은 집에서 직접 해먹는다"

"시내에서 인파에 시달리지 않고 오순도순 모여 가족의 정 나눠"

회사원 윤모(41)씨는 올해 크리스마스 이브에는 '칼퇴근' 후 곧장 집으로 달려갈 계획이다.

어차피 레스토랑 예약도 잘 안 되고 무작정 시내에 나가봤자 인파에 시달리기만 할 것이니 이번에는 직접 요리를 만들어주겠다고 아내에게 공언했다.


특히 올해는 과감하게 세 가지 양식 코스 요리를 직접 만들어 볼 계획이다.

최근 TV를 중심으로 부는 '요섹남'(요리를 잘하는 섹시한 남자) 열풍에 남성 셰프들이 현란한 요리 솜씨를 뽐내는 것을 보면서 '나도 할 수 있겠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도 생겼다.

윤씨는 24일 "이번 크리스마스는 외출보다는 공을 들여 요리해볼 생각"이라며 "막상 한 번도 안 해본 요리를 잘할 수 있겠나 싶지만 그래도 정성껏 요리하는 과정도 재미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맞벌이 직장인 안모(34)씨의 선택도 외식이 아닌 집이다.

부부 모두 야근이 잦아 외식을 자주 했는데, 크리스마스를 맞아 네 살배기 딸과 함께 요리를 해먹기로 했다.

특히 아내 강모(31)씨가 평소 요리 프로그램을 즐겨 시청하면서 "당신도 저렇게 요리 좀 해보라"는 핀잔을 자주 한 것을 기억하고는 이날 특별히 일일 셰프로 변신하기로 했다. 안씨는 레드와인에 소고기를 졸여 먹는 '뵈프 부르기뇽'에 도전한다. 재료도 전날 미리 구입해 머릿속에서 조리 방법을 여러 차례 되뇌는 중이다.

안씨는 "가족과 오순도순 모여 요리를 해 먹을 상상에 벌써 기분이 좋다"며 "살림도 빠듯한데 밖에서 비싼 돈 주고 외식을 해 먹는 것보다 단출하게 요리해 먹는 게 가족의 정도 나누고 좋은 것 같다"며 빠른 퇴근을 기대했다.

직장인 이모(34)씨는 직접 요리를 하지는 않지만, 아내가 요리 솜씨를 화려하게 뽐낼 수 있도록 주방 보조의 역할에 충실할 계획이다.

최근 다녀온 일본 여행에서 맛있게 먹었던 '스키야키'를 만들려고 미리 무쇠 재질 냄비도 인터넷으로 구매했고, 동네 단골 정육점에 스키야키용 고기도 특별 주문해놨다.

이씨는 "결혼 이후 매년 크리스마스 이브에 집에서 요리를 만들어 먹는 게 우리 가족의 연례행사가 됐다"며 "외식을 하려다 오히려 특별한 날을 망치는 지인에게 '강추'하고 있다"고 말했다.

요섹남들의 도전에 대형 마트도 북적거리고 있다.

변지현 롯데마트 마케팅팀장은 "이번 주에 들어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집에서도 간단히 연말 분위기를 낼 수 있는 랍스터 구이팩 및 스테이크용 소고기, 소용량 와인 등 상품들의 매출은 전주 대비 20% 이상 증가하며 소비자들의 인기를 끌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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