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성탄절은 소외된 이웃과 함께

'하늘에는 영광, 땅에는 평화'

25일은 하나님의 어린양 아기 예수가 이 땅에 태어난 성탄절이다. 그러나 2015년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에는 영광도 없고 축복도 없는,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들만 넘쳐나고 있다. 만나는 사람마다 표정이 어둡고 내일에 대한 전망은 춥기만 하다. 더러워진 세상을 하얗게 덮어줄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기다리지만 눈 소식은 없다. 눈 대신 중국에서 날아온 미세먼지 때문에 하늘이 잿빛으로 변한 쓸쓸한 크리스마스 전야다.


성탄의 진정한 의미는 예수 탄생의 기쁨과 복된 소식을 이웃과 나눌 때 찾을 수 있다. 해마다 성탄절은 연말연시와 겹치면서 소외된 이들에 대한 관심이 쏟아지지만 올해는 그 같은 사랑이 더욱 절실하게 느껴지는 때다.

올 한해 나라 안팎을 둘러보면 그 어느 해 보다 어둡고 우울했다. 유럽에서는 이슬람국가 IS의 무차별적인 테러 참사가 끊이지 않았다. 그로인해 중동지역은 일촉즉발의 전운이 감돌았고, 유럽은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를 테러 때문에 공포와 긴장의 날들을 보내야 했다. 중국과 미국, 그리고 일본이 벌이고 있는 아시아에서의 패권 다툼도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들 열강의 패권 다툼이 대한민국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인지도 여전히 불안했다.

국내 정치 경제도 어둡고 우울하기만 했다. 수출을 주도했던 석유화학과 조선, 철강 등 수출주력 업종이 추락했으며 기업들의 매출과 순익도 큰 폭으로 감소했다. 그런 가운데 대기업 총수 일가의 비윤리적인 경영과 갑질 행동으로 국민들의 비난을 샀고, 정치인과 공직자들은 권력 남용과 비리에 연루돼 신뢰를 잃었다.

그런가 하면 눈덩이처럼 불어만 가는 가계부채, 치솟는 전세금과 상가 임대료 때문에 변두리로 쫓겨 나가는 서민들의 숨소리도 끊이지 않았다. 신용불량자와 체임근로자, 실직가장, 구직청년들의 절박한 목소리도 들려왔다.

우리가 성탄절을 예수 탄생의 기쁨만을 되새기는 하루로 보낼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말구유에 나신 예수 그리스도는 가장 낮고 천한 곳으로 임하는 모습을 몸소 보이셨다. 예수님의 지상 사역도 가난하고 병들고 멸시받는 사람들과 함께 하신 것으로 일관된 것이었다.

현실이 어두울수록 성탄이 전해주는 희망의 메시지를 귀담아 들어야 한다. 혼자만의 성탄이 아니라 이웃과 함께하는 성탄이 되어야 한다. 나 혼자만 배부르고, 내 가족만 따뜻한 것으로 만족하지 말고 소외된 이웃과 사랑을 나누는 훈훈한 성탄절이 되어야 한다. 대립과 반목을 거듭하고 있는 우리 정치에도 화해와 용서의 메시지가 울려 퍼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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