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조기 선대위' 案 급부상…文도 사실상 수용

文, 통합여건 마련되면 사퇴…김한길‧박지원은 부정적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선대위 조기 출범 필요성과 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23일 당 중진들과 수도권 의원들이 제안한 '조기 선거대책위원회 구성' 제안을 전격 수용했다.

당내 비주류가 요구하는 문 대표에 대한 2선 후퇴와 대책없이 대표직을 내려놓아서는 안 된다는 주류의 주장이 절충된 '카드'로 안철수 의원 탈당 이후 이어지는 탈당 러시와 이에 따른 야권 분열을 수습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문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당의 단합과 총선 승리를 위해 혁신과 단합의 기조로 선대위를 조기 출범할 필요가 있다는 제안에 공감한다"고 밝혔다.

그는 "혁신을 지키고 통합을 이룰 수 있다면 대표직에 아무 미련이 없다"며 "제가 지키고자 하는 것은 대표직이 아니라 혁신과 통합"이라고 말해 통합을 위해 대표직을 내려놓을 뜻이 있음을 강조했다.

야권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조기 선대위 카드는 당 중진과 수도권 의원들이 최근 마련해 문 대표에게 제안한 것이다.


문 대표의 발언 이후 4선 이상 중진의원들은 이날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회동을 한 뒤 "당내 상황의 타개책으로 조기선대위 구성을 당 소속 의원 전체에게 공식 제안하기로 했다. 20대 총선에 관한 모든 권한을 선대위에 위임하고 당 대표와 최고위는 일상적인 당무만 보는 방안"이라는 보도 자료를 내고 문 대표의 결정에 대한 지지의사를 밝혔다.

이후 수도권 의원들도 "중진의원모임이 제안한 조기 선대위 구성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며 "당 대표와 최고위는 12월 중으로 선대위를 구성한 뒤 선거와 관련된 모든 권한을 선대위로 위임해 줄 것을 요청한다"며 구체적인 시기까지 적시했다.

수도권 의원들은 "선대위는 혁신과 통합의 정신이 구현될 수 있게 공정하게 구성돼야 하고 당 대표는 선대위 조기 구성 후 일상적인 당무와 함께 야권이 연대와 통합을 위해 헌신해 줄 것을 요청한다"고 했다.

여기에는 김상희, 김영주, 김현미, 민병두, 박홍근, 백재현, 신경민, 오영식, 우상호, 우원식, 윤관석, 조정식 의원이 함께 했다.

우상호 의원은 "문 대표는 선대위를 가능한 빠른 시간 안에 구성해 전권을 넘겨주고 통합이 가시화되면 당 대표가 그만두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며 "지금 물러나는 것은 아니고 그때 물러나는 것이지만 전권을 선대위로 주는 것이기 때문에 문 대표의 권한 내려놓기이고, 이런 방식으로 (당 내홍을) 돌파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 의원은 "탈당을 고민하던 호남 의원 중 상당수가 '조기 선대위 구성안이라면 탈당하지 않는다'고 입장을 선회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탈당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진 김한길 전 대표와 박지원 의원 등 분당의 키를 쥐고 있는 인사들은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박지원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늦었습니다"라며 "제가 (2선 후퇴 등을) 제안할 때는 뭐라고 하셨습니까. 배수진을 치면 감동을 주지 않습니다"라고 했다.

김한길 전 대표도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한 것으로 보인다. 김 전 대표와 가까운 인사는 "실효성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김한길계 의원과 비주류 다수가 참여하는 구당모임 역시 "좀 더 구체적인 안이 필요하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최고위원도 반발하고 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조기선대위를 구성하고 여기에 20대 총선 공천권을 넘기라는 제안(현 지도부의 사실상 사퇴)의 수용 여부는 문 대표 혼자 결정할 문제가 아니고, 최고위에서 의결할 사안"이라며 "초법적 발상이고 저는 반대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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