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정오 상암 MBC 신사옥 앞에서 열린 ‘언론노조 MBC본부 탄압 규탄 기자회견’에서는 분노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MBC본부 조능희 본부장과 17개 지역사 지부장, MBC 자회사인 MBC아트 지부장과 해직 언론인 최승호 PD, 정영하 전 본부장, 이용마 기자 등이 참석했다.
이밖에 전국언론노동조합 김환균 위원장과 사무처 직원들, KBS·SBS·CBS·OBS·YTN 등 수도권 지역 본부장과 사무국장 등도 기자회견에 동참했다. 그만큼 이번 상황이 심각하다는 의미이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4조(노동조합의 전임자) 1항에는 “근로자는 단체협약으로 정하거나 사용자의 동의가 있는 경우에는 근로계약 소정의 근로를 제공하지 아니하고 노동조합의 업무에만 종사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그런데 사측은 노조 전임자들에게 부여했던 ‘근로시간 면제’(타임오프) 기간이 종료됐다며 업무에 복귀하라고 했다.
MBC본부 노조는 지금까지 과반수 노조로 교섭대표의 지위를 갖고 있었지만, MBC 내 나머지 2개의 복수노조에서 지난달 임협 과정에서 교섭 신청을 하면서 사측은 세 노조가 논의해 교섭대표 노조를 결정하라고 요구했다.
MBC 내에는 현재 조합원 1700여 명이 가입된 언론노조 MBC본부 외에 부장급 이상 선임자 30여 명으로 구성된 ‘공정방송노동조합’, 지난 2012년 MBC 파업 기간 이후 채용된 시용·경력기자 등 120여 명이 가입된 ‘MBC노동조합’이 있다.
하지만 회사가 정한 기한 내에 세 노조가 교섭대표를 정하는 데 합의하지 못하자 사측은 교섭대표 노조가 없는 것으로 보고 MBC본부 노조 전임자들의 타임오프를 재배정하지 않았고, 이에 업무에 복귀하라고 한 것이다.
대신 사측은 임금협상이 끝나지 않은 상황을 고려해 교섭일과 교섭 전날에는 기존 전임자들에게 임시로 근로시간을 면제해주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MBC본부는 “임금협상 도중 노조 집행부에 업무복귀 명령을 내린 것 자체가 중대한 협상 방해 행위”라며 “문화방송 내부에서 회사의 잘못을 비판하는 유일한 조직인 본부노조를 흔들어 파괴하겠다 의도”라고 지적하고 있다.
◇ “MBC본부 설립 28년 사상 초유의 사태”
조능희 본부장은 이번 일이 “MBC본부 설립 28년 사상 초유의 사태”라며 그 심각성을 강조했다. 그는 “임금협상 중인 상황에 협상 대리인을 없애는 횡포가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벌어질 줄은 전혀 생각도 못했다”고 한탄했다.
이어 “어제부로 대의원회의를 열고 비상집행위원회 출범하기로 했다. 여기에는 (2012년) MBC 투쟁을 선도했던 그리고 억울하게 해고된 해고자 전원을 집어넣어서 조직을 확대 강화했다”며 “노조를 파괴하려는 공작을 봉쇄하고, 공정방송에 대한 감시와 비판을 이어갈 것이다. 결국은 우리의 자랑스러웠던 MBC를 되찾을 때까지 끝까지 장렬하게 투쟁할 것이다"고 밝혔다.
그는 “공정방송하자는 노동자들 마구잡이로 잘라내고, 어떤 악질 기업주에게도 볼 수 없었던 행태들을 숱하게 자행하더니, 이제는 협상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노조 전임자를 복귀시키고, 이게 뭐하는 거냐. 그러고는 입으로 우리는 성실하게 협상하겠다니, 이 얼마나 가증스럽냐”고 지적했다.
이어 “협상이 원만하게 진행되려면 이것(타임오프)부터 해결해야 하는데 후순위로 미루고 있으니 성실한 교섭은 말이 안 된다. 우선 협상으로 노조 전임자들의 자유로운 활동을 보장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MBC의 현 행태를 ‘막장’이자 ‘노조를 뿌리 뽑으려는 행위’라고 정의한 정영하 전 본부장(해직조합원 대표)은 MBC 내 2, 3 노조에게 강하게 임금 협상에 나서지 말 것을 요구했다.
정 전 본부장은 “(노조 전임자 복귀 명령)은 MBC 내에서 노조 없애겠다는 파괴행위"라며 ”두 노조가 노동조합이라면 임금협상에 나서지 마라. 나는 한 번도 (두 노조를) 어용노조라고 부른 적 없다. 어용이 될지 노조가 될지 (이번에) 선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연대 발언을 한 KBS새노조 권오훈 본부장은 “KBS가 남 걱정할 처지는 아니지만 지난 엠비 정권 이후 청부사장 이병순, 특보사장 김인규, 관제사장 길환영, 먹튀사장 조대현도 KBS본부의 전임자에게 복귀 명령을 내린 적 없다”며 “노동조합의 역할과 KBS 내부 언론노동자의 존재를 인정해왔던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MBC 안광한 사장은 노동자가 가져야 할 기본 권리 ‘노동3권’을 인정하는가”라고 반문한 뒤 “남 걱정할 처지는 아니지만 KBS 역시 MBC와 함께 끝까지 싸우겠다”고 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