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 깬 이영렬 카드 … 靑-檢 치열한 물밑 조율 중 막판 발탁
이영렬 지검장의 발탁은 모두의 예상을 깬 것이었다. 법무부의 인사 발표가 있던 21일 대검찰청 간부들도 서울중앙지검장 인사에 다소 놀라는 분위기였다.
대검의 한 간부는 "이영렬 지검장이 고검장으로 승진될 수 있다는 생각을 했지만,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올지는 오늘 아침까지도 전혀 몰랐다. 다른 간부들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 지검장은 김현웅 법무부 장관, 김수남 검찰총장보다 연수원 기수는 후배지만 서울대 법대 동문으로 나이는 1살 더 많다.
서울중앙지검장직을 두고 청와대와 법무부, 대검찰청이 각각 치열한 줄다리기를 했던 상황에서 연배가 있으면서도 적이 없는 이 지검장이 막판에 중용, 발탁된 것으로 보인다. 이 지검장이 청와대 고위급과 친분이 있다는 설도 나온다.
한 검찰 관계자는 "후보군들의 경쟁이 워낙 치열하고 각자 계산법이 복잡하다보니, 제3자에게 득이 되는 '어부지리'(漁父之利)식의 인사가 이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서울중앙지검장 인사는 여느 때보다 물밑 조율이 치열했다.
특히 김주현 법무부차관(54·연수원 18기)과 김진모 인천지검장(49·연수원 19기)이 막판까지 유력한 후보로 떠올랐다. 하지만 김주현 차관은 사법고시 유예 발표로 인한 후폭풍이, 김진모 지검장은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과의 친분이 걸림돌로 작용했다. 각종 하마평들이 쏟아지자 인사가 당초 예상보다 늦춰지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서울중앙지검장이 된 이 지검장은 평소 선후배들을 잘 챙기고, 조직 내에 적이 없을 만큼 소통을 잘 하기로 유명하다. 올해 대구지검장에 재직할 때에는 후배 부장검사들을 관사로 불러 직접 고기를 삶아주고 각종 요리를 해줬다고 한다.
정통 특수수사통은 아니지만 노무현 정권때 청와대 대통령비서실 사정비서관으로 파견되는 등 기획 및 외부 경험이 풍부하다. 김현웅 장관, 김수남 총장은 물론 우병우 수석과도 사이가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검장 후보로 거론되던 두 사람 중 김주현 차관은 대검찰청 차장으로 나름 영전했다. 김진모 지검장은 고검장에 동기들 3명이 발탁된 가운데 고배를 마셨지만 요직인 서울남부지검장으로 옮겨 다음 승진을 노리게 됐다.
◇ 곳곳에 우병우 입김 여전…PK는 고검장 '0'명, 왜?
이처럼 서울중앙지검장 인사에는 한 발짝씩 양보하는 모양새를 취했지만 다른 고위급 인사에서는 청와대의 입김이 상당히 작용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우병우 민정수석의 영향력은 지난번 인사에 이어 여전했다는 평가이다.
대구 출신으로 우 수석과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노승권 대구고검 차장검사가 서울중앙지검 1차장으로 전보됐다.
검찰의 '별'인 검사장 인사에도 이변은 있었다. 총 11명의 검사장 승진자 중 주력 기수인 연수원 22기들이 7명 승진하는데 그치고, 21기들이 4명이나 구제됐다. 통상적으로 직전 기수중에 2~3명이 추가로 승진되는데 비춰 다소 튀는 인사이다.
구제된 21기 중 눈에 띄는 송인택 서울고검 송무부장은 과거 우병우 수석이 부천지청장으로 재직할당시 차장으로 함께 근무한 경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경남(PK)출신들이 고검장에서 제외된 것도 눈에 띈다.
현재 김수남 검찰총장을 비롯해 고검장 2명(박성재, 김강욱)이 모두 대구경북(TK) 출신이다. 이밖에 서울 출신 3명 (이영렬, 김주현, 이창재), 호남 출신 2명(김희관, 문무일), 충청 출신 1명(윤갑근), 강원 출신 1명(오세인)으로 PK출신은 현재로서는 없다.
김진태 검찰총장이 물러나면서 PK출신들이 청와대에 의해 대거 배제됐다는 설도 나돈다.
한편, 이번 인사에서 연수원 19기가 3명이나 고검장에 올라 승진 속도는 빨라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연수원 19기는 우병우 민정수석의 사법연수원 동기들이어서 이같은 연소화에 대해 우려를 보내는 시선도 없지 않다.
이에 대해 한 검사장급 인사는 "고검장을 세 기수에서 나누다보니, 기수별로 골고루 배치하기 위해 19기들이 많이 올라선 것 같다. 하지만 다소 빠르게 진행되는 감이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검찰 관계자는 "상명하복으로 빠르게 수사가 진행되는 검찰 조직의 특성과 현 정권과의 관계상 검찰 승진이 법원에 비해 빠른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상이다"면서 "다만 우병우 수석과 검찰 인사를 긴밀히 연결짓다보니 연소화에 대한 우려도 커진 것 같다"고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