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과 각종 IT기기가 달력을 대신하고 있는 탓도 크다.
대전 신탄진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김은미(가명) 씨는 2~3년 전까지만 해도 이맘때 제약회사에서 주는 달력을 손님들에게 넉넉하게 나눠줬지만, 올해는 그럴 수가 없다. 제약회사에서 비용절감을 이유로 달력 제작을 대폭 줄였기 때문.
김 씨는 "제약회사에서 들어오는 달력 자체가 확 줄어 전부 나눠드릴 수가 없다"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하는 손님도 있어 곤혹스러울 때도 있다"고 말했다.
과거 협력업체와 직원들을 위해 많은 달력을 제작하던 기업들도 제작 자체를 꺼리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대전의 한 중견기업은 거래처와 협력업체에 나눠주는 달력을 지난해 수준으로 유지하되 직원들과 각 영업장에 주던 달력은 지난해 절반 수준으로 확 줄였다. 일부 기업은 아예 달력을 제작하지 않는 곳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달력을 만들지 않는다고 하면 회사 사정이 어렵다고 생각하는 업체 사람들이 있어 정말 필요한 수량만 제작했다”며 “예년 같지가 않다”고 말했다.
연말 특수인 달력 등을 제작하는 인쇄업체들은 그야말로 고사 상태다. 일감이 줄어든 것은 그나마 낫다. 아예 운영을 접은 곳도 태반이다.
대전 정동에서 만난 한 인쇄업체 관계자는 “임대 안내문을 붙여놓고 가게 문을 닫은 곳도 여럿”이라며 “달력 제작이 급격히 줄어든 데다 대형 인쇄업체에만 주문이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