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다 이미 탈당한 천정배, 박주선 의원과는 총선 연대.통합 의지를 밝히면서 호남 현역 상당수를 안 의원이 껴안는 모양새다.
문제는 호남 의원들이 20석 이상인 원내교섭 단체를 꾸리는데 '단비' 같은 존재지만, 안 의원이 말하는 '혁신' '새정치'와는 거리가 멀다는 점이다. 이들은 안 의원이 연대를 강하게 시사한 천정배 의원과 과거 앙금이 있다는 점에서 갈등의 불씨가 될수도 있다. 즉 '양날의 칼'인 셈이다.
◇ 호남의원들 '안철수 신당行' 고민
안철수 의원이 새정치연합의 호남 혁역에 대해 문호를 열고 '호남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광주에선 김동철 의원에 이어 권은희 박혜자 임내현 장병완 의원 등 비주류 의원들도 현역의원 평가가 마무리되는 시점을 전후해 움직임이 활발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전남에선 박지원 주승용 김영록 의원 등의 탈당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안철수 의원은 '수구적 세력'이 아니라면 함께 하겠다고 밝혀 이들이 '안철수 신당'에서 새 둥지를 틀 가능성이 크다.
이럴 경우 안철수 신당은 10여명의 현역을 확보할 수 있다. 또 의석수에서 정의당(5석)을 앞서며 '기호3번'을 배정받을 수 있게 된다.
◇ 호남 현역으로 새정치?…安의 딜레마
그러나 호남 현역 의원들의 대거 수혈은 안 의원에게는 딜레마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
안 의원은 '혁신' '새정치'를 기치로 내걸고 신당을 추진하고 있지만, 호남 현역 의원들 상당수가 이에 부합하느냐는 문제가 부각될 수 있다.
호남 지역민심이 악화된 데에는 문재인 대표에 대한 부정적인 정서 못지않게 현역의원들에 대한 불만도 상존하고 있어서다. 매번 나왔던 '호남 물갈이론'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도 되풀이 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한 야권 정치인은 "장기적으로 호남 현역의원들을 대거 수혈하는 게 득이 될지, 실이 될지 모르겠다"며 다소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민영삼 사회통합전략연구원장은 "안 의원 입장에서는 호남 의원들을 받지 않으면 신당 동력을 확보할 수 없기 때문에 고육지책"이라며 "세(勢)를 얻기 위해선 어쩔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호남 의원들이 천정배 의원과 불편한 관계라는 점도 복병이 될 수 있다. 호남 의원들은 지난 7.30 재보궐선거 때 천 의원의 광주 출마에 반대하며 연판장을 돌린 적이 있다.
정치신인으로 승부수를 던지려던 천 의원과 현역을 껴안아야 하는 안 의원 사이에 공천 갈등이 불거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새정치연합이 호남에서 자연스러운 세대교체를 이루며 참신한 인물로 승부할 경우 안 의원의 '새정치'가 퇴색할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 수도권 의원 탈당이 핵심 변수…김한길·박영선에 쏠린 눈
안 의원이 실제로 야권재편을 이룰지는 김한길, 박영선 의원 등 당내 수도권 중진 의원들의 행보에 달렸다는 분석이 많다.
새정치연합 당직자는 "안 의원이 '호남당'을 탈피할지 여부는 수도권 중진 의원들의 탈당 여부가 중요해졌다"며 "두 사람이 빠져나가면 무게 중심이 신당쪽으로 빠르게 기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한길 의원은 지난 20일 문 대표의 결단을 요구하면서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제 고민도 점점 깊어간다"며 탈당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는 전날 문 대표를 만난 후에 나온 반응이다.
박영선 의원도 21일 CBS 라디오에 출연해 "(새정치연합이) 문재인당으로 갈 것이냐, 아니면 대중정당으로 갈 것이냐의 갈림길에 서 있다"며 문 대표를 우회적으로 압박했다.
이들이 나가면 몇몇 의원들의 동반 탈당과 함께 분당수준의 분열이 불가피해진다. 이런 상황은 다시 한번 문재인 대표를 시험대에 올려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