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는 국토부 장관을 지낸 유일호 의원이 발탁됐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에는 이준식 서울대 교수, 행정자치부 장관에는 홍윤식 국무조정실 국무1차장, 산업통상부 장관에는 주형환 기획재정부 1차관, 여성가족부 장관에는 강은희 새누리당 의원이 각각 내정됐다.
인물들의 면면을 볼 때 집권 4년차를 앞두고 변화 보다는 안정에 무게를 뒀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유일호 내정자는 “박근혜 정부의 일관된 경제정책 기조를 유지하겠다”며 “우선적 과제는 구조개혁”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경제위기설과 국정교과서 파동 등 중차대한 현안을 해결해야 할 상황에서 이번 개각 명단이 각 분야를 대표할 최고의 전문가들인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야당에서는 회전문인사, 보은인사라는 논평이 즉각 쏟아졌다.
한국경제가 일본의 20년 장기불황과 같은 깊은 터널 속으로 빠져들지 모를 것이라는 위기감 속에 최대 관심은 단연 경제사령탑이다. 내년 총선에 출마하겠다며 국토부장관에서 물러난 인물을 한 달 만에 다시 기용하는 것은 우선 매우 부자연스럽다. 박근혜 대통령이 경제사령탑의 바통을 정치인 출신인 유일호 의원에게 넘긴 것은 코드가 맞는 인사를 통해 정책기조를 크게 흔들지 않겠다는 의지와 함께 입법을 고려해 정무적 능력에 방점을 찍은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한국개발연구원과 조세연구원장을 거친 정책통이긴해도 그가 작금의 위기를 헤쳐나갈 최적임자인지에 대해서는 ‘미흡하다’는 평가가 있다. 한국 경제에 위기가 닥친다면 금융 쪽에서 올텐데, 금융분야의 실무경험이 부족해 과연 위기에 제대로 대처할 수 있겠냐는 우려다.
부총리를 지낸 한 전직관료는 “위기를 막으려면 구조조정을 제대로 해야 하는데, 재벌과 은행이 유착돼 있는 상황에서 은행이 구조조정을 주도하기는 매우 어렵다”며 “그걸 해내는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금융을 잘 아는 배짱있는 관료나 전문가가 구조개혁을 진두지휘하는 게 바람직했다는 견해다.
새 경제팀은 전임 경제팀의 부작용도 수습해야 한다. 전임 최경환 부총리는 경기부양책을 골자로 하는 초이노믹스를 들고 나왔지만 최종 성적표는 올해 성장률 2.78%였다. 내년도 예산은 역대 최저인 전년대비 3% 증액에 그쳤고, 국가채무도 급격히 늘고 있어 유일호 경제팀은 돈을 풀어 경기를 살리는 정책은 할래야 할 수도 없는 처지다.
부동산 거품이 꺼질 경우엔 가계부채가 더욱 늘고, 지난 2003~2004년과 같은 신용불량자 증가 사태로도 이어질 수 있다.
새 경제팀이 금융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경제전반의 구조개혁을 이끌 리더십을 발휘하느냐에 대한민국 경제의 명운이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