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벌 소방관 유가족 "어떻게 죽어야 순직입니까"

<故이종태 소방관 부인>
-위험한 일 아냐? 그럼 왜 죽었나
-순직 기준 없어, 여론에 반응할 뿐
-보호 장비나 주고 착용문제 논해야
-부의금 기부결정.. 평소 고인 뜻 기린 것
-고인 죽음 묻혀선 안돼.. 소방관 처우 개선돼야

<현직 소방관>
- 현장서 사망하거나 다치면 다 순직처리해야
- 인원 턱없이 부족.. 무리한 근무 일상화
- 수당줄여 보호장비 사는 식.. 조삼모사
- 정부 대책 거짓말 같아.. 이 갈릴 정도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유가족 (고 이종태 소방관 부인), 소방관 (현직 소방관)

지난 9월 경남에서 한 소방관이 말벌에 쏘여 숨진 사건, 여러분 기억하십니까? 그 당시 저희 방송에서도 이 문제를 다뤘었는데요. 이 소방관 말법집을 제거하기 위해 출동했다가 그만 말벌에 쏘여 숨진 거였고요. 그 후 유족들은 이 소방관의 순직을 인정해달라, 이렇게 요청했었습니다. 그런데 심사 결과 지난주 이 순직 신청은 최종 기각이 됐습니다. 인사혁신처는 당시 고인이 처한 상황은 고도의 위험을 무릅쓴 거라 보기는 어렵다, 그래서 순직인정은 안 된다라는 설명이었는데요. 유족들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오늘 유족 한 분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죠. 고인의 아내되는 분이세요. 익명으로 연결이 되어 있습니다. 나와계십니까?

◆ 유가족> 네.

◇ 김현정> 남편이 세상 떠난 지 이제 석 달 됐네요. 가족들은 어떻게 지내고 계세요?

◆ 유가족> 아직까지는 119차량만 봐도 우리 남편이 생각이 나서 저도 모르게 눈물이 흐르곤 해요.

◇ 김현정> 119 소방차 지나가는 것만 봐도 그 안에 남편이 타고 있는 것 같고.

◆ 유가족> 네.

◇ 김현정> 왜 안 그렇겠습니까? 그런데 지난주에 인사혁신처 순직보상심사위원회에서는 고 이종태 소방관의 죽음은 순직은 아니다. 순직으로 인정하기 어렵다, 이렇게 결론을 내렸답니다. 고인이 처한 상황을 고도의 위험을 무릅쓴 거라고 보기는 어렵다라는 게 이제 근거인데. 이 설명 듣고는 어떠셨어요?

◆ 유가족> 어처구니 없다고 생각이 들죠. 우리 남편이 그곳이 위험한 곳이 아니었으면 지금 이 자리에 있어야 되지 않겠습니까? 이 세상을 살고 있어야 되지 않겠습니까? 정확한 기준을 모르겠어요. 기사를 보면 고드름 따다 죽은 사람은 되고 고양이를 구출하다 죽은 사람은 안 되는 거. 정말 정확한 기준이 없다고 생각이 든다.

◇ 김현정> 그 보호복을 챙겨입지도 않았다는 거. 그 부분도 그러니까 그렇게 뭔가 안전수칙을 제대로 안 지킨 거 아니냐, 이렇게 생각을 한 모양입니다, 인사혁신처에서는. 그건 어떻게 보세요?

◆ 유가족> 그러면, 전쟁 중에 헬멧이 벗겨져서 머리에 총을 맞으면 순직이 아니겠네요.

◇ 김현정> 전쟁 중에 어떻게 하다 헬멧이 벗겨졌는데 총알을 맞으면 그게 군인 탓이냐 이 말씀이세요?

◆ 유가족> 그렇죠. 정부에서는 개인 장비를 100% 지급을 다 하고 난 뒤에 장비를 착용 했느니 안 했느니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보호구도 제대로 지급하지 않고 보호구 타령만 하고 있으니까 안타깝습니다.

◇ 김현정> 남편분이, 고 이종태 소방관이 평소에도 보호장비가 부족하다, 뭔가 좀 활동하기에 부족한 게 많다는 하소연들을 집에서도 했나요?

◆ 유가족> 가끔씩 했죠. 그런데 이제 항상 이런 일이 있을 때만 방송에서는 어떻게 해 준다는 말뿐이었지 지나고 나면 끝인 거예요.

◇ 김현정> 거기에서 끝인 거다, 이런 이야기를, 하소연을 했어요, 평소에도 남편분이?

(사진=자료사진)
◆ 유가족> 네.

◇ 김현정> 결국은 그 일이 본인에게 닥친 거네요?

◆ 유가족> 그렇죠. 왜 힘있는 자는 모든 게 용납되고 힘없는 사람은 이렇게 당하고 있어야 되는지 모르겠어요.

◇ 김현정> 힘있는 사람은 다 용납되는데 우리 같은 사람들은 왜 그대로 당해야 되나, 그런 생각이 드세요?

◆ 유가족> 네.

◇ 김현정> 저는 좀 남아있는 가족들 걱정도 많이 되는데요. 자녀 둘 두셨더라고요.

◆ 유가족> 네.

◇ 김현정> 몇 살입니까?

◆ 유가족> 21살, 20살입니다. 큰 아이는 지금 군 복무 중이고요.

◇ 김현정> 작은 아이는 대학 다니고?

◆ 유가족> 네.

◇ 김현정> 아들은, 군 복무 중인 아들은 아버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군에서 들은 거네요.

◆ 유가족> 그렇죠. 그날 자대 배치 받는 날이었어요.

◇ 김현정> 자대배치, 이제 막 갔군요, 군에.

◆ 유가족> 네. 저한테 오히려 엄마 진짜 아빠가 이렇게 된 거 맞냐고 물어보는데. 참 제가 할 말이 없더라고요.

◇ 김현정> 왜 안 그렇겠습니까? 지금 군에서 이 상황을, 군에서 나와서 자기가 처리할 수도 없는 거고 어머니를 옆에서 도울 수도 없는 거고. 그러니까 아들 심정은 어떨까 얼마나 더 타들어갈까 싶네요. 그런데 이 상황에서 고인의 장례 치르면서 들어온 부의금도 고인의 뜻을 기리기 위해서 다른 곳에 사용해 달라, 이렇게 기부를 하셨다는 게 사실인가요?

◆ 유가족> 네. 그렇습니다.

◇ 김현정> 한 1000만원 정도를 기부를 하셨어요?

◆ 유가족> 네.

◇ 김현정> 어떻게 그런 결정을.

◆ 유가족> 남편이 항상 어려운 사람 보면 그냥 지나치지를 못했었어요.

◇ 김현정> 그런 성품이셨군요.

◆ 유가족> 모임에 가더라도 뭐 이상한 걸 많이 들고 오고 그렇게 했어요. 뭐 들고 왔냐 그러면 그냥 내가 하나 사줬다고 하고. 자기가 꼭 필요하면 가끔씩 들고 오는데 필요치 않으면 (그냥 상인에게) 돈 주면서 가지고 가라 이런 걸 많이 봤거든요.

◇ 김현정> 길거리에서 어려운 분들이, 노인 분들이 물건 파는 거 보면 피하지 않아도 그걸 사가지고 오고. 지나치지 못하는 분이셨어요.

◆ 유가족> 네. 그래서 많지는 않겠지만 저도 도움을 주고자 싶어서 그렇게 한 것입니다.

◇ 김현정> 알겠습니다. 이번 사건 어떻게 해결되어야 한다고 보세요?

◆ 유가족> 해결이 저뿐만이 아니라 전국의 소방관들도 이 같은 일은 다시는 당하지 않았으면 좋겠고요. 유족들에게 한 번 더 아픔을 주지 않게, 해결이 잘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김현정> 고인은 돌아가셨지만 이 죽음을 계기로 더 소방관들의 환경이 개선이 되고 어떤 불분명한 기준, 이런 것들 바로잡혔으면 좋겠다, 이 말씀이세요.

◆ 유가족> 그렇죠. 처우개선이 좀 됐으면 합니다.

◇ 김현정> 순직처리가 되고 안 되고 그래서 보상금을 얼마 더 받고 안 받고 이 문제가 아니라.

◆ 유가족> 그렇죠. 지금의 소방관들이 지금보다 더 나아질 수 있는 처우개선이 필요하다고 저는 간절히 진짜 원하는 바입니다.

◇ 김현정> 저희도 관심 가지고 끝까지 힘을 좀 보태겠습니다. 오늘 고맙습니다.

◆ 유가족> 네, 수고하십시오.

◇ 김현정> 어려운 가운데 인터뷰 응해 주셨어요. 고 이종태 소방관의 부인을, 유족을 먼저 만나봤습니다. 현직 소방관 한 분을 좀 연결해 보죠. 이번 순직 사건을 현직 소방관들은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이분의 신원보호를 위해서 익명으로 진행하는 점 여러분들께 양해 부탁드립니다. 소방관님, 나와계세요?

◆ 소방관> 예. 안녕하십니까?

◇ 김현정> 말벌집을 제거하러 갔다가 사망했지만 순직은 아니다라는 이런 결론, 어떻게 들으셨습니까?

◆ 소방관> 동료들이랑 많은 얘기를 해봤는데 한두 번 있었던 일은 아니지만 매번 들을 때마다 정말 힘이 빠지죠.

◇ 김현정> 이런 결정이 한두 번이 있었던 것이 아니다, 힘빠지는 결정이.

◆ 소방관> 네. 그전에도 (문) 열어달라고 했던 곳에 출동했다가 옥상에서 떨어지거나 지붕에서 떨어진 적 있었고요. 고양이 사건도 있었고요. 심지어는 출동하다가 돌아오는 길에 교통사고가 났는데 그것도 순직이 안 돼서 소송하는 경우도 많았고요.

◇ 김현정> 그 기준은, 앞에서 유족도 지적을 했습니다마는 그 기준은 도대체 어떤 기준인가요? 순직이 되고 안 되고는.

◆ 소방관> 그러니까 화재현장에서, 현장에서 죽거나 아니면 아주 위험한 출동인 경우에 선별적으로 순직처리를 해 주거든요. 그러니까 이게 지금 열기주의로 개별 사건마다 보는데. 개괄주의로 해서 현장에서 사망하거나 다칠 경우에는 다 공사 혹은 순직 처리를 해야 된다고. 법률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출동해서 그 현장에서 그 일과 관련된 것을 하는 사람들을 다 개괄적으로 함께 봐야 하는데. 숨질 당시 그 상황만 가지고 판단을 하다 보니까 이게 어떤 건 순직이 되고 어떤 건 안 되고 왔다갔다 하는 거군요.

◆ 소방관> 그렇죠. 국민 여론이 비판적으로 바뀌면 순직처리를 해 주고 대충 묻어간다 싶으면 안 해 주고 뭐 이런 식으로 되는 거죠.

(사진=자료사진)
◇ 김현정> 그래요. 이번 말벌제거 사건 같은 경우에 특히 좀 이해가 안 가는, 특히 화가 나는 부분이 있다면 어떤 걸까요?

◆ 소방관> 아까 유족분도 말씀하셨지만 장비도 주지 않고 개별 소방관이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했다, 그래서 소방관 잘못으로 몰고 가는 거거든요.

◇ 김현정> 그러니까 보호복을 안 입었기 때문에 어떤 부주의했던 게 있지 않느냐라는 부분이 지금 지적이 된 건데.

◆ 소방관> 그때 당시에 보호복이 없었죠, 그 사람한테는. 장비를 주지 않고 그 사람한테 책임을 묻는 거니까 잘못된 거죠. 그리고 더 중요한 건 인원 자체가 저희가 부족하거든요. 만약에 감시할 수 있는 보조자 1명만 더 있었어도 그 사람이 그렇게 되지는 않았겠죠. 2교대 인원으로 3교대 근무를 서기 때문에 각 센터마다 적게는 30, 많게는 50% 정도 인원이 부족합니다.


◇ 김현정> 늘 부족하군요, 인원이.

◆ 소방관> 턱없이 부족한 인원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자꾸 무리를 하게 되고. 이번 사건 같은 어처구니 없는 일들이 자꾸 발생을 하는 거죠.

◇ 김현정> 그러니까 그 사건 당시에도 이종태 소방관 옆에 감시할 수 있는 인원이 한 명만 더 있었어도 이런 일을 당했겠느냐 늘 부족하게 다니다 보니까 사고의 위험도 높다는 말씀이시네요.

◆ 소방관> 그렇죠. 원래 이런 일들은 소방관 일이 힘드니까 파트너들과 짝을 지어서 움직여야되는데. 그때 당시 사고 당하신 분들도 혼자 있었잖아요.

◇ 김현정> 혼자 있었어요. 저희가 어떤 얘기를 들었냐면 4명 정도가 한 팀으로 움직이는데 벌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장치는 팀당 하나밖에 지급이 안 된다, 이거 지금도 그런가요?

◆ 소방관> 뉴스 나가고 이슈화가 된 다음에 하나 정도 더 오기는 했습니다. 그런데 사실 그 장비가 지급된 건 말벌 다 끝난 가을에 지급이 됐고요. 저희한테 돌아와야 될 수당 같은 거 있지 않습니까? 인건비, 그걸 돌려서 장비를 구매를 하다 보니까 또 나중에는 수당을 안 주더라고요.

◇ 김현정>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여론이 들끓기 시작하니까 보호장비를 더 구해 주긴 했는데, 사주긴 했는데. 수당에서부터 나온 예산이다 보니까 수당이 줄어들었어요?

◆ 소방관> 네, 비번활동. 그러니까 쉬는 날 일을 하는 걸, 출장이나 이런 거를 문서화 못하게 하고. 수당도 지급이 안 되더라고요. 조삼모사인 거예요. 인건비 떼서 장비 더 챙겨주고 사람 놀리는 거나 마찬가지죠.

◇ 김현정> 예산 전체 풀이 커져야 되는데. 여기 빼다가 저기 막고 저기 빼다 여기 막고 임시방편이 되다 보니까 뭔가는 부족하다는 말씀이세요.

◆ 소방관> 네. 원래 쉬는 날에는 쉬어야 되는데 일이 많으니까 보낸단 말이에요. 밤샘 근무하고 아침에 퇴근해서 잠을 자야 되는데 그 시간에 다른 일을 또 시켜요. 출장 조치를 하고 문서 보고를 해야 되거든요. 그러면 수당이 나오는 거거든요. 그런데 그걸 못하게 하는 거예요.

◇ 김현정> 그걸 못하는 식으로, 그런 식으로 수당을 조정 한다, 우리 쓸 수 있는 수당이 이렇게 정해지는데 너희들이 그렇게 딱 제출해서 수당 받아먹으려고 하면 수당이 초과된다, 이렇게 설명이 오는 거예요.

◆ 소방관> 그렇죠.

◇ 김현정> 그런 식으로... 조삼모사네요.

◆ 소방관> 그렇죠.

◇ 김현정> 이쪽 항의하면 저쪽을 갖다 쓰고. 어떻게 만나면 동료들끼리는 뭐라고 한탄을 하세요?

◆ 소방관> 거의 포기하는 분위기죠. 솔직히 박근혜 대통령도 대통령되시기 전에 여러 가지 좋은 말씀 많이 하셨고, 세월호 이후에 국민안전처 생기면서 정치권에서 좋은 얘기가 많이 나왔어요. 저희들이 희망을 가졌는데. 이제는 뭐 그런 거짓말을 하도 듣다 보니까 이가 갈리는 정도?

◇ 김현정> 이가 갈린다라는 표현까지 쓰시네요. 소방관들의 이야기가 여론들이 많이 지지를 해 주고 이런 이야기가 한두 번 나온 것도 아닌데 개선이 안 되는 것 아닌가 참 답답한 생각이 든다. 오늘 여기까지 말씀 듣도록 하죠. 고맙습니다.

◆ 소방관>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말벌집 제거하다가 돌아가신 소방관. 하지만 순직은 아니다라는 이번 결정,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함께 고민해 봤습니다.

[김현정의 뉴스쇼 프로그램 홈 바로가기]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