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도 생소한 풋골프, 국가대표의 꿈은 똑같다

내년 1월 6일 아르헨티나서 제2회 월드컵 개막

대한풋골프협회는 지난 14일 강원도 정선의 에콜리안 정선 골프장에서 '제1회 전국 풋골프대회 - 월드컵 대표 선발전'을 열고 3명의 국가대표를 뽑았다. 치열한 경쟁 끝에 최은택(왼쪽 두 번째)이 1위를 차지했고, 최승호(왼쪽 네 번째)와 배성진(왼쪽 첫 번째)가 내년 1월 아르헨티나에서 열릴 월드컵 출전권을 손에 넣었다.(자료사진=대한풋골프협회)
이제 막 국내에 도입된 신종스포츠 풋골프. 축구와 골프가 결합한 풋골프는 최근 대한풋골프협회가 창립되며 내년 1월 아르헨티나에서 열릴 월드컵에 출전한 국가대표 선수를 선발했다.

워낙 대중에 알려지지 않은 종목의 특성상 국가대표에 도전한 이들은 많지 않았지만 지난 14일 매서운 한파를 뚫고 강원도 정선의 에콜리안 골프장에서 열린 ‘제1회 전국 풋골프대회 – 월드컵 대표 선발전’을 통해 최종 3명의 국가대표가 선발됐다.

서울대 체육교육학과 졸업생 최은택(26), 배성진(29), 세명대 생활체육학과 2학년 최승호(19)까지 세 명의 국가대표가 발탁됐다. 이들 세 명의 성적은 같았지만 후반 성적으로 순위를 나누는 백카운트 방식으로 1위는 최은택, 2위는 최승호, 3위는 배성진으로 나뉘었다.

▲국내 최초의 풋골프 국가대표, 그들은 누구인가

체육교사가 꿈인 최은택, 배성진은 임용고시 1차 시험을 치른 뒤 결과를 기다리다 학교 동기의 추천으로 풋골프 국가대표에 도전해 당당히 태극마크를 달았다. 이들은 대학교에서 모두 축구를 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풋골프를 추천한 친구까지 4명이 국가대표 선발전에 출전했지만 정작 추천한 친구는 떨어졌고, 이 둘이 제2회 국제풋골프협회(FIFG) 월드컵 출전권을 얻었다. 심지어 1등을 한 최은택은 다른 참가자들이 축구화 또는 풋살화를 신고 대회에 나선 것과 달리 평소 신던 운동화를 신고 대회에 출전해 당당히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무릎을 다쳐 수술하는 바람에 좋아하는 축구를 그만뒀다는 최은택은 “축구를 한 경험으로 공이 잔디에 착지하는 상황을 잘 알고 있어 효과적으로 경기할 수 있었다”고 우승 비결을 공개했다. 배성진 역시 “대학교 입학 실기로 축구를 했는데 몇 번 해봤던 골프와 결합된 새로운 종목이라고 해서 도전했다. 직접 해보니 진입장벽이 낮아 쉽게 적응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체육교사의 꿈을 키우는 이들은 어렵지 않은 경기 방식과 간단한 장비 등의 이유로 풋골프가 향후 초등학교 방과 후 수업은 물론, 중고등학교 체육 수업에도 효과적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3명의 국가대표 가운데 유일하게 대학교 재학 중인 최승호는 학교에서 축구 동아리를 하는 데다 교수의 추천으로 선발전에 출전해 9명의 친구 가운데 유일하게 국가대표의 꿈을 이뤘다. 최승호는 “대회를 나가보니 축구처럼 킥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짧은 기간이지만 킥을 위해 하체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고 연습을 더 해야 할 것 같다”고 각오를 다졌다.


국제풋골프협회(FIFG)가 개최하는 제2회 풋골프 월드컵은 내년 1월 6일부터 5일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인근의 필라르 골프클럽에서 열린다.(자료사진=FIFG)
▲메시의 나라, 아르헨티나에서 열리는 풋골프 월드컵

제2회 FIFG 월드컵은 내년 1월 6일 아르헨티나의 수도 부에노스 아이레스 인근의 필라르 골프클럽에서 열린다. 아르헨티나에서도 고급 골프장으로 꼽히는 필라르 골프클럽에서 풋골프 월드컵이 개최된다는 사실만으로도 현지에서 풋골프가 얼마나 큰 인기를 끌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엄격한 복장과 장비 규정도 있다. 흔히 폴로셔츠라 부르는 깃이 달린 셔츠와 반바지, 그리고 무릎까지 올라오는 양말을 착용해야 한다. 신발 역시 풋살화 또는 실내용 축구화라고 부르는 스터드가 깊지 않은 축구화를 신어야 한다. 골프장의 잔디를 훼손할 우려가 있는 일반적인 축구화는 금지된다. 여기에 공인구 역시 국제축구연맹(FIFA)의 공인을 받은 5호 축구공을 사용해야 한다. 5호는 일반적으로 축구를 할 때 사용하는 크기다.

실제 골프경기의 규칙을 그대로 가져와 18홀, 파 72로 대회가 열리고 개인전은 물론, 단체전도 치러진다. 개인전은 총 5일 동안 열리고, 상위 랭킹 8개국이 출전하는 단체전은 3일간 경쟁한다. 실제 골프대회와 다른 점은 국제대회지만 순위에 따라 선수들에게 주어지는 상금은 따로 없다.

풋골프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축구와 골프가 결합한 신종스포츠로 유럽과 남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자료사진=국민체육진흥공단)
▲첫발 내디딘 풋골프, 이미 뜨거운 열기

풋골프의 활성화를 통해 골프의 대중화라는 최종 목표를 이루고 싶다는 권기성 대한풋골프협회장의 바람처럼 국내 최초의 풋골프 국가대표로 뽑힌 이들 3명에게도 공통된 목표는 있다. 바로 생애 첫 풋골프 월드컵에서 한국의 ‘매운맛’을 보여주겠다는 다부진 각오다.

“풋골프를 소개한 친구(박나람)가 가장 고맙다. 그 친구는 1타 차로 국가대표가 되지 못했다“는 최은택은 “국가대표 선발전도 망신만 당하지 말자는 생각으로 나가서 1등을 했는데 월드컵에서도 5위 이내의 성적이 목표다. 나라를 대표해서 출전하는 만큼 부끄럽지 않은 성적으로 돌아오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최승호 역시 “재미있게 해보자는 생각으로 국가대표까지 뽑혔다. 적어도 전체 출전 선수 가운데 상위 50% 이내의 성적이 1차 목표”라고 말했다. 3명의 국가대표 가운데 맏형인 배성진은 “우리나라가 처음 참가하는 대회라 선수 모두 경험은 없지만 열심히 연습해서 좋은 성적을 거두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제 막 국내에 도입된 종목인 데다 협회 창립도 오래되지 않아 선발전을 통해 선발된 3명과 권기성 회장이 직접 제2회 FIFG 월드컵에 선수로 출전한다. 권 회장은 자비로 출전하지만 선발전을 거친 3명은 국내 기업과 마니또 방식의 일대일 후원을 통해 참가비를 마련했다. 부동산투자회사 위드파트너스와 의약품 도매업체 서울메디칼, 패턴디자인회사 TW텍스에서 국가대표 1명씩 참가비를 후원한다.

이밖에 모자제조업체 ‘런포굿 프로젝트’가 선수들이 착용할 모자를 후원하는 등 다양한 업체로부터 국내 첫 풋골프 월드컵 출전을 위한 도움을 받은 권기성 회장은 “국내 기반이 열악한 풋골프지만 많은 분이 선뜻 도움을 주어 고맙다. 현재 기존 계약 외에도 여러 회사로부터 후원 계약을 논의하고 있다”고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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