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독교, 어떻게 국가적 종교가 되었는가

일본의 기독교사 연구자 두명이 바라본 한국 기독교

사진 제공= 책과 함께
<한국 기독교, 어떻게 국가적 종교가 되었는가>는, 한국인들은 잘 안다고 생각하고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한국 기독교의 역사와 현재의 모습을 일본의 기독교사 연구자 두 명이 자세하게 담아낸 책이다. 일본 대중들을 대상으로 쓴 한국 기독교 관련 개설서이지만, 한국의 독자들에게도 한국 기독교계를 바라보는 새로운 창을 열어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전래 초기에서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한국 기독교의 역사를 통시적으로 훑고, 가톨릭과 개신교를 함께 논하고 있어 한국 기독교의 전체상을 조망하기에 좋다. 교회, 신도, 성직자, 신학교 등의 구체적인 통계 외에도 한국 개신교의 해외 선교 양태, 해외 한인교회의 존재 형태, 재한국 일본 종교의 포교 현황, 북한 교회의 존재 양태 등 한국 기독교에 관련된 종합적인 상황을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을 통해 한국의 독자들에게는 익숙한 한국 기독교가 관찰자의 시선으로는 매우 이례적이고 특이하게 보인다는 점을 알게 될 것이다. 예를 들면, 한국 개신교의 대형화, 세습, 개별교회주의, ‘축복’의 신학 등이 그것이다. 타자의 시선은 곧 나를 비추어 보는 ‘거울’일 수 있다. 이 거울을 통해 한국 기독교를 성찰할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한국 기독교의 과거―무속신앙과 교파주의, 신사 참배 문제

지난 12월 8일에 목사, 신부, 스님 등 종교인 소득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는 내용을 담은 소득세법 개정 공포안이 8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오는 2018년 1월부터 발생하는 종교인들의 소득분에 대해 과세가 이뤄진다. 또한 10일에는 여의도순복음교회 일부 장로들이 조용기 원로목사가 교회 돈 800억 원을 부당하게 챙겼다며 검찰에 고발한 사실이 보도되었다. 이에 따라 검찰이 조 목사의 비리 혐의에 대한 수사에 나섰으며, 조 목사는 앞서 교회 헌금 유용으로 유죄 판결을 받고 현재 집행유예 중인 상태여서 앞으로의 검찰 수사 결과가 주목된다.


한편으로 보수 개신교단체인 한국기독교총연합회는 2015년 광복절에 이승만에게 ‘제1회 대한민국 건국 공로대상’을 수여했다. 이승만과 박정희에게 역사의 정통성을 부여하려는 현 정권의 ‘역사 교과서 국정화’에 보수 개신교 목사들도 시동을 건 사건이다. 기독교계의 자성을 요구하는 목소리와 수구 세력에 동조하는 모습이 공존하는 현재, 한국 기독교는 어떠한 역사를 지녔기에 이처럼 다양한 모습들을 보이고 있는가.

이 책 ≪한국 기독교, 어떻게 국가적 종교가 되었는가≫에서 저자들은, 한국 기독교의 근원을 임진왜란까지 끌어올려서 역사적으로 고찰한다. 결론적으로 “조선 국내에 가톨릭의 기원이 될 만한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니”라는 서울대학교 이원순 명예교수의 주장에 따르고 있지만, 16세기 한일 기독교인의 교류에 대해 추적하고 있어 앞으로 더 깊이 있는 연구가 예상된다. 또한 무속신앙, 유교 등과 만나 중국과 일본과 다른 한국만의 토착화된 기독교를 이룩한 점이나 미국식 개신교의 영향 등 역사적 특징들을 다양하게 검토하였다.

저자들은 한국에서 기독교보다 앞서 전래된 천주교가 한국전쟁 후 현저하게 열세가 된 이유 중 하나로 일제 강점기에 신사 참배를 받아들인 것을 들고 있다. 개신교 내부에서도 일본의 신사 참배에 굴복한 교회 지도자와 이에 반대하여 투옥되었다가 해방 후 출옥한 사람들 사이의 갈등으로 교회 분열이 초래되었다. 특히 장로교에서는 이로 인해 여러 개의 교단이 생겨났다. 전후 혼란한 사회상을 배경으로 교단이 나뉘고 통일교 등 신종교들이 출현하였으며, 1960년대부터 일부 교회가 확대해나가 대형교회주의와 개별교회주의의 견인차 역할을 해왔다. 이는 이단의 문제와 더불어 한국 교회의 두 가지 커다란 문제로 지적된다.

또한 저자들은 2007년 아프가니스탄 인질 사태를 불러일으킨 원인으로 해외 선교와 개별교회주의를 연관하여 설명하면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을 제기하고, 북한 선교에 힘을 기울이고 있는 개신교의 사례를 통해 앞으로 한국 교회 전체가 탈북자 문제에 대해 더욱 많은 관심을 갖고 대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본문 뒤에는 번역자인 이화여자대학교 양현혜 교수의 후기를 통해, 외부인의 시선 가운데 되짚어볼 문제들을 검토하였다. 저자들은 일본으로 귀화한 한국인 저술가 오선화의 글을 인용하여 ‘비참한 상태를 기뻐하고 한(恨)을 즐기는 한국인의 감성’을 기독교 수용의 요인으로 설명하고 있다. 물론 유교 사회 여성의 억압된 ‘한’을 해방시키는 것으로서 기독교를 설명하고는 있지만, 한국인의 감성에 대한 편견과 오해가 깃들어 있음을 지적한다.

또한 한국에서 기독교가 보편적으로 뿌리내리게 된 이유로 천도교가 기독교 수용의 가교 역할을 했다는 주장에 대해 천도교의 역사를 기독교 확장사의 배경 혹은 ‘가교’에 불과한 종속변수로 인식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지적하며, 한국 기독교, 특히 개신교에 대해 ‘기독교화한 무속종교’라는 시각으로 바라보는 저자들의 주장에 대해서 한국 개신교의 민주화운동과 민중신학을 함께 서술함으로써 한국 기독교의 전체적인 모습을 소개하였다.

몇몇 시각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한국 기독교가 사회성과 윤리성을 회복해야 한다는 지적이나, 한국 사회의 여러 문제와 북한 문제, 나아가 남북통일에 대해 응답해야 한다는 지적은 저자들이 이 책 전체에 걸쳐 독자들에게 전하는 뼈아픈 충고이다. 이를 통해 한국 기독교가 스스로를 성찰하고 정화하며 건강하게 성장해갈 수 있을 것이다.

다가올 2017년에 세계는 종교개혁 500년을 맞이한다. 교회사를 넘어 인류 정신사를 바꾼 1517년 10월의 종교개혁운동의 의미와 한국 기독교의 현재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 교파주의, 배타주의를 버리지 못한다면, 말씀만이 인류를 구원할 유일한 진리로 삼았던 종교개혁 500주년의 의미는 올바르게 기억되지 못할 것이다.

아사미 마사카즈·안정원 지음 / 양현혜 옮김/ 책과 함께/ 272쪽/ 1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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