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를 잘 넘겼다 싶었더니 '산 넘어 산'이다. BIFF가 다시 한 번 수렁에 빠졌다. 갖은 어려움 속에서도 BIFF를 지탱해 오던 중요한 한 축, 이용관 집행위원장을 향한 부산시의 맹렬한 공세 때문이다.
부산시는 지난 11일 감사원이 적발한 허위 계약을 통한 협찬중계수수료 제 3자 부정 지급을 이유로 BIFF의 이 위원장과 BIFF 전·현직 사무국장을 검찰 고발했다. 엄연히 현행법에 저촉되는 회계 부정 사안인 만큼, 의혹 해소 차원에서라도 수사 기관의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
또한 검찰 고발 결정이 부산시의 자의적 판단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감사원 처분 결과를 지방자치단체가 거스를 수 없고, 만약 이행하지 않으면 징벌까지 받을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BIFF 관계자의 이야기는 달랐다. 그는 18일 CBS노컷뉴스에 부산시의 이 같은 고발 조치가 개인적인 회계 부정 적발이 목적이 아니라, 지난 2014년 BIFF에서 상영한 다큐멘터리 영화 '다이빙벨'에 대한 보복성 조치라고 주장했다.
영화계에서 이 위원장은 지역 영화제였던 BIFF가 세계적인 영화제로 성장하는 데 큰 힘을 보탠 인물로 평가 받고 있다. 그가 지금까지 BIFF에서 해 온 역할을 생각해보면, 이 위원장을 흔드는 것이 곧 BIFF의 위기로 이어진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BIFF 측의 말대로라면 그런 그가 어쩌다 부산시로부터 '미운털'이 박힌 것일까. BIFF 관계자가 밝힌 사건의 내막을 일문일답으로 정리해봤다.
▶ 올해 BIFF에서 '이용관 위원장이 이번까지만 하고 은퇴하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돌기도 했었다.
- 올해 초에 벌어진 사태('다이빙벨' 상영 이후, 영화진흥위원회의 BIFF 예산 삭감과 부산시의 갑작스러운 감사로 인해 벌어진 논란)로 인해 강수연 집행위원장과 함께 공동 체제를 유지하고 있었다. 강 위원장이 무리 없이 영화제를 운영할 수 있을 때까지만 공동 체제를 유지하고, 그 후에 그만두겠다고 의사를 밝혔다. 강 위원장이 온 지 7개월 밖에 되지 않았고, 지금 하지 못한 일도 굉장히 많다.
▶ 고발된 세 사람에 대한 기준은 무엇인가?
- 감사원에서는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이들 세 사람이 협찬수수료를 진행하고 있었던 최종 책임자라고 보고 있다. 그 사이에 사무국장이 한 번 바뀌어서 전·현직 사무국장이 함께 고발을 당한 것이다.
▶ '다이빙벨' 상영 이후 갑자기 대대적인 감사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 이번 사건도 이와 무관하지는 않을 것 같은데?
- 제가 알기로는 대대적인 회계 감사가 있었고, 통상적으로 진행되는 일정보다 오래 했던 것으로 안다. 보통 2개월 후 결과가 나와서 4월 말에 끝나는데 부산시가 감사원으로부터 결과를 9월 말에 받았다. 그런데 부산시는 지금까지도 저희 쪽에 결과를 통보한 적이 없다. 영화제가 끝나고 감사원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하고, 그제야 결과를 알았다. 결국 그들조차 공식적 절차를 밟아야 되는 행정 조치가 미비했고, 그저 고발만 통보를 한 것이다.
▶ 부산시가 이용관 위원장의 사퇴를 종용하기 위해 이 같은 고발을 했다는 근거는 어디에 있나?
- 일련의 모든 맥락이 이어지는 부분이 있다. 부산시는 저희 쪽에 방안을 마련하라고 하면서 직·간접적으로 이용관 위원장의 사퇴를 언급했었다. 그것을 이용관 위원장과 BIFF 측이 "부산시가 문제 삼는 감사원 결과는 '표적 감사'이기 때문에 수용할 수 없다"고 사퇴를 거부하자 고발을 한 것이다.
▶ 다른 문화 기관이나 단체와의 형평성 문제도 있다고 들었다.
- 감사원으로부터 비슷한 지적을 받은 다른 문화 기관들이 있다. 그런데 이들의 경우 주의 조치나 환수 조치 정도의 행정 처분에서 그쳤다. 그런데 감사원에서 유독 BIFF만 수사기관에 고발하라고 요구하고, 부산시가 이를 강행한 것은 이용관 위원장을 밀어내려는 보복 의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다른 기관과 비교했을 때, 너무 극단적인 조치라서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 부산시에서는 감사원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이야기했다.
- 앞뒤가 맞지 않는다. 감사원의 요구대로 고발하지 않기 위해서 우리와 소통하고 노력했다고 하는데…. 소통을 제대로 한 것도 아니지만 그 노력 자체도 왜 했는지 모르겠다.
▶ 어쨌든 이용관 위원장은 강수연 위원장과 함께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이번 BIFF를 성공적으로 치러냈다. 이야기를 들어보면 미운털이 단단히 박힌 것 같은데, 그게 온전히 '다이빙벨' 때문이라고 할 수 있나?
- 오로지 '다이빙벨' 때문이라고 저희는 파악하고 있다.
▶ 감사원에서 문제 삼은 협찬중계수수료 지급 건에 대한 BIFF 측의 입장은 무엇인가?
- 감사원은 협찬을 유치하고 협찬중계수수료를 지급하는 과정에서 협찬 중계활동을 증빙하는 자료가 미흡하다는 것과, 일부 행정 착오에 따른 과실을 지적한 것이다. 협찬금을 받을 때, 협찬을 유치하거나 중계한 사람에게 일정액의 협찬중계수수료를 지급하는 것은 사회적으로 용인된 통상적인 관례다. 부산국제영화제도 이런 관례에 따라 협찬금을 유치하고 관리했고, 해마다 이와 관련한 행정 전반에 대해 부산시의 감독을 받고 지침에 따라 처리를 해 왔다. 흔히 알려진 바와 다르게 부산국제영화제에는 협찬금이 한 군데로 몰리지 않는다. 임원들은 물론 많은 관계자들이 나서서 각고의 노력으로 협찬금을 유치하고 협찬사를 관리하기 위해 상당한 공을 들인다. 서류가 미비함은 인정하지만 일부 행정 처리에 착오나 과실이 있다면 적극 시정하고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면 된다.
▶ 고발 조치에 대한 BIFF의 향후 대응을 알고 싶다.
- '다이빙벨' 관련 논란 이후 거듭된 부산시의 부적절한 행태로 인해 20년 간 쌓아 온 BIFF의 명예와 국제적인 위상은 크게 손상된 것이 사실이다. 일단 수사는 받아야 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검찰에서 정치적 프레임 없이 공명정대하게 수사가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어떻게 될 지 모르는 상황이라 진행 상황을 봐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