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 의장이 박근혜 대통령과 연일 대립각을 세우자 새누리당 안팎에서는 염려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사석에서는 보다 노골적인 표현이 담긴 전망도 오간다. "끝에 가서 사약(死藥)을 내려 받게 생겼다"는 식이다.
정 의장이 "쟁점 법안들을 직권 상정하라"는 청와대의 반(半)협박에 단호하게 반대하면 할수록, 박 대통령에 대한 항명죄로 '배신의 정치인'으로 낙인찍힌 유승민 의원의 전철을 밟게 될 거란 흉흉한 소문도 함께 증폭된다.
◇ "해임결의안 통과돼도 법적 구속력 없어"
국회의장을 현직에서 끌어내릴 수 있는 법적인 근거는 없다는 것이 정치권의 판단이다.
'해임결의안 제출'을 거론한 새누리당 이장우 의원도 17일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법률적인 검토를 해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실제 헌법 65조에 규정된 국회의 탄핵 소추 의결 대상에 국회의장은 포함되지 않는다. 다만 국회의장도 현역 의원임을 감안하면 64조에 "의원을 제명하려면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는 조항이 있다.
그러나 이 '제명' 조항이 실제 적용되려면 국회의원에 대한 '징계' 규정을 담은 국회법의 적용을 받아야 하는데, 국회법에는 제명안에 대해 국회의장에 보고하게 돼 있다.
정 의장이 자신에 대한 제명안이 담긴 의사일정을 작성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국회의장 해임'은 사실상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셈이다.
의장 비서실 측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해임' 논의를 꺼낸 것 자체의 '정치적 의도'에 불쾌감을 드러내고 있다. 해임결의안은 말 그대로 '결의'에 불과한 데 직권상정을 압박하기 위해 의도적 흠집내기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 의장도 기자들과 만나 "(결의안을) 내서 통과가 되면 내가 (의장을) 안 하면 된다"고 받아쳤다. 해임이 가능하지도 않지만, 그런 의견이 여당 의원들 사이에 지배적 기류가 아니라는 자신감이 배어 있다.
◇ '소신' 굽히지 않는 정치적 배경…신당(新黨) 출현 염두?
정 의장이 소신을 굽히지 않는 배경에 대해 측근들 사이에선 "합리적 선택일 뿐"이란 반응이 나온다. 원칙대로, 법대로 하는 것일 뿐 정치적 의도 따위는 없다는 얘기다.
정 의장도 "내 생각은 국회법이 바뀌지 않는 한 바뀔 수 없다"고 말했다. 국회법에 직권상정 요건을 제한해 놓았고, 그 법에 따랐을 뿐 박 대통령에 대한 대립각과 무관하다는 것이다. "자꾸 대통령과 나를 각 세우려 하지 말아달라"고도 했다.
하지만 새누리당 안팎에선 정치적 배경을 놓고 다양한 해석과 관측이 나온다.
우선 출마설(說)이 먼저 제기된다. 그간 불출마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입장을 바꾼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정 의장의 측근 인사는 "임기 90일 전에야 국회의장이 당적을 회복할 수 있다"고 돌려 말했다. 오는 3월1일 새누리당으로 돌아오는데 당이 그때까지 경선을 마무리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정 의장이 '이병석안(案)'으로 불리는 균형의석제에 대해 '지지' 입장인 것을 놓고서도 해석이 분분하다.
이병석안은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 측이 각각 주장하는 선거제에 대한 중재안의 성격을 띠면서 동시에 다당제를 지지하는 방향성도 함께 지니고 있다.
때문에 일각에선 정 의장이 중도 성향의 '신당(新黨)'이 출현하는 것에 대해 우호적인 태도인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