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안팎에서 호남 현역 물갈이 여론이 높아지고 있는데다 호남 4선 의원인 김성곤 의원이 내년 총선 불출마 선언을 하면서 불출마 압력까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안철수 의원 탈당 전에는 '구당모임'을 중심으로 상당수 의원들이 문 대표의 퇴진을 요구하는 등 탈당의 배수진을 쳤지만, 안 의원이 탈당 카드를 감행한 이후에는 오히려 탈당 전보다 조용한 분위기여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안 의원의 탈당 이후 사흘만인 17일, 유성엽(전북 정읍), 황주홍(전남 장흥·강진·영암) 의원 등 호남의원 2명은 안 의원의 비서실장 출신인 문병호(인천 부평갑) 의원과 함께 탈당을 공식화했다.
이들은 이날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새정치민주연합을 떠나 야권의 대통합과 대혁신, 승리의 길을 가겠다"며 "이런 뜻에 동의하는 모든 분들과 힘을 모아 새로운 정치세력을 만들어, 야권을 재편하겠다. '사즉생'의 각오로 희망과 대안을 찾겠다"고 탈당을 선언했다.
하지만 유 의원과 황 의원 외 나머지 호남 의원들의 탈당 움직임은 아직 감지되지 않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반(反)문재인' 기류가 강한 호남 민심을 감안하면 안 의원의 탈당 이후 호남 의원 중 상당수가 탈당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지만, 안 의원 탈당 이후에는 오히려 대다수 호남 의원들이 탈당보다는 잔류를 선택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 安탈당에 대한 호남민심 엇갈려
호남의원들이 탈당 저울질에서 잔류로 옮겨간 이유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안 의원의 탈당에 대한 민심이 엇갈리면서 '안철수 신당'의 성공 가능성에 '물음표'가 던져졌기 때문이다.
지난 15일 중앙일보 여론조사에서는 전체 응답자의 54%가 안 의원의 탈당에 대해 '잘했다'고 답했지만 새정치민주연합 지지자는 54%가 '잘못했다'고 답했다. 호남지역 응답자 중 27%는 '내일 총선이 치러진다면 새정치민주연합에 투표하겠다'고 답했는데 그보다 많은 30.4%는 안철수 신당에 투표하겠다고 답했다.
반면 같은날 JTBC의 의뢰로 리얼미터가 진행한 여론조사에서는 전체 응답자의 43.9%는 안 의원의 탈당을 '잘한 결정'이라고 답했고, 새정치민주연합 지지자는 45.7%가 '잘못한 결정'이라고 답했다. 호남지역 응답자는 47.2%가 '잘못한 결정'이라고 답했다.
한 호남 재선의원은 "지역여론은 좀 잘해보라는 것이지 당을 깨고 나가라는 것은 아니"라며 "아버지가 싫다고 집을 나갈수는 없는 일"이라고 탈당에 부정적인 분위기를 전했다.
한 호남 중진의원도 "호남 여론은 당의 리더십을 고쳐보라는 것이지 탈당과 분당에 동의한 것은 아니"라고 일축했다.
◇ 탈당하면 安이 받아줄까
신당에서 탈당 의원들을 무조건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큰 상황도 호남 의원들의 운신의 폭을 좁히고 있다.
신당을 추진하고 있는 천정배 의원 측은 "전문가 중심의 젊은 인재를 영입하겠다"고 일찌감치 공언한 상태고 안철수 의원 또한 기존세력을 영입했다가 역풍을 맞을 가능성 등 때문에 현역 의원, 특히 야당 내 기득권으로 분류되는 호남 의원들의 영입에는 적극적이지 않은 상황이다.
안철수 의원 측 핵심관계자는 "우리 관심사는 현역 의원들의 영입이 아니"라며 "여권 성향의 중도층 인사 영입을 통해 야권의 외연을 확장하고 정치 혁신을 함께 할 수 있는 인재들이 우리의 영입 선순위"라고 밝혔다.
호남에서 '기호 2번'을 달지 못하는 것에 대한 우려도 호남 의원들을 주춤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이번에 탈당한 유성엽, 황주홍 의원은 호남 지자체장 출신으로 무소속으로 선거를 치른 경험이 있어 당의 울타리에서 벗어난 상태에서 선거를 치르는 것에 대한 불안감이 상대적으로 적지만 다른 호남 의원들의 정서는 다르다는 것이 당 안팎의 분석이다.
◇ 文 공천과정에서 탈당 가능성 배제 못해
호남 의원들의 추가 탈당 변수가 없는 것은 아니다. 문재인 대표가 '현역 의원 물갈이 드라이브'를 세게 걸 경우 이에 반발하는 호남 의원들의 이탈이 생길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 호남 중진의원도 "호남 의원들이 탈당을 완전히 배제한 것은 아니고 관망하고 있는 수준이라고 보는 것이 정확할 것"이라며 "향후 여론 동향에 따라 추가 탈당이 이뤄질 가능성은 있다"고 내다봤다.
한 수도권 의원도 "안철수 의원 탈당으로 당 내홍 문제가 끝났다고 생각하는 의원들은 없을 것"이라며 "당 주류가 무리하게 공천권을 휘두를 경우 이에 반발해 호남 의원을 비롯한 추가 의원들의 탈당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고 전망했다.
다른 수도권 의원 역시 "현재 지도부는 선출직공직자평가, 그러니까 현역 의원 평가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점수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류되는 의원들이 탈당했다고 판단하고 추가 탈당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고 있는것 같은데 오판"이라며 "향후 주류가 무리하게 공천권을 휘두를 경우 호남 지역은 물론 다른 지역에서도 탈당이 이뤄질 가능성은 열려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