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탄저 샘플' 외에 '페스트 샘플' 국내반입(종합)

탄저균 16차례, 페스트균 1차례…SOFA '반입시 통보의무' 추가

주한미군 탄저균 배송사건을 조사하기 위한 한미합동실무단이 지난 8월 6일 사고현장인 경기도 평택 주한미군 오산기지 내 생물식별검사실에서 공동조사를 하고 있다.(사진=사진공동취재단)
주한미군이 2009년부터 올해까지 모두 16차례 사균화된 탄저균 샘플을 국내에 반입했고, 특히 올해는 사균화된 페스트균 샘플도 들여왔던 것으로 확인됐다. 한미 양국은 한국 정부가 미군의 세균 샘플 반입내역을 통보받을 수 있도록 주둔군지위협정(SOFA) 규정을 바꿨다.

‘주한미군 오산기지 탄저균 배달사고’ 관련 조사를 벌여온 한미 합동실무단은 이같은 내용의 실무단 운용 결과를 17일 발표했다.

앞서 미국 정부는 지난 5월27일 우리 정부에 “(사균화 처리했으나 일부 균체가) 살아있을 가능성이 있는 탄저균 샘플이 오산기지에 배송됐다”고 공식 통보했다. 이로 인해 탄저균 배달사고 논란이 불거지면서, 7월 11일 양국 합의로 사실관계 확인을 위한 합동실무단이 구성됐다.

지난 5개월간의 조사 결과, 탄저균 샘플 반입은 올해가 처음이 아니라 16번째였다. 아울러 올해는 페스트균 샘플도 처음 반입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합동실무단 장경수 공동단장(국방부 정책기획관)은 “지난 4월24일 사균화된 탄저균 및 페스트균의 검사용 샘플 1ml씩이 주한미군 오산기지로 발송됐다. 페스트 샘플을 이번이 처음”이라며 “현재 SOFA 규정에는 사균화된 검사용 샘플 반입에 대한 통보절차가 없어, 우리 정부에 반입사실은 통보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배달사고’ 샘플은 4월29일 오산기지에 도착했고, 5월 20일과 26일 일부가 생물학무기 식별장비 성능검사에 사용된 뒤 폐기됐다. 5월27일 ‘일부 균체 생존가능성’에 따른 미국 국방부의 폐기명령에 따라 나머지 샘플도 폐기됐다.

페스트균 샘플이 함께 반입된 이유에 대해 장 공동단장은 “보통은 탄저균 샘플 탐지 수준만으로도 식별장비의 성능을 파악할 수 있다. 그런데 올해는 다른 생물학 작용제에 대한 시연을 위해 들여왔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미국 측으로부터 관련자료를 받아 확인한 결과 2009년부터 2014년까지 모두 15차례 사균화된 탄저균 샘플이 반입돼 분석·식별장비 성능시험과 교육훈련에 사용된 후 폐기된 사실도 추가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까지의 샘플 시험은 용산기지에서 진행된 것으로 확인됐다.

2009년 이전에는 반입이 이뤄지지 않았고, 시험에 사용된 모든 샘플은 안전하게 제독화 처리됐다고 합동실무단은 설명했다. 배달사고 논란 이후 샘플 시험이 전면 중단돼 있다는 점도 밝혔다.

다만 2009년 이전 탄저균 반입 여부 등 확인은 미국 측 제시 자료에 전적으로 의존했다는 점에서, 조사에 한계가 있었다는 지적이 가능하다. 특히 주한미군이 지난 5월29일 “본 실험훈련은 최초로 실시된 것”이라고 사실과 다른 내용의 보도자료를 낸 점을 감안하면 제시 자료의 진정성도 의심받을 여지가 있다.

주한미군은 5월 보도자료에 대해 “오산기지에 주피터(JUPITR)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샘플이 반입된 게 최초라는 의미”라고 합동실무단에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JUPITR 프로그램은 2013년부터 추진되고 있는 미군의 ‘차세대 생물감시 시스템’이다.

한편 합동실무단은 ‘주한미군이 탄저균 배양을 통해 생물학무기를 제조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일각의 의혹은 사실무근이라고 결론냈다. 시설·장비 점검 결과, 오산기지 검사실은 생물학 작용제 배양이나 에어로졸(미세 수분입자) 샘플 시험이 불가능한 데다, 활성화된 샘플을 취급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는 설명이다.

탄저균보다 독성이 강한 보툴리누스균이 반입됐을 것이란 의혹도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민간전문가 자격으로 합동실무단에 참여한 고려대 의과대학 송기준 교수는 “사균화된 샘플들은 인체 유해성이 전혀 없다. 생물학 무기를 만들기 위해 특별히 실리카 코팅이 된 포자가 아닌 이상, 일반적으로 실험실 내 감염은 어렵다”고 말했다.

합동실무단은 주한미군이 샘플 반입·취급에서 제독·폐기까지 안전하게 이행했다고 평가하면서도, 유사사고 방지를 위한 관리절차 정립의 필요성을 인정했다.

이에 따라 합동실무단은 사균화된 샘플일지라도 반입 내역을 우리 정부가 통보받을 수 있도록 SOFA 운영절차를 개선하는 내용의 합의권고안을 SOFA 합동위원회에 제출했다. 권고안은 SOFA 내 질병 예방·통제 부속문서에 반영된다.

합의권고안은 △주한미군은 검사용 샘플 반입시 우리 정부에 발송·수신기관, 샘플 종류·용도·양, 운송방법 등을 통보하고 △일방의 요청이 있을 시 빠른 시일 내에 공동평가를 실시하며 △관세청이 물품 검사를 희망하는 경우 주한미군과 협조해 합동검사를 실시한다는 내용이다.

장 공동단장은 “이번 운영절차 개선은 사균화된 검사용 샘플에 대해서 안전절차를 강화한 전례없는 조치”라고 말했다.

권고안은 이날 오후 열린 한미 SOFA 합동위원회에서 양측 대표의 서명을 통해 발효됐다. 서명자는 우리 측 외교부 신재현 북미국장, 미국 측 오샤내시 주한미군 부사령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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