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 선거구 획정에 대해서는 '입법 비상사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직권상정을 할 수 있다는 뜻을 다시한번 분명히 했다.
◇ "경제의 '국가비상사태' 동의 못해"…법안 직권상정 거부
정 의장은 이날 국회의장 접견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지금 경제상황을 전시·사변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로 볼 수 있느냐에 대해 동의할 수 없다”며 쟁점법안 직권상정 거부의사를 분명히 했다.
청와대와 여당은 국내·외 경제 위기로 국가가 '비상사태'에 직면해 있다며 ▲노동관련 5법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기업활력제고특별법 ▲테러방지법 ▲북한인권법 등 쟁점법안을 의장이 직권상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회법에 따르면 의장은 천재지변이나 국가비상사태, 여야가 합의할 경우에만 법안을 직권상정할 수 있는데, 청와대와 여당은 현재 경제 상황이 '국가비상사태' 수준이라고 보고있다.
정 의장은 "국회의장이 할 수 있는 것이 있고 할 수 없는 것이 있다"면서 "국회의장은 법에 따라 할 수 밖에 없다"고 잘라 말했다.
정 의장은 전날 현기환 청와대 정무수석의 직권상정 요청과 관련해 "제가 그렇게 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찾아봐달라고 오히려 부탁했다"면서 "제가 안하는 게 아니고 법적으로 못하기 때문에 못한다는 것을 알아달라. 언론도 호도되지 않도록 도와달라"고 당부했다.
◇ "선거구 획정, 31일 지나면 입법 비상사태"
정 의장은 내년 총선의 선거구 획정에 대해서는 직권상정 방침을 재차 확인했다.
정 의장은 "우리 국민의 기본권 중 중요한 것이 참정권인데 오는 31일을 넘기면 심각한 문제가 생긴다"면서 "입법 비상사태가 발생되기 전에 국회의장이 결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달 중으로 여야가 합의를 이뤄내지 못하면 그 책임은 제가 의장으로서 책임져야 한다"면서 "연말연시쯤에 제가 심사기일을 지정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직권상정 시점도 밝혔다.
그러면서 야당이 주장하고 있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해선 "도입이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정 의장은 "어제 7시간 회의 결과 소위 균형 의석을 통한 연동형 제도는 도입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다만 "야당이 제시한 것 중 선거권자 나이를 18세로 (현행보다) 한 살 낮추는 문제는 (여당이) 받아들일 수도 있지 않겠느냐"며 "여당이 이를 수용하고, 야당과 쟁점법안을 일괄 처리할 수 있도록 대화를 하다보면 타협이 이뤄질 수 있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정 의장은 현기환 정무수석의 "선거구 획정만 직권상정하는 것은 국회의원들의 밥그릇 챙기기"라는 발언과 관련해, 청와대와 최대한 각을 세우지 않으면서도 '밥그릇 챙기기'라는 표현에 대해 발끈 했다.
정 의장은 "청와대나 국회의장을 비롯한 의원들이나 다 나라를 사랑하는 일이기 때문에 (그런 발언을 할 수 있다고) 이해를 하려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현 수석의 '밥그릇 챙기기'라는 표현에 대해 "아주 저속하고 합당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정 의장은 "현재 국회의원이 20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되기 위해 선거구 획정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면 그 말이 맞다고 할 수 있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며 "내년 4월 총선이 제대로 이뤄질 수 없는 입법 비상사태가 생길 수도 있기 때문에 밥그릇 챙기기와는 전혀 다른 얘기"라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