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낮에 술에 취한 남성 관리자가 여성 미화원 대기실에 자리 잡는가 하면 성희롱 주장까지 제기되는 등 지하철 여성미화원의 인권이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다는 지적이다.
◇ 남·여 탈의실이 사실상 같은 공간에 있는 부산지하철 미화원 대기실
부산도시철도 2호선 호포역에 있는 여성 미화원 대기실.
15명의 청소노동자가 작업 중 휴식이나 식사를 하고, 개인 물품을 보관하는 장소다.
대기실 안쪽에는 여성 미화원들이 출·퇴근을 준비하는 샤워시설과 탈의장이 갖춰져 있고 개인별 사물함도 배치돼 있다.
미화원 대기실 입구 오른쪽 3.3㎡ 남짓의 공간이 사물함으로 가려져 있는데, 알고 보니 이곳은 다른 남자 직원들이 옷을 갈아입는 탈의 장소로 활용되고 있다.
제대로 된 칸막이도 없이 높이 2m가량의 사물함 2개로 탈의 공간이 구분된 것.
이 때문에 여성 미화원들은 활동의 불편함은 물론 휴식이나 식사시간에도 마음 놓고 대화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매일 같이 샤워를 하는 공간이 사실상 남자 탈의실과 같이 있다 보니 여성 미화원들은 불편함을 호소했다.
한 미화원은 "같은 공간에 남·녀의 탈의실이 있는 것과 마찬가진데 어떻게 불편하지 않을 수가 있겠나"라며 "이미 기지창이 만들어질 때부터 이 같은 구조로 대기실이 마련돼 있으니 별다른 개선을 기대할 수 없었다"라고 말했다.
불편함을 넘어 여성으로서의 수치심까지 발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미화원들은 혹시 불만을 제기했다가 불이익을 당할까 하는 걱정에 이렇다 할 문제 제기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 남성 관리자가 여성 대기실에 '상주'…술 취해 대기실 출입도
다른 지하철역 미화원들의 상황도 비슷했다.
부산지하철 노조에 따르면 부산도시철도 1호선 역사에 있는 한 여성 미화원 휴게실에는 이들을 관리하는 남성 관리자의 책상이 자리 잡고 있다.
휴식을 취하고 옷을 갈아입는 장소에 남자 관리자가 상주하고 있어 출입조차 불편하다고 미화원들은 주장했다.
1호선의 한 철도 역사 미화원은 노조를 찾아 "남성관리자가 여성미화원 대기실에 상주하고 있어 불편하다"라며 "심지어 옷을 갈아입는 시간에도 자리를 지키고 있어 미화원들의 불만이 크다"라고 말했다.
심지어 1호선의 또다른 역사의 남성 관리자는 술을 마신 채 대기실을 출입하는가 하면 여성 샤워실까지 사용하고 있다고 노조는 전했다.
◇ 성희롱 위험에까지 노출된 여성 미화원들…여성 인권문제 도마에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여성 미화원들은 성희롱 등 범죄의 위험에까지 노출된 상황이다.
노조에 따르면, 실제로 올해 초 한 여성 미화원은 남성 관리자로부터 '성 상납'에 가까운 요구를 들었다고 노조 측에 공식적으로 알렸다.
부산지하철 노조 서숙자 지부장은 "올해 초 한 여성 미화원이 찾아와 성희롱 발언을 들었으며 자신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위협까지 있었다고 말했다"라며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은 유사 사례가 비일비재한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원청 업체인 부산교통공사는 현실적으로 모든 불만이나 위법사항을 파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부산교통공사의 한 관계자는 "부산지역의 모든 역사에 1천 명 가까운 미화원들의 불만을 모두 확인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문제"라며 "노조나 각 역사에서 불만사항이 접수될 경우 적극적으로 개선하겠다"라고 말했다.
관계자는 또 "현재까지 공식적으로 확인된 성희롱은 사건 없다"라며 "사회적으로 민감한 문제이다 보니 사실관계가 확인되면 용역 업체와 함께 엄중하게 대처하겠다"라고 밝혔다.
교통공사의 이러한 설명에도 불구하고 용역은 물론 원청 업체가 사실상 수십 년 동안 여성 환경미화원의 기본 인권을 외면했다는 지적은 이어지고 있다.